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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뒷모습이예요. 얼마나 당차고 꿋꿋한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 분의 뒷모습이예요. 얼마나 당차고 꿋꿋한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습니다. ⓒ 권성권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낮, 그 분이 또 다시 교회 앞마당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 분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밀려왔다. '다시금 기회를 주기 위해 하나님이 보내셨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으니, 어제와는 달리 더 따뜻하고 정성스레 그 분을 맞았다.

"아저씨, 오늘도 오셨네요. 자 일어나세요."
"어휴, 죄송합니다. 한 숨만 자고 가려고요."

"그래요, 잘 오셨어요. 들어가시죠."
"근데 어떻게 여기에 오신 거죠."
"……."

그때부터 그 분은 자기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 놓았다. 고향에서 자란 이야기에서부터, 전기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 이야기, 그곳에서 쫓겨나서 14년 동안을 지금 이렇게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 그리고 가끔씩 다리 밑에서 잠을 잔다는 이야기 등 여러 것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분이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저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것만이 그 분과 나 사이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길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과는 달리 키도 반이나 작고, 등도 많이 굽은 그 분을 이해하기란 나와 그 분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3일 남았네요."
"무엇이요?"

"공사판에서 7일 동안 일을 했는데, 이제 3일만 더 하면 10일이잖아요."
"그런데요?"

"그러면 하루 4만원이니, 40만원을 받잖아요."
"그 돈 받으면 뭐 하시게요."

"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여관도 잡고, 물건도 사서 팔아야지요."
"참 대단하시네요."
"그렇죠. 세상은 재밌게 살아야 해요."

그 분이 하는 이야기를 듣자, 그저 동정심에 이끌려 쳐다보는 나 자신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미리서 그 분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재단하고 쳐다보던, 나의 모습이 되레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키에 굽은 등으로도 너무나 당당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그 분을 보며, 나는 물끄러미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곤 선한 마음을 전하려거든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베풀어야 할 것이고,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잘못된 것임을 그 분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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