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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농수산물 거리에는 '사랑권 가맹점' 펼침막이 곳곳에 보인다
포항 죽도시장 농수산물 거리에는 '사랑권 가맹점' 펼침막이 곳곳에 보인다 ⓒ 추연만

"사랑권 갖고 온 손님은 더 반갑죠." 세영상회 주인
"사랑권 갖고 온 손님은 더 반갑죠." 세영상회 주인 ⓒ 추연만

"아줌마, 무 1개 얼마입니까?"
"이건 2천원, 저건 천5백 원"
"아줌마, 2천원 무 한 개만 사고 싶은데, 죽도시장 상품권 줘도 됩니까?"
"아이고! 새댁아, 되고말고. 5천원 권을 주면 3천원은 당연히 거슬러 주지. 상가번영회 회원 거의 다가 '사랑권 가맹점'에 가입했어. 노점상도 사랑권을 받고 있어."


경북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는 2천원, 3천원, 5천원권 상품권을 주며 물건을 사는 소비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상인들도 상품권을 내미는 소비자를 더 반갑게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죽도시장 상품권은 작년 8월 26일 발매, 유통되어 어느덧 1년을 넘기며 재래시장 활성화의 명물이 되고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죽도시장 상인들은 2천원~5천원 저가형 상품권으로 소비자의 소액단위 구매패턴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실제 사랑권은 죽도시장 매출증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

"사랑권을 가진 소비자가 오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왜냐하면, 평소 죽도시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대다수이거든요. 어찌 반갑지 않겠습니까? 주로 젊은 분들이 많으며 자식들에게 사랑권 선물을 받은 어르신들도 종종 찾아옵니다."

재래시장 상품권 효과를 묻자 건어물 가게(세영상회)를 운영하는 여주인은 이와 같은 명쾌한 풀이를 해줬다. 매출이 얼마 올랐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사랑권 효과는 소비자들이 서서히 죽도시장을 다시 찾도록 한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비록 5%수수료 부담으로 마진폭은 줄지만 새로운 소비자들이 늘어 크게 보면 이득이란 설명도 곁들었다.

죽도시장 사랑권은 2천~5천원 권 상품권으로 소비자와 상인 모두 편하다는 평
죽도시장 사랑권은 2천~5천원 권 상품권으로 소비자와 상인 모두 편하다는 평 ⓒ 추연만
그래도 상품권이 직접적인 매출증대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궁금증은 여전히 남았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백남도 회장은 "자매결연한 포스코 건설 직원들만 매달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 가량 사랑권을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또 백 회장은 "상품권이 곧 죽도시장 전체로 확대할 것이며 상인들 수수료 부담도 없앨 계획도 짜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죽도시장은 취급 품목별 상인단체가 3개 있었으나 과일, 채소, 건어물 상인들이 주축이 된 죽도시장 상가번영회가 먼저 상품권 발매에 들어갔다. 130개로 출발한 사랑권 가맹점이 지금은 회원 90%가 동참해 800여로 가맹점 숫자가 늘어난 상태다. 나아가 점포뿐 아니라 노점상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죽도시장 상품권은 날로 쇠락하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평가돼, 죽도시장 다른 상인단체와 자매결연 기업들이 공동으로 상품권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상인들 변하면 재래시장 살아날 수 있어"
[인터뷰]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백남도 회장

▲ 백남도 회장
- (2천원~5천원) 저가형 상품권을 죽도시장에 도입한 계기는.
"죽도시장에서 31년째 장사를 하다 보니, 점점 죽어가는 재래시장 현실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백화점∙대형마트 번창에 맞서 재래시장을 살릴 길은 우선 상인 스스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가형 상품권을 선택한 이유는, 재래시장 성격상 1만원 이상보다 2천원, 3천원, 5천원권이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편하고 상인도 거스름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또 3만원 묶음(2천원권:3매, 3천원권:3매, 5천원권:3매)속에 주차권 1매를 서비스로 덧붙인 것도 소비자의 주차문제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는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다.

그리고 지난 5월 포스코 건설과 자매결연을 통해 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했고 이를 꾸준히 확산시킬 수단으로 8월 26일 '죽도시장 사랑권'을 만들었다. 처음엔 "안 된다. 미친 짓이다" 란 반응이었다. 그러나 1년을 꾸준히 활동한 결과 이젠 기업이나 공무원 ,사회단체들도 직접 나서는 등 지역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 상품권 발매와 더불어 다른 재래시장 활성화 방법은
"사랑권 자체로만 시장은 살아날 수 없다. 사랑권은 매출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재래시장에 오지 않는 소비자를 다시 찾게 하는 수단이다. 상인들에게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많은 주문을 했다. 매달 1회 '상인대학'을 열어 친절교육 등 의식변화를 유도하고 선진지역도 단체로 다녀왔다. 저도 얼마 전, 일본재래시장 활성화 현장도 보고 왔다.

포스코 건설이 매달 한 번 장보기 날을 꾸준히 전개해 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최근 동국제강 INI스틸도 죽도시장과 자매결연을 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상품권은 곧 죽도시장 전체로 확대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상인들이 부담한 5%수수료도 해결 방법이 나올 것 같다. 그러면 죽도시장은 더 활성화 되리라 내다본다."

- 일본 등 선진지 방문 소감과 앞으로 계획은
"동경의 한 시장이 10년 전엔 죽었으나 상인들과 지역민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형마트를 물리치고 시장을 활성화 한 현장을 봤다. 재래시장도 대형마트와 충분한 경쟁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네들은 점포별 개별 브랜드도 개발하고 시장 전체를 다른 곳과 차별화했다. 우리도 잘 단결하면 일본보다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매달 먹거리 장터를 열 것이다. 에를 들면 과메기장터, 과일장터처럼 우리시장 특색이 있는 이벤트를 할 계획이다. '차 없는 거리'도 계획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시간에는 시장 안에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방안을 상인들과 협의 중이다.

재래시장은 음식물 찌꺼기 등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시장 청결과 비용부담이 큰 문제였다. 그래서 쓰레기 감량사업을 관계기관에 제안해 예산확보를 했다. 내년 초에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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