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02년 8월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신포에서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의 본격적인 건설을 알리는 타설식이 열리는 모습.
지난 2002년 8월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신포에서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의 본격적인 건설을 알리는 타설식이 열리는 모습. ⓒ 연합뉴스
또 하나의 논란은 기존 신포 경수로와 이번 6자회담 합의문에 언급된 경수로의 상관 관계다. 우리 정부는 신포 경수로와 미래의 경수로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포 경수로 종료를 전제조건으로 중대제안을 내놓은 우리 정부로서는 이렇게 주장해야 논리적 모순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 2기는 2003년 12월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신포 경수로는 34.5%의 공정을 보인 가운데 지난 2003년 11월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신포 경수로의 총 공사비는 46억달러로 계상됐으며 이미 15억4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총 공사비 가운데 70%인 32억2000만 달러는 한국이, 9억2000만 달러는 일본이, 나머지는 유럽연합(EU)이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은 비용을 내지 않는 대신 경수로 완공 때까지 연간 50만t(연간 5000만 달러)의 발전용 중유를 북한에 주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2일 우리 정부는 중대제안을 공개하면서 대북 전력 제공 비용을 신포 경수로 공사비 중 한국 부담금 32억2000만 달러 가운데 이미 쓴 11억7000만 달러를 뺀 나머지 돈에서 충당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0만㎾ 송전선로 건설에 6000억원, 변환 설비에 1조원, 변전소 2곳에 12000억원 등 총 1조7200억원이 중대제안 이행에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마다 200만㎾의 전력 생산에 1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34.5%의 공정이 이미 진행됐고 15억달러가 넘는 돈이 투입된 신포 경수로를 폐기하고 다른 경수로를 생각한다는 것은 심각한 낭비다. 신포 경수로는 공사를 속개하면 4~5년이면 완공될 수 있지만, 새 경수로 건설에는 또 10년이 걸려야 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우선 경수로 부지로 신포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 20일 "북한에 대북 송전을 하되 경수로가 완공되어 발전을 시작하면 그때 대북 송전은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대제안과 6자회담 합의문에 언급된 경수로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조7200억원이나 들여 만든 송전 및 배전 설비가 경수로가 완공되는 즉시 필요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이 부담하던 중유 5개국 나눠 부담... 일본의 부담이 제일 클 듯

이번 합의문에는 "중국·일본·한국·러시아·미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이어 "한국은 북한에 200만kw전력을 제공하는 2005년 7월 12일의 제안을 재확인했다"로 되어있다.

여기서 에너지는 중유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은 남한의 전기도 받고, 중유도 공급받고, 경수로도 얻게 되는 등 모든 것을 얻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있다.

원래 제네바 합의는 경수로 완공 때까지 중유는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중·일·러·미 등 5개국 모두 중유 공급의 당사자로 되어있다. 합의문에 각국의 구체적인 분담 액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

물론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대북 송전은 오는 2008년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2008년까지는 국제사회가 중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이후 전력을 직접 제공하다가 경수로가 완공된 다음에는 이를 끊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과정을 겪을 필요없이, 제네바 합의 때처럼 중유만 제공하다가 경수로가 완공되면 이를 끊는 것이 더 간편하고 비용도 덜 든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조사문제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경수로가 완공된 뒤 송전 및 배전 시설은 필요없겠지만 통일에 대비해 북한에 대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차원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이후 경수로가 건설된다면 대북 전력 제공에 들어간 한국의 비용은 상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중유 공급의 경우, 미국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할 것"이라며 "한국은 전력제공을 하니까 빠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본·러시아·중국이 대부분을 부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상당량의 석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곧 북한과 곧 수교협상을 하게 될 일본의 부담이 제일 클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