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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마투리' 공연을 마친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고별인사를 하고 있다.
'하나 마투리' 공연을 마친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고별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당

친구의 초대로 지난주 주말을 이용해 일본 오사카(大阪)에 다녀왔다. 8월 28일 오후 오사카 그랑큐브(국제회의장)에서 열린 '8·15 조국광복 60주년과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한 재일 코리안과 오사카 주민 친선교류 페스티발―오사카 하나 마투리'에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하나'(ルナ)는 한국어로는 '한 개'이지만 일본어로는 '꽃'이라는 의미다. '마투리'(マトウソ)는 고대 부여의 제천의식(祭天儀式)인 영고(迎鼓)에서 유래된 말로 '축제'를 뜻하는 일본어 '마쓰리'(祭)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하나 마투리는 '하나가 되는 대동제'이기도 하고 '꽃의 축제'이기도 하다. 즉, 이 이름은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민단) 및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총련)계를 합쳐 20여만명의 교민이 살고 있는 오사카에서부터 남북한 및 일본인이 화합해서 공생의 꽃을 피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6·15 정신'이 낳은 '하나 마투리' 속의 '작은 차이'

3천석 규모의 그랑큐브 객석을 가득 메운 재일교포 관객들.
3천석 규모의 그랑큐브 객석을 가득 메운 재일교포 관객들. ⓒ 오마이뉴스 김당
'하나 마투리'를 낳은 것은 이른바 '6·15 정신'이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및 공동선언을 계기로 교민이 가장 많은 오사카에서 먼저 민단과 총련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이어 그해 12월 양측이 화합의 축제를 열기로 합의하자 일본측이 오사카돔을 무료 대관함으로써 2001년 3월에 처음으로 3국 합동의 첫 '하나 마투리'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2003년에 이은 세 번째 '하나 마투리'다.

세 번째 행사이지만 공동행사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혼자 결정하면 편한데 매사를 의논해서 해야 하니 피곤하다는 것이다. 다름에서 오는 낯섬과 거부감도 있다. 60년을 다르게 살고 이제 겨우 세 걸음을 떼었을 뿐인데 낯설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할 법하다.

민단과 총련은 6·15 정신에 입각해 기획과 조직사업을 공동으로 했고 3천석 규모의 행사장(오사카 국제회의장)에 참석할 관중에게 배포할 입장권도 사이좋게 1500장씩 나누었다. 그러나 '작은 차이'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교민들이 입장할 때 제공하는 행사안내 팜플렛부터가 달랐다. 민단 것은 이번 행사에 찬조금을 낸 기업들의 광고전단으로 가득 찬 40쪽짜리 책자인데 비해 총련 것은 달랑 식순만 적혀 있는 2쪽짜리 전단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일본어와 한자로만 돼 있었고 후자는 한글과 일본어를 병기했다. 전자가 외화내빈이었다면 후자는 초라해 보였다.

민단계열인 금강학원 소학교와 건국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무용은 화려했으며 총련계열에서는 유일한 고교과정인 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군무(群舞)는 평양에서 본 군무처럼 절도있고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서로 정성껏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10대들의 때묻지 않은 천진난만함이 그득 배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오사카의 13개 총련계 학교와 민단계 학교 가운데 동오사카 조선중급학교·북오사카 조선초중급학교(민족악기 연주)와 오사카 조선고급학교(군무), 금강학원 소학교와 건국학원 중·고등학교(무용)가 참여했다.

민단·총련 대표들, 6·15 때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번쩍 드는 장면 연출

대기실에서 서로 머리를 땋아주고 분장을 해주는 오사카 조선중·고급학교 여학생들.
대기실에서 서로 머리를 땋아주고 분장을 해주는 오사카 조선중·고급학교 여학생들. ⓒ 오마이뉴스 김당
1부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영상물 공연은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반세기 만에 만나 서로 손을 부여잡고 번쩍 드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재일 조선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식민지배 하에서의 징용과 해방 그리고 분단…
. 그리고 다시 6·15의 벅찬 감회가 이어졌다.

1부 행사가 끝나고 기념식이 시작되자 민단과 총련 대표들이 무대로 올라와 6·15 때 남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연출한 극적 모습 그대로 서로 손을 부여잡고 번쩍 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창식 민단 오사카 지방본부 단장은 "모든 이념을 초월해 전 동포가 하나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시작하더니 "다음부터는 일본말로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재일동포 2·3세들이 대개 그렇듯이 김 단장에게도 한국말보다는 일본말이 더 익숙한 듯했다.

김봉형 총련 오사카 지방본부 위원장은 유창한 조선말로 "외세에 의한 분단과 분열의 역사가 남긴 교훈을 새겨 6·15 정신에 따라 민족끼리 전민족 대단결하자"고 역설했다.

1부 행사에서는 유일한 일본인 공연 참가자인 신야 에이코(新屋英子)의 1인극 '신세타령'이 눈길을 끌었다. 재일교포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교포 사회의 애환을 주제로 1인극을 해온 이 할머니 연기자는 유머 넘치는 재담으로 관중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도쿄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하는 총련계 금강산가극단과 민단 초청으로 서울에서 온 가수 이안이 어우러진 2부 행사였다.

총련계 금강산가극단과 민단 초청가수 이안의 어울림 무대

창립 50주년을 맞은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상고와 장고' 리허설 장면.
창립 50주년을 맞은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상고와 장고' 리허설 장면. ⓒ 오마이뉴스 김당

금강산가극단은 1955년 재일조선중앙예술단을 전신으로 창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유서깊은 예술단이다.

단원이 60여명인 금강산가극단의 대표 공연작품은 음악무용곡 '금강산의 사계절' 등으로 해마다 러시아, 독일, 미국, 중국, 북한 등 해외공연과 일본 지방공연을 하고 있다. 이번 오사카 하나 마투리에는 이 가운데 20여명이 참석했다.

금강산가극단은 장새납(태평소)·가야금 독주와 기악합주 등을 공연했는데 특히 상모 2명과 여성 장고 무용수 4명이 펼친 무용 '장고와 상모'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관중을 압도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중가수로는 두번째로 민단과 총련이 함께 기획, 통일을 염원하는 공연무대에 선 가수 이안은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와, 민요 '아리랑'을 '쾌지나칭칭'에 접목해 현대화한 '아리요' 그리고 히트곡 '물고기자리'를 부른 국악전공 가수이다.

이안은 이날 공연에서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물고기자리' 외에 일본의 유명한 발라드 가수 미샤의 'Everything' 그리고 '오나라', '아리요', '쾌지나칭칭' 등을 불러 동포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가수 이안의 오사카 공연 리허설 장면.
가수 이안의 오사카 공연 리허설 장면. ⓒ 오마이뉴스 김당
이안의 소속사인 아지기획의 조재형 대표는 "작년 오사카 단독 공연과 7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청년상공회의소 40돌 기념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 인연으로 민단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이번 무대에 서게 됐다"며 "민단과 총련이 하나가 되어 꾸미는 뜻깊은 무대에서 노래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사카 민단과 총련 간부들은 '하나 마투리'를 마치고 이날 저녁 시내 명월관에서 금강산가극단과 이안을 초대해 뒤풀이 만찬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금강산가극단원과 이안은 즉석에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구었으며 민단과 총련 간부들은 서로 자리를 옮겨 술을 주고받으며 어우러져 자연스레 '하나됨'을 과시했다.

이르면 9월에 정규2집을 발표할 예정인 가수 이안은 오는 10월 30일 오사카성(城) 태양광장에서 열리는 '원 코리아 페스티벌'에 이어 11월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한류(韓流) 스타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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