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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포드 미니의 대체 모델인 아이팟 나노.
아이포드 미니의 대체 모델인 아이팟 나노. ⓒ 애플 홈페이지
애플과 삼성전자의 중소업체 죽이기가 시작됐다?

아이팟으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애플컴퓨터가 8일(현지시간) '아이팟 나노'를 선보이면서 벌어진 논란이다.

레인콤, 엠피오, 코원시스템 등 국내 업계에서는 아이팟 나노가 삼성전자의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하고도 파격가에 출시되자 "애플과 삼성전자의 중소업체 죽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애플의 저가정책이 가능했던 배경은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 저가공급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글로벌 '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세워 중소전문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아이팟 나노 "휴대용 음악시장 법칙 바꾸게 될 것"

아이팟 나노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플래시메모리를 쓰면 전력소비가 적어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어지고 크기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이팟 나노는 이러한 장점을 살려 크기를 명함 정도(9×4cm)로 줄였다. 두께도 6mm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격은 500곡을 저장할 수 있는 2기가바이트(GB) 제품이 199달러, 1000곡을 저장할 수 있는 4기가바이트(GB) 제품은 249달러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제품소개 행사에서 "나노가 아이팟 제품 중 가장 인기있는 버전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며 "전체 휴대용 음악시장의 법칙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달 말께 각각 23만원과 29만원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업체 제품과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다. 국내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예상한대로 애플은 경쟁사의 동급제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내렸다"며 "세계시장 1위 업체가 이렇게 나올 경우 가격경쟁을 해선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가격파괴' 배후로 삼성전자를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인 애플에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낸드형 플래시를 공급했기 때문에 이번 가격인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국 IT전문지 <씨넷>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i-Suppli)' 김남형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2/4분기에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45% 수준의 이익률을 확보했기 때문에 플래시 메모리를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수준이나 원가 이하로 애플에 공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제품을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 타입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대량구매를 통한 '바게닝파워(Bargaining power)'를 앞세워 원가를 절감하고 삼성은 MP3업체들의 플래시 메모리 타입 전환을 통해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향후 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데, 애플이 하드디스크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 "아이팟 나노 가격파괴 배후는 삼성"

애플의 아이팟 나노 출시로 국내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레인콤의 아이리버 U10, 코원시스템의 IAUDIO M5, 엠피오의 ONE.
애플의 아이팟 나노 출시로 국내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레인콤의 아이리버 U10, 코원시스템의 IAUDIO M5, 엠피오의 ONE.
하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음모론에 가까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MP3플레이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글로벌 '톱'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이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애플에 플래시 메모리를 저가에 공급하는 것은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에서 저장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량 되는데 아이팟나노의 가격을 보면 플래시메모리를 최대 50%정도 할인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소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애플-소니-삼성의 삼강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의 가격 흔들기는 다른 중소업체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하드디스크 타입의 제품에 주력하던 애플이 지난 1월 플래시 타입의 아이팟 셔플을 저가에 출시, 시장공략에 나서면서 경쟁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 업체 D&M홀딩스의 '리오'는 시장에서 퇴출 운명을 맞았으며 싱가포르 업체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이 감소하고 손실 폭이 커져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업체 레인콤도 애플의 저가전략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음모론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납품가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해외업체와 국내업체간 가격차별은 없다"며 "만약 애플에 50%가량 할인을 해줬다면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텐데 실적이 나오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저가정책을 기정사실화 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레인콤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된 이상 애플과의 가격경쟁은 하지 않겠다"며 "기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U-10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품이 기능면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애플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격을 맞출 필요는 있다"며 "중소업체들도 부품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원가 절감 방안을 찾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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