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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한 곳에서도 "우리부부야? 웬수야?"는 신선하게 태어 난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도 "우리부부야? 웬수야?"는 신선하게 태어 난다 ⓒ 강인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나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심하다. 아마 나이가 좀 있는 내가 유아들의 동화를 그리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저 친구는 그 나이에 어떻게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서 인터넷신문에까지 연재를 하게 된 거야?"

만나는 사람마다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묻고, 그리고 실제로 그림 그리는 것을 옆에서 들여다보는 이도 있다.

옛날만 해도 그림을 그린다거나, 도자기를 굽는다거나, 노래를 잘 불러도 모두 다 재주꾼으로 여겼었다. 또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궁금해 했다. TV드라마의 제작과정이나 N.G장면을 흥미 있게 보는 시청자들이 많은 걸 보면,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사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나, 우리네 동료들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친구는 무슨 물감을 쓸까?' '캔버스나, 화지는 어떤 종류를 쓰지?' '붓은 어느 제품을 사서 쓰는 거야?' 등 일종에 호기심이다.

온라인 쪽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종이에다 스케치를 한 다음에 스캔을 받는 걸까? 아니면 바로 '타블렛'에다 그리는 걸까?' '컴퓨터는 맥킨토시? IBM PC?' '프로그램은 '어도브 포토샵'을 쓸까? '페인터'를 쓸까?'

나만의 컴퓨터 그림 다루기

내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는 '우리 부부야? 웬수야?'의 그림에세이도 그 제작과정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온라인 쪽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별것도 아니지만 나의 제작과정을 공개하려 한다. 이런 것에 흥미를 가지고 보는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낸다. 단 프로급들은 이 자리에서 빠졌으면 한다. 조금 창피하니까.

나는 아마추어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정식으로 컴퓨터 학원에서 배운 적도 없고 프로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다. 그냥 눈과 귀동냥으로 실습을 해보고 밤 시간을 쪼개어 계속 그려본 것이 전부다.

실제로 컴퓨터 그림을 그리는 테크닉은 다양하다. 그래서 사람마다 즐겨 사용하는 기법들도 모두 다르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나 '페인터' 등의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는 포토샵(Adobe Potoshop 6.0)을 사용한다. 기본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기법을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디카의 보급으로 포토샵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만큼 포토샵을 이제 대중화 됐다.

실제 작업으로 들어간다

우선 소재를 정한 뒤 그에 맞는 텍스트를 만들어본다. 얼마 전에 발표된 "나도 여자이고 싶어요"를 텍스트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결혼 후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불어 뚱뚱해진 여인은 자신의 몸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마음 속으로 투정을 부린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무시한 채 잠만 잘 뿐이다. 남편의 이런 모습에 아내는 '나도 여자이고 싶다'고 절규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주제와 스토리를 정하면 대략적인 그림이 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림의 스타일, 구도, 색감, 문장구성 등등.

ⓒ 강인춘
1. 켄트지나, 스케치용지가 아닌 보통 품질인 A4 복사지 1장을 준비한다. 컴퓨터로 스캔을 받을 것이니까 구태여 스케치 전용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연필은 'Tombow 4B'로 스케치를 한다. 이 연필은 심이 부드럽고, 지우개로 지우기도 좋다. 먼저 그림의 키 포인트가 되는 여인을 그린다. 뚱뚱한 체구의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는 여인을 그린다. 여인의 표정은 원망이 가득한 것처럼 그린다. 여인이 앉아 있는 침대 쪽은 그녀의 체중 때문에 푹 들어가 있는 것처럼 그린다.

2. 더블침대가 완성되었다. 옆에 보조 테이블엔 조그마한 스탠드도 있다. 스탠드 하나로 밤 분위기를 나타낸 것 같다. 화가 가득 차 있는 여인의 원망기(氣)가 침대 위의 남편에게 무수히 뻗쳐 나간다. 여인은 드디어 몸을 뒤틀며 씩씩대고 있다. 인물 스케치는 비교적 노하우가 쌓여 쉽게 그리는 편이다.

ⓒ 강인춘
3. 상단 왼쪽에 제목과 그림을 보조하는 카피를 넣는다. 카피는 될수록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으로 한다. 어떤 때는(매번 그렇다) 카피만 수도 없이 고친 적도 있다. 그만큼 카피에 신경을 쓴다. 좋은 카피가 나오면 전율이 오고 기분이 좋다. 그림의 경우 선 하나 삐뚤어져도 내용전달에 별로 상관이 없지만 카피의 경우는 다르다. 단어 하나에 전달하는 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4. 결국 '펜 터치' 과정에서 제목과 본문 카피가 모두 바뀌었다. 연필로 스케 위에 먹물선으로 다시 그림을 그린다. 흔히들 오일 사인펜으로 덧칠하지만 나는 일반 사무용 펜촉을 사용한다. 사인펜은 선의 굵기가 일정해서 싫다. 카피도 역시 활자로 하면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어 직접 손으로 쓰고 있다. 어떤 네티즌들은 그림보다 글씨가 더 예쁘다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 강인춘
5. 지우개로 연필 선을 지웠더니 먹물로 된 '펜 터치'선만 깨끗하게 보인다. 스캔(Scan)을 받으려면 그림선이 또렷하고 깨끗해야 한다. '스캔' 작업이란 수작업 된 기초그림을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물론 '타블렛'이란 컴퓨터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손 터치를 원한다. 왜냐면 손동작으로 해야 작가 자신의 정신과 혼이 그림으로 표현되니까.

6. 스캔을 받은 화면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고 색상표에서 색을 골라서 그림에다 칠한다. 마땅한 색이 없으면 그 즉시 색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그것 자체가 귀찮아진 나는 수백 가지의 색상을 미리 만들어 저장해 놓았다가 꺼내 사용한다. 처음엔 살색부터 시작한다.

ⓒ 강인춘
7. 다음은 머리와 옷에 색을 칠한 차례다. 옷에는 될 수 있으면 무늬를 그려 넣으려고 한다. 단순하게 색만 칠하면 왠지 서운하다. 이번 그림의 경우 설정이 속치마이기 때문에 무늬가 없지만 내 그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옷에는 무늬가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침대 및 액세서리로 마무리를 한다. 그림에서 색이 들어가야 할 부분은 모두 채웠다.

8. 색에 명암을 주어 입체감이 있게 다시 덧칠을 한다. 앞의 그림보다는 훨씬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너무 잔손질을 많이 하다 보면 사실적으로 표현될까봐 이 정도에서 마우스를 놓는다. 그림이 완성되었다. 타이틀과 외곽선은 고정된 틀이 준비되어 있다. 완성된 그림을 고정 틀에다 끌어다 놓는다. 그리고 그림과 카피, 서브타이틀을 전체적인 구성에 맞게 재배치한다.

ⓒ 강인춘
9. 그림을 처음부터 실제 사이즈로 작업하고 CMYK 컬러로 지정한다. 큰 그림을 축소해서 사용하면 그림의 해상도와 색상이 훨씬 좋아 보인다. 저장할 땐 eps파일로 한다. 인쇄용으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그리고 온라인용으로 다시 1장을 만든다. CMYK컬러를 RGB 컬러로 바꾸고, jpg 파일로 저장한다. 물론 이미지 사이즈는 규정된 가로 600 픽셀로 한다.

작업이 끝났다. 지금까지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빠른 것인가? 알고 보면 너무 싱거울 수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하나하나 세세히 점검하면서 하는 피 말리는 작업이다. 왜냐하면 그림을 띄우는 순간 네티즌들이 바로 보기 때문에 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 그림을 보고 부부와 고부간의 얼룩진 것만 표현한다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야? 웬수야?'란 타이틀 그대로 사건을 코믹하게 풍자한 것임으로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이 글을 보고 내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져 조회수가 줄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지만 앞으로도 더 좋은 그림으로 네티즌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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