메뉴 건너뛰기

close

2005년 9월 3일.
2005년 9월 3일. ⓒ 민은실

상하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어스름한 저녁 즈음이었다. 꽉 막힌 도로 사정 때문에 짜증이 뒤섞인 운전자의 표정이 언뜻 떠오르는 시간, 비교적 상하이는 한산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천루 군락이 즐비한 상하이 거리. 사실 더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높은 빌딩 아래 깔려있는 듯한 허름한 벽돌집이 골목마다 있는 모습이었다. 베란다 밖으로 잔뜩 널어놓은 빨래들, 그 너덜너덜한 속옷 가랑이 사이로 보이는 초고층 빌딩의 조화란….

황포강을 사이에 두고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물과 올드 차이나의 정서가 느껴지는 푸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중국에서 가장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을 지난 사람들의 비즈니스 거리인 시크 풍의 도시, 푸동이 있다. '대조의 미'라 해야 하나.

벤츠 택시가 지나간 자리로 아침 식사대용의 빵을 담은 하얀색 비닐봉지를 걸고 가는 노동자의 자전거 행렬이 지나간다. 사넬 샵 앞에는 버젓이 가짜 명품 시계를 파는 장사치들이 늘어서 있었다. 상하이는 그렇게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한 매력을 뿜어냈다.

2005년 9월 3일.
2005년 9월 3일. ⓒ 민은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난징루.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명동이나 압구정동 쯤 된다. 나는 이곳에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영국식 고딕 양식의 상하이 패션 상점을 보노라니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꺄르르 웃어대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의 나의 모습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넓은 난징루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혀 놓았던 <상하이 패션 스토어>는 시간을 멈추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고요하게 그곳에 있었다. 한참을 그 건물 앞에서 서성이며 이제는 지나간 과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회상했다.

깊은 밤, 화려한 쇼핑 거리에서 사색을 즐긴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난징루의 거리는 사차선 도로는 되어 보일 만큼 규모가 컸다. 인민공원을 중심으로 해서 동쪽에는 백화점과 패션 상점들이 있고 서쪽으로는 중국 전통 공예품과 차를 파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2005년 9월 3일.
2005년 9월 3일. ⓒ 민은실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도록 중간 중간 넓은 의자들도 마련해 두었다. 상하이에 '아시아의 뉴욕'이니 '동양의 베니스'니 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만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지저분하고 촌스럽다'는 편견은 어느새 쏙 들어갔다. 번쩍이는 외제차와 인력거가 함께 지나가고, 명품을 걸친 부유한 사람들과 새까맣게 탄 행상들이 관광객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기는 하지만 상하이의 풍경만큼은 대단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