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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을 오르는 행렬
만물상을 오르는 행렬 ⓒ 허선행
금강산 여행 마지막 날, 오늘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에 짐을 챙기면서도 허전하다. 모두 짐을 가지고 내려와 버스에 싣고 마지막 일정인 만물상을 향했다. 어제는 계곡의 물을 바라보며 올라 간 산이라면 오늘은 바위를 감상하며 오르는 산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만물상인가 보다.

가파른 철판 계단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무섭다며 엉엉 울어 버렸다. “아줌마도 무서운데 참고 가는 거야. 기운내자.”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발바닥이 간지럼을 태우는 듯 근질근질해지며 어지럼증이 생기려 했다.

만물상 등산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안내원
만물상 등산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안내원 ⓒ 허선행
안내하는 분의 도움으로 연세 드신 몇 분이 도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위만 쳐다보고 계단을 오르니 천선대라는 팻말이 나와 반가웠다. 뒤는 낭떠러지라 줄로 매어져 있는 곳에서도 삐죽삐죽한 바위형상을 담으려 사진을 찍었다.

조심조심하며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하늘 문을 지나니 약수 먹는 곳이 나왔다. 기다랗게 서 있는 행렬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아쉽지만 약수를 마시지 못하고 망양대로 향했다.

오늘처럼 좋은 날이 드물다고 한다. 동해바다를 정말 볼 수 있을까?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생각보다 빨리 망양대를 올라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모자가 날아 갈까봐 부여잡았다. 우리는 새처럼 양쪽 팔로 날개를 만들어 바람을 느끼려 날개 짓을 했다.

천선대에서 내려다 본 만물상 풍경
천선대에서 내려다 본 만물상 풍경 ⓒ 허선행
오우! 이 상쾌함! 셋이 새가 되어 사진을 찍고 하산 길을 재촉했다. 동해바다는 상상으로 보면서 말이다.

내려오는 길에 다람쥐가 보였다. 사진을 찍는데 도망갈 생각도 안하고 마치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녀석이 귀엽다.

금강산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텔실내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그 곳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관광객이 아님을 복장과 말투에서 느껴, 그들의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양을 지켜보았다. 그 곳에서 꽤 유명한 사람으로 보였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기념품을 사고, 카드에 남은 돈을 환불받았다. 모두들 떠나는 게 아쉬운 표정이다.

그동안 우리를 태워주신 3호차 기사아저씨는 연변 분이라고 하셨다. 헤어지기 섭섭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금강산 올 때처럼 검색대를 다시 거쳐야 했는데, 이번에는 검색대에 여자 군인들이 앉아 있었다. 올 때 보다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 다시 올 수 있을까? 상팔담을 오르지 못했으니 꼭 다시 오자고 지인과 약속을 했다.

기차 길은 자꾸만 우리를 따라 오는 듯하다. 조장이 남북 양쪽이 각각 선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길 해줬다. 기차를 타고 백두산, 아니 더 멀리 시베리아까지 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박 3일의 금강산 여행은 우리를 태우러 온 관광버스에 안에서 휴대폰으로 식구들에게 전화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우리 측으로 왔다는 실감이 났다.

이제 다시 일상의 시작이다. 우리일행 모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니 각자 느낀 대로 자기 직장에서 금강산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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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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