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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국악 축전>의 홍보 포스터
<2005 국악 축전>의 홍보 포스터 ⓒ 2005 국악축전 조직위원회
흔히 ‘국악’이라고 하면 느리고 지루한 고전 음악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우리에게 국악이 특수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취미가 ‘국악 감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참으로 국악이 우리에게 머나먼 대상임을 느낄 수가 있다.

<2005 국악축전>은 일반인들이 보다 국악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구성된 큰 국악 축제이다. 이 축제는 지난 9월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개막식 <국악? 국악!(國樂? Gugak!)>을 시작으로 수도권 각지와 전국에서 30일까지 화려한 막을 올린다. 전체 공연이 모두 ‘국악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홈페이지 신청을 통한 무료 입장을 시행하고 있다.

국악인 황병기씨가 조직 위원장을 맡은 이번 행사는 철저한 준비와 홍보로 9월 9일 현재까지 고양의 어울림 극장과 평촌의 평촌 아트홀에서 열린 두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의 인기를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은 큰 관심은 지루한 국악 공연에서 벗어나 ‘국악과 현대 음악의 만남’, ‘국악과 미술의 만남’, ‘국악과 코미디(만담)의 만남’ 등 색다른 시도를 펼친 결과이다.

크로스 오버를 시도하는 국악 공연
크로스 오버를 시도하는 국악 공연 ⓒ 2005 국악축전 조직위원회
이러한 시도들은 최근 들어 크로스 오버 음악이 유행하는 것처럼 국악 또한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보다 대중적인 성격을 확보해 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9월 8일 어제 안양의 평촌 아트홀에서 열린 <소리, 그림이 되다>라는 제목의 공연 또한 색다른 연출을 통해 멋진 국악 크로스 오버 공연을 펼쳐 보였다.

국악 방송의 연출자 최효민은 인사말을 통해 이 퍼포먼스의 주제를 단원 김홍도의 그림 <선동취생도>(선동이 생황을 부는 그림)에서 취했다고 한다. 그림이 소리를 만나고 소리가 그림을 만나게 된 사연을 독특한 연출로 풀어내는 이 공연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공연장 입구에서 벌어지는 다도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이곳 저곳에 관객을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 바라 본 무대에는 영화 <알바트로스>의 주연 배우였으나 미술 공부를 하고 독특한 설치 미술을 시도하는 작가 강리나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무대 가운데에 놓인 빨간색 소파와 설치 작품들은 이 공연이 그저 ‘지루한 가야금 연주’나 듣는 국악 공연이 아님을 암시한다.

첫 번째 연주는 ‘수룡음(물 속 용의 읊조림)’이라는 제목의 단소, 양금, 아쟁, 생황 합주곡이다. 이 곡과 함께 펼쳐지는 다도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은 눈과 소리가 동시에 즐거워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준아씨가 부르는 여창가곡과 시조창 그리고 모던 발레가 공연된다. 어찌 보면 생뚱맞을 법한 모던 발레와 시조창의 접목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여기서 관객들은 연출가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다. 소리와 눈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공연, 국악과 현대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공연. 이 정도의 국악 공연이라면 아무리 국악에 문외한이라고 할 지라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네 번째 장에서는 드라마 <황태자의 사랑>에서 주제가를 부른 나윤권 씨가 나와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시원하게 불러 제낀다. 공연의 중간에는 직접 선유도 공연에서 촬영한 짧은 영화 한 토막도 끼어 있다. 그래서 공연 전체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하나의 주제 ‘선동(仙童)이 생황을 불게 된 사연’에 통합된다.

주인공 선동이 되어 마임을 펼쳐 보이는 배우 조아라씨는 판소리를 전공하고 연극 활동을 하는 창극 전문 배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게 아쉬우나 국악을 전공한 만큼 손짓 하나하나 율동 하나하나에 국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어 보기에 좋다. 연주와 어우러지는 몸놀림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번 국악 축전은 이처럼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한 축제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료 입장권의 경우 추첨을 통해 관객 수를 통제하고 있는데 의외로 미당첨 사례가 많다. ‘아무리 공짜지만 누가 국악을 보러 다녀?’라는 생각을 깨끗이 날려 버릴 만한 좋은 연출이 많기 때문이다.

9월 30일까지 열리는 모든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면 각 공연 팀들은 외국 투어를 통해 국악을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한다. 국악이 지루하다는 고정 관념을 없앨 수 있는 이러한 시도가 국내외에서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러면 더 이상 국악을 외면하는 사태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다른 장르에 밀려 구석으로 치우쳐 있던 국악 공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맞닿고 현대인들의 감성에 와 닿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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