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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초 상차림
태평초 상차림 ⓒ 김우출

순두부에 비하면 묵은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음식이다. 먼저 메밀을 체로 치고 가마솥에서 끓인 뜨거운 물로 독을 뺀다. 기계방아에 5∼6회 빻은 다음에 물로 반죽을 하여 체로 거른 후, 자루에 넣어 다시 거른다. 가마솥에 넣어 한 시간 이상 저으면서 아궁이에는 불을 땐다. 이렇게 쑨 묵을 일정한 판에 넣어 식히고 적당히 말리면 우리가 말하는 묵이 된다. 이걸 썰어서 갖은 양념을 한 간장을 넣고, 김을 구워서 부셔 넣은 다음, 계란을 반숙하여 가늘게 썰어서 얹고 조밥과 함께 상을 차려 내면 묵밥이 완성된 것.

태평초는 묵을 썰어 넣은 다음, 김치와 돼지고기를 섞어 끓인 후에 갖은 양념을 해서 먹는다. 메밀묵과 순두부는 메밀과 콩을 오후 5시쯤에 씻어서 준비해 두었다가, 다음날 새벽 5시 30분쯤에 하나씩 번갈아 가며 만든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메밀은 적체를 없애고 열종과 통풍을 막아준다고 하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 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메밀묵 공정에는 손이 많이 간다.
메밀묵 공정에는 손이 많이 간다. ⓒ 김우출

필자는 몇 년 전 '메밀꽃축제'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그곳에서 느낀 생각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단편소설 하나로 봉평 전체가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메밀로 할 수 있는 각종 요리가 개발된 점은 좋은데 너무 계량화되고 상품화되어 이미 전통적인 맛을 잃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 묵집 식당은 힘이 들더라도 옛날 방식만을 고집하며 우직하게 이어가고 있다.

메밀꽃
메밀꽃 ⓒ 김우출

자식들도 소질과 솜씨를 이어받아 6남매 중 넷이나 음식과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박 사장은 이 태평초의 비법을 배워서 개업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무료로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예천과 부산, 그리고 용인에서 개업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새벽에 찾아가서 묵을 쑤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더니 정말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사람이 먹는 음식에 해로운 것을 첨가하여, 짧은 시간에 손쉽게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악질이다.

아! 잊을 뻔했다. 광고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박 사장님 큰딸이 가흥동에서 하고 있는 '성원 한정식'인데, 안동간고등어와 함께 쌈을 싸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이고, 남은 하나는 막내딸이 메이크업을 전공하여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장님, 저 약속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덧붙이는 글 | 계간 영주문화 2005년 여름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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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주고등학교, 선영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경작가회의, 영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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