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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학생수련장 김권술 관리소장
송호학생수련장 김권술 관리소장 ⓒ 김두헌
추석을 앞둔 지난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훈훈한 소식이 전해져 미담이 되고 있다. 전남 송호학생수련장 관리소장인 김권술 소장이 그 미담의 주인공.

김 소장이 매주 학생들이 야영활동을 들어와 남기고 간 쌀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 처음 시작할 때는 한 줌밖에 안되는 분량이었지만 56개 학교가 남기고 간 쌀을 모아보니 60kg이나 됐다.

이 쌀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김 소장은 농어촌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해남군 송지면 관내에 독거노인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송지면장에게 전화연락을 했다.

송지면 사무소에서 독거노인들의 명단을 파악한 김 소장은 7일 저녁 인근 떡집에 쌀 60kg을 맡긴 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직원들과 함께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따뜻한 떡을 전달했다.

지난 8일 아침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떡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8일 아침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떡을 전달하고 있다. ⓒ 김두헌
"할머님, 우리 학생들의 정성입니다.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맛있게 드세요."

김 소장의 따뜻한 정성에 감동을 받은 노인분들은 연신 고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나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야영활동을 들어오며 쌀 43kg을 송호학생수련장에 기부하기도 했다.

"순천 월전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할 때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떡을 해 돌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명절을 앞두고 따뜻한 떡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부끄럽습니다."

김 소장은 올 12월말에도 학생들이 남기고 간 쌀 한줌 한줌을 모아 노인들께 떡을 해 돌리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선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16일, 나주 공산고등학교 김유리양(2학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데 이어 지난 9월 12일에도 김양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 소장이 김유리양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공산고등학교가 야영활동을 들어온 지난 5월초였다.

"야영활동 프로그램 중 자아발견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는데 유독 성실하게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유리를 눈여겨 봤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여쭤보니 형편이 딱한 학생이라는데, 그럼에도 티없이 맑고 깨끗해 비록 작은 액수지만 장학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형편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도 전달

이 학교 나은숙 담임교사에 따르면 유리양이 나주 인근 기찻길 근처에 버려진 것은 젖먹이 무렵이었다고 한다. 지나가던 어느 할머니의 손에 거두어진 유리양은 나주 소재 영아원에 맡겨졌고 이후 사회복지법인인 백민원으로 거처를 옮겨 현재까지 백민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소풍 때나 운동회날이 되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부모님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또 중학교 3학년 때는 내 자신의 처지가 하도 막막해 가출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제가 흔들리 때마다 저를 지켜주는 선생님들이 항상 제 주위에 계셨어요."

특히 나주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던 이두현 교사는 방황하는 유리양에게 "지금 힘들다고 편한 대로 행동해 버리면 잠시 잠깐은 괜찮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따뜻하게 달래줬다고 한다.

또 유리양은 공산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1학년 때 담임 임선희 교사를 비롯해 현재 담임인 나은숙 교사의 사랑과 성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나은숙 담임교사는 "유리가 얼마나 착하고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면서 "백민원으로 가정방문을 가봤는데 5, 6세의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고 정작 자신은 잘 챙기지도 못한다는 얘기를 백민원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나주공산고등학교 김유리양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12일 나주공산고등학교 김유리양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 김두헌
유리양은 교내에서도 모범학생 표창과 봉사상, 다독상을 수상했으며 자리산 학생수련활동으로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공부도 열심히 하고 글도 잘쓰고 미술분야에도 소질이 풍부한 유리양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의상디자이너가 꿈인 유리양은 학원은커녕 어쩌면 대학진학의 꿈마저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숙식을 해결했던 백민원에서 나와야만 한다. 일가친척 하나 없어 등붙이고 누울 잠자리가 아쉬운 형편이다.

김권술 소장은 "지난 12일 장학금을 전달하러 공산고등학교에 갔는데 유리가 건강이 좋지 않아 창백해보여 안타까웠다"면서 "제대로 건강검진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기신 분들인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꼭 한번 뵙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 소중한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도 들어가고 아르바이트도 해가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김권술 소장님을 비롯해서 부족한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김권술 소장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 눈길 한번이, 자식들을 도회지로 보내놓고 쓸쓸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고 계시는 노인분들에게, 또 험난한 세상풍파를 안간힘을 쓰며 헤쳐나갈 수많은 유리양 같은 학생들에게 큰 응원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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