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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통일인가>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 ⓒ 길산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책의 실제 내용은 이러한 통일 문제에 대한 것만이 아님에 적잖이 당황한다. 원래 이 책은 주한미군 장교로 근무한 지은이가 남북한의 과거에 대해 소개 형식으로 쓴 글로, 그 대상도 남북한의 당사자가 아닌 다른 나라의 제3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통일에 관해서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북핵 문제와 앞으로의 통일과 관련되어 양자 협상인가 다자 협상인가 하는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허구성에 대해 논하는 글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 개발에 열중하고 있던 시기에 햇볕정책을 추구한 나머지, 북한은 개혁이나 핵확산금지조약의 준수에 대한 압력을 거의 받지 않고도 위험한 시기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이는 기아, 고문에 시달리며 강제 수용소를 두려워하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며 김대중 정권의 책임을 묻는다.

실제로 북한의 군사력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남한이 입을 피해다. 전쟁을 성공으로 이끌 수는 있겠지만, 남한의 수도 서울에 밀집한 시설과 인구는 북한 군사력 도발의 범위를 피해가기 어렵고 이는 엄청난 국가 경쟁력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통일은 가급적 북한의 군사 도발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남북한의 통일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한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김정일 체제가 붕괴될 경우 중국으로 유입될 엄청난 수의 난민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태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우리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염두에 두어 중국과 협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책의 내용 자체는 주한 미군 장교라는 제3자적인 시점에서 분단과 한국 전쟁, 이후 간첩 사건이나 박정희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 휴전선 도끼 살인 사건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정책상 남한의 점령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던 탓에 일본 통치를 위해 일본어를 열심히 배웠던 미 군정청 요원들이 막상 한국에 배치 받았을 무렵 겪었던 당황스러움. 이 때문에 실제로 미 군정청 요원들은 남한에 들어온 후 일본어를 할 수 있었던 일본인 관리들이나 친일파 관리들을 그대로 채용했고 이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친일파 청산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 전쟁 당시의 국가 정세와 이후 남한의 재건과 관련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일담 등의 주제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한국인이었다면 쉽사리 하기 힘든, 박정희 정권이나 김대중 정권에 대한 비판 또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참신함이 있다. 또한 저자가 느낀 한국인의 정서나 1970년대를 전후한 한국의 획기적인 발전 등에 대한 느낌도 솔직한 면이 보여 나름대로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책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저자가 개인적으로 바라본 한국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지만, 우리 민족이 처해 왔던 역사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통일 문제에 대해 주한미군이라는 제3자가 제공하는 시점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덧붙이는 글 | 도서 제목 :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
저자 : 고든 쿠굴루 지음. 황해선 옮김.
출판사 : 길산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및 Yes24에 등록합니다.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

고든 쿠굴루 지음, 황해선 옮김, 길산(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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