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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불법 도청'과 관련,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이날 저녁 11시께 귀가하며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안기부 불법 도청'과 관련,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이날 저녁 11시께 귀가하며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23일 오후 2시 검찰에 소환됐던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9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밤 10시 50분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섰다.

특히 천 전 원장은 지난 5일 국정원의 자체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다, (검찰에서) 그대로 다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2002년 3월까지는 불법 도감청을 했다"는 김승규 국정원장의 발표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파문이 예상된다.

천 전 원장은 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에 대해 "정보기관에서 통신정보 수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하고 장비를 사들이는 것은 고유 기능"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월권이 있을 수 있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월권을 하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지만 국가 안위를 위해 본의 아니게 저지른 과오는 우리 사회가 용서하고 포용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원장은 지난 99년 옛 안기부 '미림' 팀장을 지낸 공운영씨로부터 회수한 도청테이프와 관련 "보고를 받은 게 아니고 (내용을) 봤는데, 쓰레기들이다"며 "밥 먹으면서 한 잡담 등이 섞인 쓰레기"라고 말했다.

"테이프 내용 알지만 죽을 때까지 말 못해"

이어 천 전 원장은 "앞으로의 문제라면 정보가치 측면에서 이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이미 지나간 정권이 만든 쓰레기인데 내가 왜 관심을 갖겠냐"며 "도청테이프는 법에 의해서 국익에 입각해 깨끗하게 처리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도청 테이프) 내용은 일부 알지만 죽을 때까지 말하지 못한다,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라며 "정말로 쓰레기다, 정보적 측면에서 보면 쓰레기 중에도 더러운 쓰레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관련된 2개의 도청테이프를 가지고 공운영씨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파직된 하급 공무원하고 원장이 거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국정원장을 하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고 깨끗하게 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삼성 돈 받았다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언"

또한 천 전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는데 근거가 뭐냐"는 기자 질문에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정확하게 보도했다"며 "검찰에서 질문을 받고 <오마이뉴스> 내용을 그대로 카피해서 제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99년 홍 회장 발언은 X-파일과 무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천 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자금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김 대통령이 서경원 전 의원한테서 1만 달러를 받았다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절대로 문제가 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김 대통령의 '전언' 형식으로 홍 회장의 사례를 들었다.

"대통령이 97년에 대선자금을 받을 때도 정치자금법이 통과(11월14일)되기 전에는 기업체의 돈 받아도 불법이 아니었거든요.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그때까지 받았다는 거예요. 사실 홍석현(당시 중앙일보 사장)이가 삼성 돈을 가지고 그전에는 와서 한번 받았대요. 그런데 그 법 통과된 날 가져온 것은 그 다음 '빠꾸'시켰다(되돌려보냈다)는 거예요. 그때 받았으면 (나중에 보광그룹 탈세 사건으로 홍 회장이 구속되었을 때) 큰일 날 뻔 했다는 거죠."


다음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천용택 전 국정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돈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 근거가 도청테이프와 관련 있나?
"그것은 <오마이뉴스>에서 얼마 전에 그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보도했다. 오늘 검찰에서 그 질문을 받고 <오마이뉴스> 내용을 그대로 카피해서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자리에서 평생 존경했던 김 대통령 문제를 가지고 언론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못 하겠다."

- 공운영씨로부터 회수한 테이프 중 본인과 관련된 2개의 테이프를 받았다고 하는데?
"언론이 그동안 심한 보도를 했다. 심지어 공운영과 내가 거래를 한 양 의혹을 제기했는데 나는 국방과 국가안보를 위해 평생 45년간 몸바친 사람이다. 성격도 강직하고 굳다. 이미 파직된 하급 공무원하고 원장이 딜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어불성설이다. 국정원의 기본 구조나 생리나 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말단 직원이 원장하고 딜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런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다.

저는 국정원장 하는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깨끗하게 하고 나왔다. 국정원이 이스라엘이나 영국의 정보기관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다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 하고 나온 것은 아쉽다. 국정원장에 재직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조금도 부끄러운 일 한 적 없다. 공운영의 미림팀 테이프는 법에 의해서 국익에 입각해서 깨끗하게 정정당당하게 처리했다. 그 처리 과정에서 어떤 거래를 했다는 것은 인격을 모독하는 일이다. 여러가지 의혹 제기한 문제는 검찰에서 일일이 물어서 시원스럽게 답변하고 시원스럽게 해명하고 나왔다."

- 테이프 내용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전혀 없나?
"230페이지 테이프 내용에 대해 보고 받았냐는 얘기냐, 제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다. 저희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장까지 돼 있는데, 전 정권에서…. 쓰레기다. 정보로 보면 효용가치가 없는 쓰레기다. 그런 쓰레기 정보를 가지고 내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보고를 받은 게 아니고 봤는데, 쓰레기들이다, 쓰레기. 밥 먹으면서 한 잡담이 섞인 쓰레기다.

앞으로의 문제라면 정보가치로서 이용할 측면이 있었을 지 모르지만 이미 지나간 정권이 만든 쓰레기인데 내가 왜 관심을 갖겠나. 관심도 안 갖고 처리 과정은 검찰에 설명했다. (내용은) 일부 알지만 죽을 때까지 말하지 못한다.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정말로 쓰레기다. 정보적 측면에서 보면 쓰레기 중에도 아주 더러운 쓰레기다."

- 도청테이프와 관련 박지원씨 만난 적 없나?
"없다"

- 김대중 정부 시설 불법 도청 문제는?
"장비 개발을 가지고 도청하기 위한 장비라고 하는데 아니다. 국정원은 정보 수집기관이다.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통신 정보다. 정보 기관에서 통신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하고 장비를 사들이는 것은 기본 직능이다. 고유 기능이다. 그것은 범죄 아니다. 다만 범죄를 위해 썼을 때 범죄다. 장비를 개발하고 사들인 것을 마치 도청장비 사들인 것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아무리 우리가 과거를 털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더라도 정보기관만은 보호해 줘야 한다. 온 국민이 함께 정보기관을 보호해 줘야 한다. 정보기관 없으면 국가 안보를 못 지킨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보 기관의 총수였던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대단히 죄송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치욕스럽다. 세계 정보기관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나. 그런 자괴감을 느낀다.

정보기관은 보호를 해줘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피를 뽑다 보면 벼가 뽑힐 수 있다. 정보(수집)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월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월권을 쓰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지만 국가 안위를 위해 일하다가 본의 아니게 저지른 과오는 우리 사회가 용서하고 포용해 줘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보기관을 발가벗겨서 흔들면 국가 안보는 책임 못 진다."

- 다시 나오라는 말 있었나?
"없었다."

- 지난 5일 국정원의 발표는?
"대부분 사실이다. 그대로 다 시인했다."


[2신 : 23일 오후 3시 16분]

천용택 전 원장, 오후 2시10분 검찰 비공개 출두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23일 오후 2시10분 검찰에 출두했다.

이날 천 전 원장의 출두는 본인의 강력한 비공개 요청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취재진 10여명이 이날 이른 오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천 전 원장을 기다렸지만 결국 허탕을 치고 말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 등을 감안해 조사를 끝내고 나갈 때는 공개적으로 나가도록 설득을 해보겠다"고 전했다.

천 전 원장이 오후에 검찰에 출석함에 따라 검찰 조사는 밤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천 전 원장이 오늘 귀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 언제 해도 귀가는 한다"면서도 "언제가 될 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오늘은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천 전 원장을 상대로 지난 99년 11월 전 국정원 감찰실장 이건모씨가 미림팀장 공운영(58·구속)씨로부터 회수한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겨받아 폐기한 정황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1신 : 23일 오전 11시17분]

천용택 전 원장 "검찰 소환 비공개로 해달라"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3일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24일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을 각각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한 상태다.

도청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은 23일 "전 국정원장인 천용택씨에게 소환을 통보했고, 오늘 출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전 원장 등은 본인의 검찰 출두를 비공개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황 차장은 "천용택씨가 공개적으로 출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비공개 출두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서 출두 시간을 말해주기 어렵다"면서 "내일(24일) 소환할 예정인 오정소씨도 같은 반응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들을 소환하는 것과 함께 23일에도 전·현직 국정원 직원을 불러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도청 활동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오정소 전 차장 외에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과 차장을 지낸 인사 2∼3명도 이번 주중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미림팀이 활동했을 당시 안기부장은 김덕·권영해씨, 차장은 오정소·박일룡씨다.

검찰, 천용택 '뒷거래' 의혹 수사

검찰은 천 전 원장을 소환해 지난 99년 11월 전 국정원 감찰실장 이건모씨가 미림팀장 공운영(58·구속)씨로부터 회수한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겨받아 폐기한 정황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천씨가 10여일간 도청테이프 등을 보관하면서 이를 복사하거나 도청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유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회수한 도청테이프가 공씨 자택에서 압수된 274개보다 13개 적은 배경과 천 전 원장 본인과 관련된 테이프 2개의 폐기처분 및 공씨와의 '뒷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집중 캐물을 예정이다.

천 전 원장이 99년 12월 기자들에게 "삼성이 중앙언론사 간부를 통해 김대중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보냈다"는 발언을 했던 점에 비춰, 국정원장 시절 공씨로부터 회수한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보고받았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만일 천 전 원장이 공운영씨로부터 회수한 삼성그룹 관련 도청테이프 내용을 누설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천 전 원장에게는 국정원직원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직원법상 비밀누설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황교안 차장은 '천 전 원장은 참고인 자격이냐'는 질문에 "일단 진술 조서를 받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재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봐야 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검찰은 오정소 전 차장을 상대로 지난 92년 활동을 멈춘 미림팀을 94년 재건하게 된 경위와 불법 도청을 통해 확보한 도청 내용의 보고라인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오 전 차장은 '미림'팀에서 확보한 고위급 인사의 도청 내용을 당시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씨는 국정원 자체 조사에서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검찰 조사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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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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