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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표지 ⓒ 김영사
사진 에세이집 <네이키드 소울>은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사진과 카피라이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김중만씨와 10년 가까이 함께 작업해 온 서영아씨가 쓴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여서 엮어낸 책입니다.

책은 '당신에게는 마법 상자가 있다', '부드러운 관능의 힘', '사랑, 비밀의 정원', 'life, 내 인생의 해피엔드', 이렇게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 속엔 우리에게 연예인 사진 찍는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김중만씨가 20년간 미국,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렌즈에 담아온 111점이나 되는 꽃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튤립, 해바라기, 달리아, 그리고 발음하기에도 거북한 이름을 가진 이국적인 꽃들. 그의 꽃 사진들은 출신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여성의 몸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서 바라보는 사람에게 강한 생명력과 관능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당신에게는 마법 상자가 있다

조심스레 책장을 여니 '당신에게는 마법 상자가 있다'라는 글이 슬쩍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아니, 내게 마법상자가 있다고? 나한테 그런 상자가 어딨어? 그리움과 추억과 외로움을 담은 마법상자는 다름아닌 영혼이라는 이름의 마법 상자였습니다.

스물 하나. 붉은 장미가 내 가슴에 지천으로 피어났다. 사랑 때문에 아프고, 눈물 때문에 흔들려도...내 속의 붉은 장밋빛은 바래지 않아, 나는 한없이 아름다웠다.

정말 그랬습니다. 스물 하나, 그때는 저도 바래지 않는 붉은 색을 마음에 지닌 청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청춘이 있었다는 걸 왜 잊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동은 아름답다

"사람은 '먼 것'이 있어야 살아간다"고 글쓴이는 말합니다. 붉은 색이 나를 충동질 한 것이었을까요? 스물한 살, 위험한 곳으로부터 향기가 날아들고 저도 자꾸만 '먼 것'을 그리워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벽, 좌절, 금지 같은 것들에 부닥치게 되고 엄마가 되었고, 빠르게 서른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빛과 소리에 두려웠던 작은 존재는 내가 품어주자 울음을 멈춘다. 나를 바라본다. 전생에서의 인연인 듯. 웃는다. 내 얼굴을 가만가만 바라본다. 너는 누구니, 어디서 왔니.

그 동안 전 제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향해 많은 꽃씨를 뿌린 셈입니다. 아마 제 아이들도 그 꽃씨의 하나일 겁니다.

부드러운 관능의 힘

사랑할 때의 나의 몸은 아름답게 빛났다. 고통 속에 있을 때 나의 몸은 더욱 예민해졌다. 고통은 모른척할수록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전 사춘기의 한 때 몸을 경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과정을 통해서 제가 자각한 것은 내 자신이 그렇게 성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야 비로소 제 몸이 가진 아름다움에 눈떴습니다.

사랑을 느끼는 손, 외로움이 쌓이는 발

손은 사랑을 느끼는 감정을 확인하는 도구이며 발은 외로움을 감당해내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총괄하는 몸 전체에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몸에 마음이 들어 있어서 그 마음의 주인이 던진 눈빛에 따라 내 삶이 무거웠다가 가벼웠다가 합니다. 몸에서 마음을 떼어내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글쓴이도 언젠가 저처럼 마음에 들어 있는 '당신'이 무거운 적이 있었나 봅니다. 몸은 그렇게 한 번 기억하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그 기억을 지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혹한 몸이 있으니 그나마 삶의 역사가 낱낱이 기록되는 것은 아닐는지요.

사랑, 비밀의 정원

사랑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던 나를 혼자서는 밥도 못 먹는 어린 아이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나 사랑 속에는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다지만, 그 자유는 얼마나 종속적인 자유인지요?

떠난 사랑은 추억이 되고, 남겨진 사람은 시들어 갑니다. 멋있게 이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일수록 황폐해져 갑니다.

가끔 그리움은 난폭하다. 사람에게로 가는 길은 너무 거칠다. 전쟁 같다.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은 실패한다. 자꾸 뒤로만 물러서는 사람은 끝내 잃는다. 후회할 시간도 없이 그 마음, 피 흘리고 죽는다.

이별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사랑의 기억은 온기가 되어 쓸쓸한 인생을 따뜻하게 덮어 줍니다.

life, 내 인생의 해피엔드

나는 그 모든 눈물과 아픔의 순간에 내 마음속 꽃이 피어나고 있었던 것을 알지 못했다. 매 순간 내 인생이 꽃이었다는 걸, 내 마음이 읽지 못했던 것이다. 꽃이 피기까지 밝은 햇빛과 따뜻한 흙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세찬 바람, 눈물 같은 빗방울이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 아픔, 고통, 이런 것이 거름이 되어 사람은 활짝 피어납니다. 피어나서 붉고 아름다운 꽃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자신이 꽃이 되기 위해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입니다.

그러니 글쓴이의 말처럼 '꽃은 믿음의 해피엔드'입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아픔도 참고 견디면 언젠가 꽃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겁니다

꽃과 여자, 그 매혹으로의 초대

'꽃의 사진과 여자에 관한 매혹적인 기록'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꽃 사진과 그 사진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김중만의 사진이 가진 관능미가 시선을 잡아끕니다. 서영아씨의 탄탄한 문장력은 사진에 윤기를 더해줍니다.

우아한 여자를 꿈꾸었던 소녀가 열정과 모험을 통해 세상의 고난과 슬픔을 맛보고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평화와 위로에 이르는 과정에 과정을 무리없이 펼쳐갑니다.

삶의 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서영아씨의 글이 제게 많은 울림을 주고 위로를 주었습니다. 서른다섯 살의 여자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아주 크고 넓구나하는 생각이 저를 감탄케 했습니다.

책의 말미에서 서영아씨가 쓴 글 한 귀절을 남기며 이만 제 글을 맺습니다.

나는 매 순간, 당신들도 매 순간, 꽃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꽃이 아직 보이지 않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펴낸 곳: 김영사 
저자:사진 김중만, 글 서영아
책값:1만 2,000원


네이키드 소울 - 꽃의 사진과 여자에 관한 매혹적인 기록

김중만 사진, 서영아 글, 김영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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