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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표지입니다. 1권과 2권이 따로 있습니다.
책 겉표지입니다. 1권과 2권이 따로 있습니다. ⓒ 한울
서울은 조선왕조시대 때 그 공식명칭이 '한성부(漢城府)'였다. 대한제국 시대에도 그랬는데, 1910년에 일제가 식민지 정책을 펴면서 서울은 '경성부(京城府)'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35년간 그 이름을 쓰다가, 8.15 광복 후 만 1년만인 1946년 8월 14일에, 미군정청 공보부가 한 특별 발표를 기점으로 서울은 '자유독립시(Freedom Independent City)'가 된다. 이를테면 그때까지도 서울은 경기도에 딸린 한 지방관청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 군정청에 근무했던 공무원에게는 '자유독립시'라는 말을 번역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독립시'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불쑥 '특별부제(特別府制)'라고 이름 지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특별시'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손정목 씨가 쓴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1.2>(한울.2005)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광복 당시 100만이 채 안 된 서울이 어떤 과정을 거쳐 1,000만이 넘는 도시로 발전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물론 무령왕릉 발굴로 인해 일약 핵심도시로 떠오르는 '공주'라든지, 대형 가스 폭발 후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 '이리'라든지, 북한이 지니고 있는 장거리포탄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는 제 2 정부 종합 청사 건립 후보지로 지목됐던 '과천' 같은 곳도 조목조목 헤아리고 있지만, 중심은 서울에 국한돼 있다.

이 책에는 광복 이후 최초로 세워진 아파트는 1958년에 세워진 종암아파트였다는 것, 일본이 가져 온 공창제도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폐지되고 대신 사창이 성행하게 된 과정,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자리가 그 옛날 이승만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우남회관' 자리였다는 사실, 남산 1.2호 터널이 1968년 1.21 김신조 무장공비 사태와 그해 10,11월에 일어난 울진 삼척 공비 침투 사건 때문에 서울 요새화 계획에 따라 굴착되었다는 사실 등을 알려주고 있다.

또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서울 시내에 전차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버스와 자동차가 들어 선 과정, 무허가 판자촌을 허물고 지은 와우 아파트 붕괴, 당시 성행했던 일자리는 다방과 술집 그리고 음식점이었다는 사실 등도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그 중심축이 가장 진지하게 쏠려 있는 것은, 1권과 2권 모두에 무게 있게 실려 있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가 1965년에 수립한 시정 10개년 계획도 인구 집중 억제를 내용으로 담았고, 건설부가 마련한 국토계획 기본 구상도 국토의 균형 개발로 대도시 인구 집중을 억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1969년 5월 31일에는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수도권문제심의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 방안이 청와대 정무비서실 주관하에 17개 부처가 참여하여 작성되었다."(1권 132쪽)

"박 대통령이 임시 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밝힌 때는 1977년 2월 10일 오전에 있었던 서울특별시 연두순시 석상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서울시 간부(공무원교육원장)로서 그 자리에 배석하고 있었다. 구자춘 시장과 하점생 교육감의 시정방향 보고에 이어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전달이 있었다.… 대통령의 발표 후 대전․청주․공주 등지의 땅값은 순식간에 수배 또는 수 십 배씩 치솟았다고 한다."(2권, 40쪽)

당시 박 대통령은 캄보디아나 베트남 그리고 라오스 같은 국가가 공산화되는 도미노 현상을 보면서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북한과 맞서 싸우기에는 서울특별시 인구과밀화 현상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데 따른 처방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것이다.

그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1977년 10월에는 대규모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그 후 1978년부터 79년까지 해외유학파 황용주씨 주도로 KIST 내에 지역개발연구소를 두어 또 다시 대규모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제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문제와 10월 26일에 일어났던 박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인해 그 일은 일단락 된다.

그런데 손정목씨는 이 책 2권 마지막에 가서 '노무현 정권의 천도계획 전말' 부분을 싣고 있는데, 이는 '1970년대 행정수도론의 전말'과 궤를 같이 하여 대비하여 보여 주는 것으로서,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특별시와 관련하여 예나 오늘이나 그만큼 중요한 문제인 까닭에 그렇게 짚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다만, 서울은 지난 10여 년간 매년 인구가 절대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고, 수도권 집중문제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더욱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서울은 서울대로 놔두고 행정부만 임시로 옮기겠다고 한 점을 들어 수도란 그렇게 쉽게 옮길 수 없는 것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국토 균형 발전이나 고질적인 서울 및 수도권 집중구조, 서울을 정점으로 한 서열주의 해체는 그 명분이 약하다며 후보 시절에 하겠다고 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도 실시하지 않았고, 건설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 신수도 건설에 따른 희생이 초래할 결과를 브라질을 예로 들어 짚고 있다.

"참고로 브라질은 신수도 브라질리아 건설(1955-1960)에 소요된 막대한 건설비 때문에 대단한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으며, 드디어 1964년에 군사 쿠데타로 군사 정권이 들어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345쪽)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 2

손정목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8)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 1

손정목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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