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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을 뛴 선수들
시합을 뛴 선수들 ⓒ 고기복
지난 일요일(9/11) 우리 쉼터와 인근 교회 축구팀과의 친선 축구 경기가 가까운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있었습니다.

원래는 인도네시아팀과 베트남팀이 시합을 하여 오는 10월에 있을 이주노동자 축구시합 대표를 뽑기로 했는데, 베트남 공동체에서 인원수가 부족하여 선수 선발을 위한 시합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친선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축구 시합을 위해 2시까지 쉼터에 모여든 사람은 어림잡아 30여명. 처음에는 인도네시아인들끼리 두 팀으로 나눠 공을 차며 발을 맞추고 있었는데 마침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회 축구팀이 있어서 자연스레 친선시합을 하자는 말이 오갔던 모양입니다.

시합이 시작되어 모여들기 시작한 친구들까지 하면, 응원에 있어서는 인도네시아팀이 압도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외부에 일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던 저는 시합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로 차를 운전하고 있었는데, 쉼터 상담실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축구 잘하는데요. 앞의 서너 명은 많이 해 본 솜씬데요. 잘하면 이기겠습니다."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소식에 궁금증만 더해졌습니다. 그런데 운동장에 막 도착할 즈음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축구 끝났는데 졌어요. 2:0."

너무 아쉬웠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경기 결과에 대해 물었습니다.

"우린 축구화도 없고, 유니폼도 없었어요. 잘 할 수 있었는데…."
"전반에는 0:0으로 잘 했는데 후반 다 끝날 때쯤 힘이 부치는지 몰아치기로 두 골을 먹었어요."
"연습이 부족했어요."
"처음 발을 맞춘 것치고는 잘했어요. 다음 번에는 조금만 하면 이길 수 있어요."

아쉬움은 저보다 직접 축구를 했던 친구들이 더한 모양인지 저마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전반적인 의견은 뒷심이 부족했다는 말과 함께 선수비 후공격 전술로 공격진이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한 점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다들 흥건히 젖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어찌됐든 다음 경기에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들을 보여줘서 보기 좋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몇몇 친구들이 샤워를 하는 동안 출출해진 속을 채우려고 인원수를 센 다음 컵라면을 박스 채 사다가 돌렸습니다. 뒷심이 부족했다는 친구들에게 라면밖에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신속하게 허기를 채우려면 음식을 하거나 주문하기보다, 라면이 제일이겠다 싶어 준비했는데 그것도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친 몸을 끌고 천천히 쉼터에 도착한 인원을 세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늦은 친구들은 피곤하여 만사 귀찮은지 먼저 들고 있는 친구들에게 손사래를 저으며 됐다고 하더군요.

역시 뒷심 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

너무나 얌전한 응원단
너무나 얌전한 응원단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우리쉼터 인니공동체는 오는 10월 23일 안산문화제에 있을 나라별 축구시합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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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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