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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면담 이후 5년만의 면담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9월 현정은 회장의 망부(亡夫)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면담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남측 기업인으로서 현 회장을 지난 7월 16일 원산에서 접견했다.
정몽헌 면담 이후 5년만의 면담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9월 현정은 회장의 망부(亡夫)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면담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남측 기업인으로서 현 회장을 지난 7월 16일 원산에서 접견했다. ⓒ 현대그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7월 16일 원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할 때, 내금강 개방 및 금강산 관광 출입절차 개선과 관련 "북쪽에는 일없다(괜찮다)"면서 "관광객이 수시로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처음 밝혀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또 금강산 승용차 관광과 관련 "자가용 관광을 하루 100∼200대 수준에서 실시하자"고 말했으나, 접견에 배석한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환경문제를 제기하자 "환경문제를 검토후 논의하자"고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림 부부장이 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사망 이후 유일하게 김정일 위원장에게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실세'임을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현 회장에게 "북측 당국이 간섭하지 않고 현대아산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개발·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금강산 사업이 민족사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잘 개발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지난 7월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고 온 현대그룹이 통일부에 제출한 방북결과보고서의 '현대 현정은 회장-김정일 위원장 면담결과 보고' 문건에 의해 확인되었다.

"백두산 관광은 남측 당국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이 통일부에 제출한 방북결과보고서의 '현대 현정은 회장-김정일 위원장 면담결과 보고' 문건.
현대그룹이 통일부에 제출한 방북결과보고서의 '현대 현정은 회장-김정일 위원장 면담결과 보고' 문건. ⓒ 오마이뉴스 김당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면담결과 보고'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우선 "백두산 관광권을 현대에게 독점적으로 주겠다"면서 "아울러 백두산 관광은 남측 당국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현대가 책임지고 잘 개발해 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백두산 관광은 남측 당국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남측 정부가 백두산 관광 인프라 개발을 책임져 달라"는 얘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은 "준비가 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라"면서 이와 관련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피치(타르)를 조속해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북측은 지난해 7월 삼지연공항 활주로와 관제시설의 개·보수 공사비 380만 달러를 제공하면 시범관광권을 주겠다고 제의하는 등 남측 자본 유치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동안 군사적인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현해온 내금강 관광문제에 대해서는 북측이 "먼저 빠른 시일 내에 답사한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한번 검토해 보자"고 전보다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은 또 금강산관광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 "총석정은 당장 해로관광을 실시해도 좋다"고 밝혔으나 비행기를 이용한 관광, 원산 관광 및 북한 주요 명승지 관광에 대해서는 "점차 검토해 나가자"고 답변했다. 총석정 해로관광 허용은 현대측의 발표로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금강산 관광지구 곳곳에 정주영 회장의 '황소정신'이 깔려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남측이 경주, 설악산 등과 북측의 금강산, 개성, 칠보산, 백두산 등을 하나의 관광 프로그램으로 묶는 남북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과 관련, "칠보산도 좋은데 현재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남측 화진포 해수욕장내 김일성 별장이 잘 관리되고 있냐"고 물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 해수욕장과 금구도(金龜島)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중턱에 있는 김일성 별장은 48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김일성 주석이 가족과 함께 휴양했던 가족별장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48년 8월 당시 생모인 김정숙과 누이동생 김경희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최근에 <강원일보>에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한 현 회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최근 사진을 보며 "그동안 대단히 발전되었다"며 "곳곳에 황소정신이 깔려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황소정신'은 소떼를 몰고 방북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불도저 정신을 기린 것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금강산을 방문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을 만났을 때 "정주영 회장의 황소정신을 이어받아 막 밀어붙인다"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 및 관광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시작이 반인데, 이제 반은 된 것"이라며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자"고 밝혔다. 또 평양∼서울간 내륙 직항로 개설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군사회담시 평양-서울간 내륙 직항로를 합의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번 8·15 행사에 북측 축구 대표단을 파견하고 앞으로 경평(京平) 축구도 살려 나가자"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북한은 그후 8·15 남북 공동행사에 남녀 축구대표단을 보내 남한 선수단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남북한은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정당·사회단체 연석회담에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과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팀 동시입장 ▲북한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참석 ▲백두산에서의 성화 채화 ▲경평 축구전 부활 및 동아시아 지역리그 신설에 북측의 적극적 참여를 제안해 그후 대부분 성사되었으나 경평 축구전은 성사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경평(京平) 축구전이 부활될지 주목된다.

화진포 바다가에서  가운데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아이가 김정일(화살표)이고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아이가 북한의 소련 군정 정치사령관이었던 레베데프 소장의 아들 알렉산더 레베데프. 그 뒤쪽이 레베데프 소장의 부인, 그 왼쪽이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그 앞이 김정일의 누이 김경희다.
화진포 바다가에서 가운데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아이가 김정일(화살표)이고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아이가 북한의 소련 군정 정치사령관이었던 레베데프 소장의 아들 알렉산더 레베데프. 그 뒤쪽이 레베데프 소장의 부인, 그 왼쪽이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그 앞이 김정일의 누이 김경희다. ⓒ 강원일보 PDF
"북측 대표단이 한라산을 방문하겠으니 준비해 달라"

한편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북측 대표단이 한라산을 방문하겠으니 준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끈다.

남북한 대표단의 백두산-한라산 교차방문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2000년 9월 1일에 열린 제2차 장관급회담에서 그해 9월 중순부터 10월초 사이에 각각 100명씩 상호방문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남측은 그해 9월 관광업계 및 각계 추천 인사들과 기자 등 109명이 방북해 평양-백두산을 둘러보았으나 북측은 별다른 이유없이 한라산 답방을 하지 않았다.

그후 12월에 열린 제4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은 2001년 3월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재합의했으나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재담보한 북측 대표단의 한라산 관광은 김 위원장의 답방 실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현정은 회장에게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제의하면서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 내에 현대사무실을 개소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의 현대사무실 개소 허용소식은 현대측의 발표로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3시간 30분 동안 오찬을 겸해 열린 김정일 위원장 면담에는 림동옥 제1부부장과 최승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배석했으며, 현대측에서는 김윤규 부회장과 육재희 상무 그리고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과장이 배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측 기업인을 면담한 것은 2000년 9월 현 회장의 망부(亡夫)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면담 이후 5년 만이다.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북측에 미화 5억 달러를 주고 ▲남북철도연결 ▲유무선 통신 및 인터넷사업 ▲북측 발전시설 건설 등 전력 공급사업 ▲통천 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 이른바 7대사업에 대한 포괄적 계약을 체결했으나 대북송금 특검과 정 회장의 투신자살 등으로 지지부진했었다.

한편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이 여러 차례나 접견한 김윤규 부회장을 현대측이 개인비리 의혹을 내세워 대북사업에서 배제하자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을 대북사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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