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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남바다(1)
갈남바다(1) ⓒ 박도
휴가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유럽 사람들은 여름 한철의 휴가를 위하여 일년을 열심히 산다고 한다. 휴가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 사람일수록 휴가는 더 필요하다. 휴가는 그동안 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내 생애에서 가장 감격적인 휴가는 군복무 중 첫 휴가였다. 전방 말단 소총소대장으로 정말 오줌 누고 뭐 볼 새도 없이 바쁜 일과로 지내다가 웬일로 상급부대에서 2박 3일의 여름 특별휴가가 내려왔다. 부대를 떠나 서울행 버스에 올랐을 때 그 기분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기분이었다.

자그마한 갈남 포구
자그마한 갈남 포구 ⓒ 박도
군에서 제대 후 교사생활을 하면서 해마다 여름방학만 되면 배낭을 꾸려서 가족들과 바닷가로 떠났다. 동서남해안을 거의 훑다시피 싸돌아다녔다.

나는 해마다 바닷물에 몸을 한번씩 담가야 그해 몸살감기를 앓지 않는 듯하여 거의 해마다 바다를 찾았다.

젊은 날은 해운대니 경포대니 낙산이니 만리포니, 그런 유명 피서지에 가야 휴가를 제대로 보낸 양, 굳이 사람이 복작거리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작고 조용하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비경의 피서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자 점차 여름 휴가여행이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올 여름 이런저런 바쁜 일로 여름 바다 피서여행도 놓칠 것 같아서 아내에게 보챘다. 그랬더니 아내는 나잇값도 못하는 철없는 남편을 옆자리에 태우고 그 전에 두어 번 가본 적이 있는 동해안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바다마을로 향하였다.

앞바다에서 채취한 홍합
앞바다에서 채취한 홍합 ⓒ 박도
한적한 바다 마을

막바지 휴가철을 조금 지난 탓인지 그처럼 붐비던 영동고속도로도 시원스럽게 뚫렸고 갈남 마을도 개가 하품을 하고 있을 만큼 조용했다.

이 갈남 마을은 경치가 끝내주도록 아름답다. 마을 앞 자그마한 월미도는 자그마한 10여 개의 돌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쪽빛바다와 어울린 그 섬들이 절경이다.

이 마을 앞 바다는 모래사장이 작다. 해수욕장으로 큰 흠이다. 그래서 피서객들이 잘 찾지 않아서 여태 한적한 마을로 남아 있다. 그 탓으로 여태 물도 마을 인심도 깨끗하다.

이른 아침에는 이 마을 자그마한 포구에 닻을 내리는 어선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바다 고기를 맛볼 수 있다.

뗏목에서 작살을 들고 있는 갈남마을 전형대(49)씨
뗏목에서 작살을 들고 있는 갈남마을 전형대(49)씨 ⓒ 박도
그보다 더 큰 행운은 바다가 잔잔한 날이면 이 마을 뗏목을 타고 월미도 섬으로 가서 원시적 방법인 작살로 고기를 잡고 갈고리로 전복, 소라, 홍합을 채취하는 일이다.

이런 행운은 평소 자연을 아끼고 바다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은 이에게만 돌아온다고 한다. 그런 사람만이 가족과 함께 이 마을에 머물며 대자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면서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닦을 수 있단다.

이른 아침 해돋이도 볼 만하고 바다만 바라보기에 조금 지루하면 고개 너머 마을 해신당에 가보면 한 처녀의 애틋한 전설과 숱한 남근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을 머문 뒤 조금 일찍 출발하여 덕구온천으로 가서 뜨거운 온천물에 온몸을 담그면 지상천국이 옌가 싶을 것이다.

갈남바다(2)
갈남바다(2) ⓒ 박도

포구에서 본 월미도
포구에서 본 월미도 ⓒ 박도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동해바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동해바다 ⓒ 박도

솔 숲에서 바라본 천혜의 절경
솔 숲에서 바라본 천혜의 절경 ⓒ 박도

갈남바다(3)
갈남바다(3) ⓒ 박도

갈남바다(4), 돌섬은 갈매기들의 보금자리
갈남바다(4), 돌섬은 갈매기들의 보금자리 ⓒ 박도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승용차) 삼척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20여 분 지나면 장호 다음 마을임
(대중교통) 삼척에서 호산행 시내버스 수시 운행
('이 여름을 시원하게' 공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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