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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 걸까. 큰 녀석이 가을을 아는 모양인지 동생을 참 잘 대해준다. 예전 같으면 꼬집고 물고 야단법석을 피웠는데 이제는 점점 다르다. 갓 태어난 동생 곁에 나란히 눕기도 하고, 또 젖병까지 물릴 줄 안다. 가끔씩 동생을 다독거리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로 애틋하다. 그만큼 가을은 녀석들을 사랑으로 이끄는 계절인 듯 싶다.
텃밭 포도도 가을을 받아들이는지 제법 토실토실하게 익어가고 있다. 그 나무에 다섯 송이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맛만은 정말 좋다. 여러 알들 가운데서 한 알을 쏙 빼내어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포도는 그만큼 사람 맛을 돋우는 묘약이 있는 듯 하다. 가을은 그래서 사람 입맛과 사람 살맛을 한결 더 돋우는 계절이지 싶다.
가을은 그렇게 모든 것들을 채우고 맺어가는 계절 같다. 곡식들도 영글게 하고, 자녀들 간에도 사랑하게 하고, 사람 입맛과 살맛도 더 돋우는 계절이기에 그런 것 같다. 봄철 뿌렸던 씨앗과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가을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뭔가 들어 차 있지 않으면 왠지 씁쓸하고, 뭔가 이룬 게 없으면 허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배추와 가을무를 이 가을에 심기 때문이다. 양파도 마늘도, 다른 많은 씨앗들도 가을에 심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여름 큰물로 모든 게 쓰러지고, 잃어버린 그 자리에 새 씨앗과 새 소망을 심는 게 가을 이 때가 아니겠는가.
자란 열매와 세운 계획들을 거두고 맛보려고 하는 이 가을은 그래서 새 시작을 여는 텃밭이다. 가을은 봄과는 또 다른 새 땅을 일구고, 새 희망을 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가을로 접어드는 이 때에 비록 거둘 게 없고 남는 게 없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잃어버린 그 자리에 새 씨앗과 새 희망을 심기에 결코 늦지 않은 때가 바로 이 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