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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국회 기자실에서 당헌 부문에 대한 혁신안을 최종 확정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국회 기자실에서 당헌 부문에 대한 혁신안을 최종 확정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조기전당대회(조기전대) 개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계파별, 대선주자별 입장차가 확연하다. 각론에 대해 의원 개인이 가지는 견해도 천차만별이다.

이에 지도부와 혁신위(위원장 홍준표)는 지난 한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개최했고, 오는 23일 경기.강원.인천 권역 설명회를 끝으로 여론 수렴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제 남은 건 30·31일 예정된 의원 연찬회에서의 추인 여부.

당내 비주류 그룹들의 행보가 바빠진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새정치수요모임(대표 박형준)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공동대표 박계동·심재철)는 연석회의를 갖고 큰 틀에서 혁신안 관철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또한 연찬회 전날 한 차례 모임을 더 갖고 최종 입장을 조율하게 된다.

연석회의 한 참석자는 "일부 이견은 있었지만 조기전대 개최의 시기는 양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내년 7월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라면 뭣하러 혁신위를 만들었냐는 것이 이들의 반박 논리다. 또한 이들은 박근혜 대표 체제 하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의 승리로 굳어진 '박근혜 체제'는 '제2의 이회창 대세론'을 불러온다는 우려다.

남경필 의원은 "지방선거 전에 관리형 대표체제의 틀을 갖춰야 누구라도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영입할 수 있는 구조와 분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거론되는 한나라당 후보군 외에도 고건 등 제3의 인물을 염두한 포석이다.

박근혜 대표 측은 조기전대 주장이 특정 후보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략적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라이벌인 이명박 서울시장 측은 오히려 초연하다. 최근 이 시장은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 대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 측근은 "조기전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대선 후보가 자신의 유불리를 근거로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당을 위해 어떤 방식이 옳은가를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시장의 지지율 선전에 대해서도 그는 "박 대표의 지지율을 가져간 것일 뿐 당의 외연 확대로 보기엔 이르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지방선거 앞두고 주춤하는 비주류... '박근혜 없는 선거'는 불안하다

하지만 당내에서 조기전대 지지세력은 아직 소수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없는 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라지만 결국은 중앙정치에 결과가 달려 있다"며 "후보 개인의 맨파워가 아무리 훌륭해도 박 대표가 손 한번 흔들어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기전대에서 누가 대표로 선출되든 박 대표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비주류를 대표하는 홍준표·김문수 의원 등이 혁신안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지방선거 이해관계 때문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각각 서울시장·경기도지사를 염두해 두고 있는 마당에 박 대표와 지나친 각을 세우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혁신안의 발표 시점과 관련 '박 대표 임기 종료 후이든 전이든 상관없다'고 한발 물러섰던 홍 의원은 "혁신안을 자꾸 박 대표 임기 문제로 귀결시키니까, 그렇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며 이에 대한 화살을 박 대표에게 돌렸다. 이어 홍 의원은 "혁신안으로 대표를 축출하려는 아니냐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지 않나, 그런 의도는 추호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 측도 "책임당원제 도입 등 지금의 혁신안은 박 대표 체제를 되려 '분칠(강화)'해주는 결과라는 의미에서 반대한 것"이라며 자신이 혁신안에 대해 반대한 것과 관련 '어정쩡한' 혁신에 대한 역설이라고 해명했다.

친박도 아니고 반박도 아니고... 강재섭 원내대표의 이유 있는 관망

지난 2월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이틀째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명개정 찬반투표 포기의사를 밝힌뒤 어두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 2월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이틀째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명개정 찬반투표 포기의사를 밝힌뒤 어두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와중에 비주류와 박 대표 사이에 '낀' 강재섭 원내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에 대한 의지를 접지 않고 있는 강 원내대표는 박 대표와 긴장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힘과 명분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류의 손을 들어줄 리는 만무하다. 한 소장파 의원은 "강 원내대표에겐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아니겠냐"며 강 대표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연찬회에서 혁신안 추인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연찬회에서 결판이 나겠냐"며 조기전대 수용 여부를 놓고 후유증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후유증이 장기화될 경우, 박근혜 대표에게도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당명개정 불발로 박 대표의 리더십은 큰 손상을 입었다. 그래서 당시 대안으로 나온 것 혁신위 구성.

결국 이번에도 당 혁신이 물 건너간다면 그 상처는 고스란히 박 대표의 몫이 된다.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혁신안을 안 받으면 누가 가장 손해인가"라고 여유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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