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주 특별한 동창회. (오른쪽 하단에 모자쓴 분이 초등학교 스승)
아주 특별한 동창회. (오른쪽 하단에 모자쓴 분이 초등학교 스승) ⓒ 정경해
이야기를 들어 보니 보통 모임이 아닙니다. 또한 이런 모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럽기도 합니다.

지인인 정 선생님이 초임발령을 받은 곳은 충청북도 단양군 보발초등학교입니다. 처음으로 4학년 담임을 맡았고 33명의 아이들과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객지에서 아이들에게 쏟은 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특히 운동을 좋아하던 선생님은 교과목외에 아이들에게 핸드볼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시골학교에서 군대표로 뽑혀 도시아이들과 시합도 하러 다녔지요.

그렇게 5학년과 6학년까지 쭉 삼 년씩이나 담임을 맡아서 그런지 더욱 정이 가는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그 학생들이 올해로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4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이제는 마흔 일곱 살의 어른이 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니 선생님을 잊을 법도 한데 그 동창생들은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선생님을 모시고 1박을 하며 동창회를 한다고 합니다. 다른 장소가 아닌 모교에서 말이지요.

혼자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곳도 전국각지에 다 흩어져 살지만 그 날 만큼은 온 식구 총 출동입니다. 여학생들은 남편과, 남학생들은 아내와 함께 오니 서로 친하게 되어 자녀들까지 즐거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직업과 살아 온 모양이 다르니 해마다 이야기 거리가 많지요.

동창생이 만든 맛난 요리들
동창생이 만든 맛난 요리들 ⓒ 정경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중에도 그간의 안부를 묻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제천에서 중국집을 하는 분은 도마부터 그릇까지 모두 가져와 동창생 그 많은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진다고 합니다.

식당은 하루 문을 닫고 이곳에서 봉사를 하게 되지요. 그 분의 손만 거치면 훌륭한 요리가 되어 나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 자장면부터 듣도 보도 못한 어른들을 위한 요리를 맛보게 되는 동창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돈만 있으면 맛볼 수 있는 요리는 많습니다. 하지만 동창생들에게 직접 맛있는 요리를 해주려고 땀을 흘리며 애를 쓰는 정성은 보기 힘들지요. 더군다나 올해는 고향을 지키는 동창 분들이 토종돼지를 두 마리나 선사하여 큰 잔치가 되었답니다.

선생님과 함께 동창회장인 안인상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시라고 했더니 “우리는 선생님이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형님 같고 친구 같다”며 동창회장인 안인상씨가 구수한 억양으로 이야기 합니다. 바로 이 분이 동창생들에게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준 분입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함께 늙어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마냥 행복한 표정입니다. 사모님이 한마디 거듭니다. “저도 해마다 함께 오는데 정말 이런 모임은 흔치 않을 거에요” 서로의 사이가 돈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서를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합니다. 저도 물론 식구들과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까 바다로 산으로 가게 되지요.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피서를 생각해 본적도 없는 저로서는 많이 부러운 부분입니다. 저처럼 여러 차례 전학을 다닌 사람은 더군다나 동창모임이 어렵습니다.

여러 학급의 학교를 다닌 분들도 해마다 바뀌던 동창 얼굴 기억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 분들은 한 학년이 한 학급이라 내 식구처럼 눈뜨면 만나던 친구들이니 새록새록 생각이 나겠지요. 그래서인지 전학을 간 학생들도 이 모임만은 모두 오고 있답니다.

충북 단양이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으로만 알아 왔는데 정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이 아름다운 모임이 계속되어 앞으로 더욱 정겨운 이야기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5 이 여름을 시원하게' 2차 공모작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