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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서악동 야산의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경주시 서악동 야산의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 추연만
소나무에 기생한 재선충은 수분이동을 막아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소나무에 기생한 재선충은 수분이동을 막아 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 추연만
감염되면 치료방법이 없고 전염성도 강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이 경북지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주 무열왕릉 가까이에도 재선충이 발견돼, 문화재 주변 소나무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경상북도는 경주시 서악동에 재선충병이 발생했다고 어제(20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경북도 자료에는 "9월 12일 확인된 서악동의 재선충병 발생 현황은 1ha에 10여 본"이라 밝혔다.

그러나 21일 오전, 기자가 현장을 간 결과, 반경 100m 둘레 야산 아래쪽만 보더라도 말라죽은 소나무는 100여 그루가 넘게 목격됐다. 솔숲에는 죽은 소나무 30여 그루도 뿌리를 드러낸 채 땅에 넘어져 있었다. 소나무는 나무껍질이 벗겨지고 솔잎마저 누렇게 변색돼 재선충 피해가 크다는 걸 실감했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가 땅에 넘어뜨려져 방치되고 있다.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가 땅에 넘어뜨려져 방치되고 있다. ⓒ 추연만
경주시 담당부서 공무원은 전화통화에서 "누렇게 마른 소나무를 본 사람들이 자꾸 신고를 해 죽은 나무를 잘라 놓았다"고 했다.

이번엔 경북도청 관계자에게 전화해 "죽은 소나무가 100그루가 훨씬 넘는데,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10그루라고 발표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경주시가 시료 채취한 것을 산림환경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지난 12일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정밀조사를 강화해 10월까지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충병 감염 나무벌레와 병 확산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위)
재선충병 감염 나무벌레와 병 확산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위) ⓒ 산림청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선충 확산을 막을 뚜렷한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불과 100m 거리에 사적 20호인 무열왕릉이 있다. 왕릉 주위 아름드리 소나무 고목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재선충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

항공방제도 내년 5월에 가능하다고 한다. 재선충 매개체인 솔수염 하늘소 산란기가 5월이어서 그 전에 하는 방제작업은 효과가 별로 없다는 이유. 대신 피해나무를 잘라 더운 연기로 찌는 훈증작업을 할 계획이다.

주로 봄철에 확산되던 재선충병이 9월에도 나타나자 경북도청 산림보호과는 "고사목 예찰조사에 전력을 집중할 계획이며 도민들도 말라죽은 소나무를 발견하면 곧바로 산림부서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은 점차 전국으로 퍼지는 추세다. 지난해는 포항, 경주, 올해는 경산, 청도, 대구, 안동지역까지 북상했다. 지금까지 피해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약 75배인 2만2525ha에 이르며 소나무 90만 그루가 말라죽거나 잘렸다.

재선충 저지에 실패한 일본, 대만은 일부 지역을 빼고 소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 한다. 삼림청도 우리나라 산림의 약 26%가 소나무 숲인데, 앞으로 그 피해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선충 매개체인 솔수염 하늘소에 의한 확산보다 미처 방제되지 않은 소나무 반출에 따른 재선충병 확산이 더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정부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한 특별법을 마련,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나무 재선충이 발생한 전국 49개 시·군·구는 '소나무류 반출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발병지역 소나무 반출이 전면 금지됐다.

사적 20호인 무열왕릉과 가까운 야산에 재선충병이 발생돼 문화재 주변 소나무 고목피해도 우려된다(오른쪽 산이 재선충병 발생 지역).
사적 20호인 무열왕릉과 가까운 야산에 재선충병이 발생돼 문화재 주변 소나무 고목피해도 우려된다(오른쪽 산이 재선충병 발생 지역).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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