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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민웅이 백일 사진이예요. 예쁘지 않나요? 저와 아내, 그리고 첫째 딸 민주까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어요.
둘째 민웅이 백일 사진이예요. 예쁘지 않나요? 저와 아내, 그리고 첫째 딸 민주까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어요. ⓒ 권성권
그 모두가 딸아이를 위한 잔치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잔치를 여는 그 중심에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그런 잔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떡도, 잡채도, 쇠고기도, 그리고 축하 파티도 모두 딸아이 때문에 준비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잔치를 준비하는 그 중심에 딸아이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로 축하받아야 할 딸아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이웃이나 축하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느낌이었다. 떡과 과일을 비롯한 모든 음식들과 준비물들이 백일잔치를 축하해 주러 오는 손님들에게 맞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님으로 초대 받고, 우리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친구들은 빈손으로 오지를 않았으니 큰 문제였다. 그저 오붓하게 밥 한 끼를 먹자고 이야기해도, 그들은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러니 나로서는 단순히 주고받는 정, 그 이상을 넘어 부담이 된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이 번에는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우리 집 네 식구끼리만 잔치를 연 것이다. 잔치라야 미역국에 쌀 밥 한 그릇씩이 고작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잔치를 연 것 같았다. 주인공인 민웅이를 한 가운데 놓고서, 세 식구가 둘러 앉아 기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또 온 마음을 다해 진심어린 축하를 해 줬기 때문이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노래를 부를 때에 녀석은 우리 세 식구에게 살포시 웃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 때문에 딸아이의 질투를 사긴 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해맑던지 꼭 깨물어 주고 싶은 정도였다. 녀석은 또 축하 기도를 할 때 두 다리를 땅 바닥으로 밀면서 자꾸만 머리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만큼 자기도 우리 세 식구처럼 한 식구가 됐다는 것을,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싶었다.

사실 민웅이가 많이 컸다. 오줌도 예전보다는 많이 싸고, 똥도 많이 싸기 때문이다. 싸는 것만큼 커 가는 게 아이들인가 싶다. 우유를 먹고 잠을 자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길어졌다.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울던 녀석이 이제는 세 시간 이상을 버텨 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울곤 했던 일들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그때마다 엄마나 아빠가 옆에 붙어 있어야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게 됐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저 말똥말똥 두 눈을 뜨고서 하늘을 쳐다보거나 옆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볼 뿐이다. 그리곤 누군가가 멀리 있어도 그것 때문에 한 숨을 놓으며, 그저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을 되풀이 하고, 또 옆으로 몸을 움직여 봤다가 이내 제 자리 모습을 하기도 한다.

그 모두가 엄마 아빠를 그만큼 편안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인데, 녀석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제 때에 맞게 더욱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 녀석 백일을 맞이한 오늘, 그렇듯 여기저기 이웃집과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예전과는 달리 그저 우리 세 식구만 둘러 앉아 민웅이 녀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이 때문에 녀석이 훗날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편으론 뿌듯하고 또 마음 한 구석엔 잘했다는 자부심도 든다. 이곳저곳 사람들에게 알려서 성대한 잔치를 하기보다는, 백일잔치의 중심에 서 있는 아들 녀석을 위한 소중한 잔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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