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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신혼여행은 배멀미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울릉도 신혼여행은 배멀미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 구동관
여자 하나 남자 셋의 신혼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 난 참 좋다. 먼 곳으로 떠난 것도 아니고, 호화로운 여행도 아니었지만 나는 참 좋은 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가끔 신혼여행 이야기나 나올 때면 난 정말 자랑스럽게 내가 다녀온 신혼여행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다녀온 신혼여행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동감한다.

물론,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신혼여행을 쉽게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 몇몇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신혼여행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된다. 15년이나 지난 그 때의 여행기록을 펼쳐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자유로운 신혼여행을 꿈꾸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정보가 된다면 좋겠다.

1990년 10월.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오래된 일 같지만 신혼여행 풍속으로 따지자면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그동안 제주도 중심의 신혼여행이 동남아 등 가까운 해외로 바뀌기 시작했을 때였다. 대학에서 6년간 사귀었던 나와 아내는 신혼여행을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고민을 했다. 해외로 가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부모님들도 한 번 나가지 않았던 해외로 여행을 나서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꼭 한 번의 여행이라지만, 해외로 간다고 더 의미가 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국내 여행으로 가기로 정하고 여행지를 찾았다. 그 중 세 곳이 물망에 올랐다. 제주도와 지리산, 그리고 울릉도….

후배 둘과 함께 한 신혼여행, 남자 셋에 여자 하나의 신혼여행이었습니다.
후배 둘과 함께 한 신혼여행, 남자 셋에 여자 하나의 신혼여행이었습니다. ⓒ 구동관
세 곳의 장소를 두고 몇 번 토론을 했다. 그 중 제주는 아내와 내가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제외했다. 지리산은 신혼여행으로도 참 매력이 있는 곳이지만 쉬운 길이 아니어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결정된 곳이 울릉도였다. 장소를 정하고 여행정보를 찾으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숙박과 식사 해결이 그것이었다. 물론 그 당시 울릉도에 여행객을 위한 숙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숙소는 민박 수준에 가까웠다. 우리는 아예 배낭을 메고 식사를 직접 해결하는 여행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신혼여행 경비에서 여행 장비 일부를 구입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계획을 포함시켰다. 친한 동아리 후배 두 명을 함께 데려가기로 한 것이었다. 배낭을 메고, 자유로운 여행을 할 생각이었으니 후배를 데려가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호텔대신 민박을 이용할 계획이었으니 후배 두 명의 경비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제주나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의 반값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여자 하나 남자 셋의 신혼여행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드디어 신혼여행 출발. 대전에서 경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둘째날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탔다. 배를 타고나서 10여분 지나면서 배가 몹시 흔들렸다. 파도가 높아 배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참, 큰일이었다. 4시간 넘게 배를 타야하는데 타자마자 멀미를 시작했으니…. 어떻든 멀미에 죽도록 고생을 하고 울릉도에 무사히 도착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울릉도에 도착하고도 한참 동안 멀미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는데, 어렵고 먼 길을 가서 멀미 때문에 그저 쉴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민박집에 방을 정하고(그때만 해도 울릉도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었다. 지금은 콘도미니엄과 호텔도 있고, 썩 시설이 괜찮아 보이는 여관도 많다) 도동항 구경을 나섰다.

울릉도 도동항입니다. 울릉도는 가파른 절벽, 파란 바다가 잘 어울린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울릉도 도동항입니다. 울릉도는 가파른 절벽, 파란 바다가 잘 어울린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 구동관
사실 도동항 구경이래야 별 게 없었다. 지금은 그곳에 독도전망대며 독도박물관도 생기고, 해안 산책로도 잘 꾸며 두었지만 그 때만 해도 걸어서 20분 정도면 더 이상 구경할 거리가 없었다. 그 중 신기한 구경은 오징어 건조였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보니 그만이었다. 무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는 한가하게 바다 구경도 하면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금세 저녁시간이 되었다. 찬거리는 당연히 오징어를 생각했다. 우린 찬거리를 사러 갔다가 선착장 부근의 좌판에서 오징어회와 소주 한잔을 했다. 싱싱한 오징어라 맛도 아주 좋았다. 가격도 싸서 몸통은 그곳에서 회로 먹고 다리는 저녁 오징어국의 찬거리로 했다. 지금은 대도시에서도 오징어를 실은 차들이 돌아다니면서 오징어회를 팔아 많이 흔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육지에서 오징어회를 먹기 어려웠던 때라 더욱 별미로 느끼며 먹을 수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드디어 우릴 따라나선 후배들에게 일거리가 생겼다. 식사준비며 설거지까지 모두 후배들의 차지였다(좀 치사한 선배들인가?). 그렇게 울릉도에서의 첫 날이 지나면서 밤이 깊어가고 있을 때 작은 문제가 생겼다. 민박집이라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린 배멀미에 워낙 피곤했던 터라 일찍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지만, 건너방에서 후배들이 우릴 불렀다. "선배. 여기서 그 방 소리가 너무 잘 들려. 우리 나가서 당구라도 한 게임 하고 올테니 그리 알아요…. 두 시간이면 돼죠?" 이러는 것이었다. 참 눈물겨운 후배들의 배려였다.

하지만 우린 아무 일 없이 그냥 일찍 잤다. 다음날 날이 밝고 아침을 해 먹으면서 후배들이 이런 투정을 했다. "우리가 어제 얼마나 고생한지 알아요? 시골이라 당구장도 하나밖에 없지, 당구대도 좋지 않아서 공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겠지. 그렇다고 두 시간 있다 온다고 했는데 바로 들어갈 수도 없지. 바람은 거세서 추웠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참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쌍한 후배들….

 

덧붙이는 글 | 15년 전 다녀온 신혼여행 이야기를 살짝 꺼내봅니다. 두번에 나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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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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