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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모씨의 전방위 로비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홍모씨의 전방위 로비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오마이뉴스 안홍기

[반론] 경찰 "강 경위 구속, 홍씨와 무관"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강순덕 경위가 구속된 사건과 브로커 홍아무개씨 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관내에서 발생한 강도강간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범인 김아무개(52)씨에게서 경찰관의 인적사항이 도용된 위조 운전면허증이 발견됐고, 이를 추적하면서 강 경위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강남경찰서 정성기 형사과장은 "당시 담당형사는 물론 강남경찰서 누구도 강 경위가 브로커 홍씨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경찰이 홍씨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강 경위를 구속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이고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6시5분)
브로커 홍아무개(64)씨 로비 사건에 연루된 경찰 규모가 계속 늘고있는 가운데, 경찰 수뇌부가 지난 4월 홍씨 일기장에 나오는 경찰간부 명단을 이미 보고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수사 관계자 A씨는 23일 "4월말 홍씨 일기장이 경찰에 제출됐을 때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에게도 보고가 됐다"며 "경찰청에서는 그때 관련된 경찰 간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광역수사대장(전보 조치된 강아무개 경정)이 로비에 연관된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정상적인 지휘보고 체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층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지능수사 4반장이었던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경위가 (연루 경찰간부 명단을) 팀장에게 보고했고, 팀장은 (로비에 연루된) 광역수사대장을 거치지 않고 수사과장에게 보고한 뒤 부장을 거쳐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까지 보고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경찰 수뇌부가 지난 4월말 이미 전임 광역수사대장 등 경찰 간부의 연루 사실을 알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A씨는 이어 "경찰이 4월말까지 홍씨를 수사할 당시 홍씨가 강 전 수사대장 방에 자주 들러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강 전 수사대장과 홍씨가 서로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강 전 수사대장과 홍씨가 일기장에 대해 사전에 교감을 나눴으리라는 의심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로비 연루 경찰 8명 더 늘어... 은폐 의혹 증폭

이처럼 경찰 수뇌부가 지난 4월말 이미 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옴에 따라, 홍씨 로비 사건을 경찰이 감추려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던 18일 당시 7명이었던 연루 경찰은 23일 현재 15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 여부에 따라 로비 연루 경찰관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홍씨 수사에 관련된 경찰은 '은폐·축소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당시 수사 총책임자였던 강 전 수사대장은 홍씨가 가끔 자신의 방에 들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4월 보고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강 전 수사대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홍씨가 조사 당시 지나가면서 내 방에 들러 자기는 죄가 없다고 하소연한 적이 몇 번 있다"며 "하지만 나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없는 죄를 만들겠느냐고 홍씨에게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전 수사대장은 "그때 경찰 수뇌부에 일기장이 보고된 적이 없다"며 "나도 홍씨가 내 방에 들러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일기장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당시 수사 책임자의 이 같은 부인에도 은폐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홍씨 사기사건을 처음 수사한 강순덕(39) 경위 구속이 홍씨 일기장 수사와 연관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은폐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당 중진인 B의원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서울경찰청에 알아봤더니 강순덕 경위가 브로커 홍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강 경위보다 더 높은 (검·경) 상관들의 문제가 나왔다고 하더라"며 "강 경위가 그것을 파고드니까 운전면허증 위조 건으로 몰아넣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B의원은 또 "강 경위가 당시 홍씨를 수사할 때 '다 불어버리라'고 했고 (홍씨 일기장이) 그 과정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경위가 브로커 홍씨의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검·경 간부들의 이름이 적힌 일기장이 나왔고, 이를 수사하는 도중 구속됐다는 주장이다.

"강 경위가 파고드니까 운전면허 위조건으로 몰아"

강순덕 경위
강순덕 경위 ⓒ 연합뉴스
실제 강 경위는 홍씨가 잠적한 지난 4월말 이후 이미 확보한 홍씨 진술과 일기장을 토대로 기초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월초 강 경위가 수사를 직접 지휘한 군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홍씨에 대한 수사는 중단됐다. 그 뒤 6월 22일 강 경위는 수배자에게 돈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편 경찰의 은폐 의혹과 함께 검찰도 홍씨가 잠적한 시기에 수사중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전·현직 검사가 관련된 사건을 덮으려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홍씨 일기장이 지난 4월말 경찰 수뇌부에 보고된 게 사실이라면, 검찰 역시 검찰간부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강 전 수사대장은 "지난 4월 홍씨가 잠적한 뒤 군납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홍씨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자 검찰에서는 '사기 사건인 것 같은데 (홍씨를) 못 잡으면 빨리 수사를 종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 전 수사대장에 따르면, 경찰이 홍씨를 잡기 위해서는 통화내역 조회 등 특수수사가 필요한데 검찰이 "더 이상 승인을 못해준다"며 거부했다는 것. 이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또 최근 홍씨 일기장에 오른 검찰 간부를 자체감찰 후 조처하겠다고 밝혀 경찰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 19일 광역수사대장으로 교체된 유현철 경정도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우리(경찰)가 수사하겠다고 검찰에 말했는데 아직 답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23일 현재 홍씨 일기장에서 나온 검찰과 경찰 등 로비 관련자 명단은 애초 숫자보다 크게 늘어 모두 44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는 검찰 5명과 경찰 15명, MBC 관계자 7명, 금융권 관계자 4명,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 3명, 육군 중령 2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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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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