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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 청주시장
한대수 청주시장 ⓒ 곽교신
- 정말 애쓰셨습니다. 봄에 있었던 <직지 어울마당>부터 이번의 <2005 유네스코직지상>까지 모두 지켜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행사를 보여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행사 주관 도시이자 직지 고향의 시장으로서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힘들었지만 보람이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불철주야' 혼신을 다한 청주시청 직원과 모든 청주시민, 또 관심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의 힘이 모여 행사를 잘 마치게 되었습니다. 수상자인 체코국립도서관 예첵(Vlstimil Jezek) 관장이 수상 소감에서 '언론이 관심을 갖고 알린다면 세계적으로 오스카상보다 유명해질 소지가 있는 상'이라고 한 것은 수상자의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닙니다.

국내 언론의 지속적이고 깊이있는 관심은 직지의 가치를 상세하게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요. 지역에서는 많이 보도합니다만, 이렇게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전국 단위 뉴스매체가 더 많을 때, 직지는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 충고의 말씀으로 겸허히 듣겠습니다. 말씀 중에 '언론의 관심'이란 부분에 유독 힘을 실으셨는데, 혹시 중앙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을 언론에다 돌려서 말씀하신 건 아니신지요?
(모두 웃음)"솔직히 아니라 할 수는 없겠지요. '직지'를 왜 목숨 걸듯이 소중히 다뤄야하는지를 중앙정부 문화정책 입안 라인에 누누히 설명하고 2005년도 예산 배정을 요청했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작년 정기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예산이 거절된 아쉬움보다 청주시장이 아닌 고려국 후손의 국민으로서 심히 부끄럽더군요. 청주시가 한 해 직지로 13억쯤을 쓰는데, 그때 지원 요청액이 9억으로, 좀 괜찮다하는 영화 한 편도 못 만드는 금액입니다. 직지의 문화적 위상 인식이 영화 한 편 제작비보다 낮게 매겨진 것 같아 시장이 아닌 국민으로서 안타까웠지요."

- 그러셨군요. 혹시 요청 예산 전액 삭감 때 직접 또는 우회적으로라도 삭감의 이유에 대해 들으신 것이 있습니까?
"네… 솔직하게 그대로 전해드리면, '금액은 고하간에 모든 지방축제에 어떻게 중앙에서 일일이 지원하느냐'가 전액 삭감의 이유였습니다. 이건 무서운 말이지요. 청주시는 직지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직지 관련 행사에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많은 예산을 씁니다만, 중앙정부는 국가적 행사를 청주시가 대신 치르는 것으로 보질 않고, 수많은 지방 축제의 하나로만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직지'는 이미 세계가 소중히 생각하는 기록유산임에도 직지의 가치는 우리보다 세계가 더 소상히 잘 아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이번 행사에 공식 비공식으로 다녀간 외국인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밖에서 더 잘 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그런 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 바로 지난 봄에 발족된 '세계직지문화협회'의 활동 목표이기도 할텐데요, 직지 세계화란 말에 대한 청주시의 기본 개념과 세계화에 대한 청주시의 계획을 말씀하신다면요?
"지난 봄 직지세미나 때 기자님이 '국내화도 제대로 안 된 마당에 무슨 근거로 국제화를 하겠다고 주장하느냐'고 호된 질책성 질문을 하셨단 얘길 전해들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축구에서도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 하듯이, 한 마디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직지의 국내화가 곧 세계화입니다. 거꾸로 공격적인 세계화는 적극적인 국내화도 됩니다. 이는 행사를 준비하며 자주 느끼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상장 개념을 모조리 깬 '두루마리 직지상장'이 만들어진 우여곡절을 실은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나가고 나서, 청주시가 큰 일을 한다며 많은 격려를 받았는데, 상장 하나에 예산을 너무 많이 쓴다는 비난이 쏙 들어간 것도 그때 이후입니다. 이것이 적극적인 세계화가 곧 국내화인 산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국내화와 세계화는 동떨어진 별개의 개념이 아니러 함께 움직이는 동시 병행 개념입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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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머무는 직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직지

- '국내화와 세계화는 병행 개념'이라는 말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럼 직지상의 문화적 당위성을 주창하고 결국 시 조례를 만들어 직지상을 현실화 시킨 공격적인 시장으로서 세계화에 대한 공격적인 계획도 있으실텐데요?
"직지의 간접적인 세계화 계획입니다만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린다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아시아 지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일체의 관련업무를 주관하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센타"가 독립 사무실이 없습니다. 이를 청주에 유치할 예정입니다. 즉 청주시에 세계기록유산관련 국제기구를 유치하겠단 뜻입니다."

- 받아들이는 쪽에선 당돌하게도 생각될텐데요, 이미 제의를 하셨습니까 아니면 복안 단계의 계획이십니까? 혹시 앞선 보도가 계획을 그르치는 건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아직 토의 단계입니다만, 구체적인 공식 제의를 작년 10월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했고 일부 긍정적 답변도 들었습니다. 유치에 따른 관련 회원국의 이목도 있는 등 서두를 일은 아니지요. 세계기록유산 관련기구가 청주에 있어야하는 당위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도 필요하니까요. 여론을 모아야지요. 직지상 제정 때도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랬었습니다."

- 여러가지 욕심이 많으시겠지만 계획 중 한 가지만 더 말씀해주신다면요?
"지난 번 국회 직지홍보전을 마치고 느낀 점인데, 외국에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타 도시에서 국민을 상대로 직지의 문화가치를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서울에서 내외국의 왕래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서 직지관련 홍보전시관을 열 계획입니다. 그동안 개발된 직지 관련 문화상품도 선보이면서 과거에 머무는 직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직지의 역동성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 투자 대비 효과가 클 것 같은데, 장소는 선정하셨나요?
"구체적인 계획은 있습니다만 가게 임대료가 올라갈까봐 아직 발표하진 않겠습니다." (모두 웃음)

- 아직 절차가 남긴 했습니다만 청주청원 통합이라는 난제를 구체화 시키신 시장님답게 실리에 밝으십니다. 각종 축제의 효율성에 대해 재고 여론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실리 문제가 나온 김에 직지 축제의 수익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솔직히 아직은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직지 관련 모든 행사가 수익을 목표로 시작하진 않았습니다만, 수익성은 깊이 고려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행히도 문화관광객의 유치에 직지가 좋은 재료가 된다는 것을 이번에 또 확인했습니다. 직지로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높이는 것이 지금까지의 목표였습니다만, 직지의 품위는 유지하면서 문화상품으로 수익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서둘 일은 아닙니다. 직지의 문화인프라 저변이 아직은 약합니다."

- 직지의 문화적 자존심을 의식하셔서 그런지, 가급적 답변 수위를 조절하시는 느낌이 드는데요? 끝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직지는 자치단체 청주만의 문화상품이나 축제 소재가 아닙니다. 직지가 청주 흥덕사에서 찍혔기에 청주가 이를 떠맡고 있을 뿐입니다. 청주마저 직지를 외면한다면 직지는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이는 세계가 비웃을 일이기에 청주는 많은 예산을 직지에 씁니다. 청주의 어떤 인사가 청주가 직지에 돈을 많이 쓴다고 '청주는 운이 나쁜 도시'라고 우스개 말을 하더란 얘길 기사에 쓰셨던데 재정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많은 데 힘이 부치지요.

작년에 요청했던 그 정도의 액수(9억)만이라도 중앙에서 지원된다면 그 돈은 전액 학술적 보완 부분에 투자할 생각이었습니다. 학문적으로 보충할 곳이 많습니다. 관련 전문학자들을 초빙하여 요소에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현재 배정 예산으로는 모든 직지 행사를 없애야만 가능하니 답답하지요. 청주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앙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당면 문제입니다."

한 시장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기자가 답변을 잘라야 했다. 다음 스케줄을 거듭 알리는 비서실의 귀띔에도 또 말을 이었다. 이는 직지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시장으로서의 애정으로 보여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 스산한 마음이었다.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직지 가치의 일부일 뿐이다. '첨단 IT 강국 대한민국'의 뿌리는, 고려 때 이 땅에 금속활자로 대량 정보전달의 혁명을 일으킨 '첨단 정보국가 고려'에서 비롯된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후손들은 금속활자의 인류 문화사적 엄청난 가치를 십분의 일이라도 알고 있는걸까. 이 일이 9억 예산을 깎네 마네 할 일일까.

덧붙이는 글 | 전임 시장은 직지를 유네스코에 가록유산으로 등재시켰고, 현 시장은 유네스코에 직지상을 제정하게 했습니다. 자연히 다음 시장의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기자만의 마음이 아닐 겁니다.  

큰 일을 하다보니 공도 있고 과도 있었지만, 직지에 바치는 청주시의 노고에는 거듭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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