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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명산 금강산을 옮겨 놓은 듯 형형색색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끝간 데 없이 펼쳐진 칠산바다 물안개에 속살을 감춘 일곱 개의 칠산섬이 보일 듯 말 듯 뭇사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곳, 굽이굽이 해변을 끼고 돌아 길게 뻗은 해변길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내비치는 칠산 바다의 진풍경에 못겨워 한 모퉁이 절벽난간에 기대어 서면 발아래 홀로 나는 물새와도 벗이 되어 사람들은 어느새 바다를 흠모하는 시인이 된다.
신선들이 살았다는 무릉도원이 이런 곳이런가!

밤을 새워 속삭이던 파도가 십리 밖 낙월도까지 달마중을 나가고나면 저만큼 떨어져 자리를 잡은 고두섬이 아래도리를 벗어 던지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고운 머리카락을 해풍에 휘날리며 두손 꼬옥 잡은 연인들의 뿔고둥 피리소리가 다정하고 고두섬 구석구석 조개를 캐는 아낙들의 웃음소리도 정겨웁다.

병풍처럼 휘둘러 쳐진 해안절벽을 배경으로 뱃길 떠난 부군을 기다리는 모자바위의 애틋한 사연이 절절하고, 뭍을 향해 고개를 빼어 민 거북바위는 살아 움직일 듯 느린 발걸음을 내디디려는데 천길 낭떠러지 위 팔각정에서 들리는 관광객들의 감탄사는 낙화암에 몸을 던진 3000궁녀의 가녀린 탄식만 같다.

이리저리 고개를 빼밀어 해안절경을 음미하다가 팔각정과 쌍벽을 이루며 우뚝 솟아있는 중세 성벽의 망루같은 횟집 하나를 발견하고는 단숨에 뛰어 올라 주인을 찾았다.
친절한 안주인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은 곳은 2층 특별석 눈아래 한 없이 펼쳐진 갯벌에 횟집 주인이 쳐 놓았다는 어망이 사막을 가로지르는 신작로처럼이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방금 물빠진 그물에서 건져왔다는 싱싱한 병어회를 내오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건강에 좋다는 오디술까지 한 잔 권하는 데 마다할 장사가 없으렸다. 해변의 분위기에 취하고 주인의 친절함에 취해 몇 순배 잔이 돌아 취기가 올라왔지만 아직도 입에서 설설 녹는 자연산 병어회는 술발을 더해가고 있다.

무뚝뚝하게만 느껴지던 바깥 주인이 분위기가 좋아 보였는지 그물에 딱 한 마리 걸려 있던 것이라며 가오리회 한 접시를 그냥 내온다. 그리고는 모습과는 달리 다정한 목소리로 오늘은 낙조가 너무 아름다울 것 같으니 그때까지 기다렸다 감상하고 가란다.

어느새 달맞이 갔던 썰물이 돌아오고 고기잡이를 떠났던 배들이 밀물을 따라 하나 둘씩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오던 시각, 드디어 바다는 불타기 시작했다. 바다가 불타고 칠산섬이 불타고 그리고 쉼없이 밀려오는 바닷물도 불타고 있었다. 조선의 대화가(大畵家) 안견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몽유도원도를 이런 모습으로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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