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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덤 성지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입니다.
줄무덤 성지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입니다. ⓒ 유병관
몇 년 전에 동료직원과 함께 가보았던 충남 청양 다락골 줄무덤 성지에 다시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줄무덤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성당이 하나 새로 생겼고 주차장엔 대형버스를 비롯하여 성지순례를 하러 오신 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성당 입구의 계단 옆으로 화단이 있는데 제라늄과 선인장의 화분들이 작은 한 성모상을 둘러싸인 모습이 거룩함과 소박함을 느끼게 합니다.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야트막한 돌담과 대나무 숲이 보입니다.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야트막한 돌담과 대나무 숲이 보입니다. ⓒ 유병관
가을 하늘의 날씨는 쾌청 그 자체였지만 올라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돌과 흙과 나무로 된 길을 걷노라니 귀찮게 하는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모기였습니다. 대나무숲과 그늘로 드리워진 길은 촉촉했습니다. 항아리 무덤의 그 의미를 되새기며 사진을 찍을 때면 모기가 날아와 손과 팔에 달라붙어 약간은 애를 먹었습니다.

모기한테 2번을 물렸지만 그 가려움보다는 무명순교자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생각하노라니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서 작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고마움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입구에 있는 무명의 순교자상을 보니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입구에 있는 무명의 순교자상을 보니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 유병관
좌측으로는 하늘을 향해 서있는 동상과 우측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 순교의 삶을 살다간 무명의 채취가 느껴집니다. 천주교에 대한 박해의 손길은 내포지방인 청양의 다락골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포졸들이 포악하게 교우들을 잡아갈 때 어린 아이들이 무서워 울음을 터뜨리니 엄마가 “얘야, 지금 죽어야 천당간다”라고 달랬다고 합니다. 참으로 슬픈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언제나 따듯한 품으로 반겨 줄 것 같은 예수성심상이 보입니다.
언제나 따듯한 품으로 반겨 줄 것 같은 예수성심상이 보입니다. ⓒ 유병관

이런 항아리 무덤들이 10여개가 넘습니다.
이런 항아리 무덤들이 10여개가 넘습니다. ⓒ 유병관
성역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방윤석 베르나르도 신부님에 의해 이 마을의 구전과 사료를 수집하여 현지답사를 계속한 끝에 1981년에 줄무덤이 한 군데가 아니고 세 군데임을 밝혀냈으며, 편의상 제 1, 2, 3 줄무덤으로 구분하였다고 합니다.

언덕 중간쯤에 제1,2 줄무덤과 제3 줄무덤 으로 갈라지는 곳입니다.
언덕 중간쯤에 제1,2 줄무덤과 제3 줄무덤 으로 갈라지는 곳입니다. ⓒ 유병관
이곳 줄무덤 성지에 묻히신 분들은 어느 분들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 분들은 하느님을 믿고 섬기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이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무병장수하는 것이 우리들의 소원일 것입니다. 더구나 남들에게 인정 못 받고 산다는 것이 치욕스럽거나 어리석은 인생처럼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맑은 가을 햇살아래 배추가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맑은 가을 햇살아래 배추가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 유병관

무명 순교자들의 제 1줄무덤입니다.
무명 순교자들의 제 1줄무덤입니다. ⓒ 유병관
제1줄무덤은 14기로서 세 단계로 모셔져 있습니다. 오기선 신부의 증언에는 17기라고 되어 있으나 지금은 14기가 있는데 비신자인 최씨들이 임자없는 무덤이라 하여 이장하는 바람에 아깝게도 3기가 파묘 유실되었습니다.

소나무 뒤로 저 멀리 제 2줄무덤이 보입니다.
소나무 뒤로 저 멀리 제 2줄무덤이 보입니다. ⓒ 유병관
제 1줄무덤 서남쪽으로 밑으로 20m 쯤 떨어진 지점에 10기의 제2줄무덤이 있습니다.

무명 순교자들의 제3줄무덤입니다.
무명 순교자들의 제3줄무덤입니다. ⓒ 유병관
제3줄무덤은 제1줄무덤에서 100m 떨어진 능선 너머에 위치해 있는데 13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에 있는 무명 순교자의 무덤 수는 모두 37기가 됩니다.

이렇듯 황량한 들판의 이름모를 꽃처럼 하느님을 믿고 섬기다 사라져 가신 분들이 영원한 생명과 복락을 누리길 바라면서 세상의 사람들에게 화려하게 인정받고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살다가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꽃보다 이 두메산골에 피는 들꽃처럼 하늘을 밤낮으로 바라 보며서 사는 인생이 더 행복할 지도 모릅니다.

'줄무덤'에 대해

청양군 화성면 농암리 다락골에 위치한 줄무덤은 조선조말 병인박해시 천주교를 신봉 ∙ 포교하다가 홍주감옥에서 순교한 이곳 출신 교우들을 야음을 이용 이곳에 옮겨 매장한 것이다.

화성면 농암리는 경기도 과천에서 순교한 최경환 성인과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도마)신부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1982년 11월 23일 청양 천주교회 방윤석 신부에 의하여 묘지가 정화되고 무명 순교자들의 묘비가 세워졌다. - 청양 다락골 성지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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