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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친구 이거종, 친구 최진, 후배 정순봉, 후배 최석환, 그리고 마지막 잉걸아빠.
왼쪽부터 친구 이거종, 친구 최진, 후배 정순봉, 후배 최석환, 그리고 마지막 잉걸아빠. ⓒ 이동환
다섯 명 친구들과 여섯 명 아들들이 6 년 전 여행을 재현하기로 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구동성으로 떠나자고 결정. 지난 토요일(13일) 밤 11시에 출발해 15일 새벽 6시 귀가까지, 그야말로 강행군(?)인 강원도 여행을 결행했다. 원주에서 대충 자고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그리고 화진포해수욕장에 들러 발만 담그고 돌아와야 하는 여행은 아이들에게 사실 힘들었을 터.

참 대견한 일은, 힘들었을 텐데도 그 어느 녀석 하나 불평 한 마디 없는 것이었다. 여섯 살짜리부터 열두 살까지 아직은 어리디어린 아들들이었지만 이번 여행 내내 너무나 기특했다. 이미 녀석들은 아버지들이 모르는 새 한 뼘 이상 커 있었나보다. 마치, 어제까지 한 이불 속에서 뒹굴던 형제라도 되는 양, 서로 끌어안고 장난치며 졸다가 웃다가 떠들고, 바라만 봐도 어른들은 배고프지 않았고 뿌듯했다.

왼쪽부터 이거종 장남 이윤탁, 정순봉 장남 정준태, 최진 차남 최기훈, 이거종 차남 이윤학, 그리고 잉걸이. 가운데 기훈이가 끌어안은 녀석이 최석환 장남 최동선. 못 본 새 훌쩍 커버린 녀석들을 보며 세월이 빠름을 책임감과 함께 느꼈다.
왼쪽부터 이거종 장남 이윤탁, 정순봉 장남 정준태, 최진 차남 최기훈, 이거종 차남 이윤학, 그리고 잉걸이. 가운데 기훈이가 끌어안은 녀석이 최석환 장남 최동선. 못 본 새 훌쩍 커버린 녀석들을 보며 세월이 빠름을 책임감과 함께 느꼈다. ⓒ 이동환
이번 여행의 제목은 ‘가자, 통일전망대로’이다. 광복 60 주년을 맞으며 아직 어린 아들들이지만 분단의 현장을 보여주자는 게 친구 이거종의 제안이었다. 짧은 여행임에도 여기저기 들러보느라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쳤고,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중간에 포기할까도 했지만 결국 해냈다. 이 글과 사진을 편집하면서 잉걸아빠는 모두가 자랑스럽게만 여겨진다. 행복하다.

대관령 양떼목장. 바람이 어쩌면 그리도 시원한지, 맛있다고 해야 하나? 온통 푸른 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한가롭게 풀 뜯는 양떼들을 보니 마치 외국에 나온 기분이다.
대관령 양떼목장. 바람이 어쩌면 그리도 시원한지, 맛있다고 해야 하나? 온통 푸른 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한가롭게 풀 뜯는 양떼들을 보니 마치 외국에 나온 기분이다. ⓒ 이동환
양에게 먹이주기 프로그램. 양이 욕심 없는 동물이라고 누가 그래? 서로 먼저 먹겠다고 난리도 아니던 걸?
양에게 먹이주기 프로그램. 양이 욕심 없는 동물이라고 누가 그래? 서로 먼저 먹겠다고 난리도 아니던 걸? ⓒ 이동환
사진 위, 38선 휴게소와 바다. ▲ 아래, 고성군 통일전망대 전망관과 망원경으로 북녘 금강산을 보고 있는 잉걸이. 금강산이 저렇게 가까워요? 하며 잉걸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진 위, 38선 휴게소와 바다. ▲ 아래, 고성군 통일전망대 전망관과 망원경으로 북녘 금강산을 보고 있는 잉걸이. 금강산이 저렇게 가까워요? 하며 잉걸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이동환
통일전망대 들머리 왼쪽, 351고지 전투 전적비 앞에서.
통일전망대 들머리 왼쪽, 351고지 전투 전적비 앞에서. ⓒ 이동환
금강산이 코앞이다. 자동차로 내달리면 십여 분 거리란다.
금강산이 코앞이다. 자동차로 내달리면 십여 분 거리란다. ⓒ 이동환
감호, 구선봉, 송도 모두 북한땅이다. 실향민의 자식으로 살아온 잉걸아빠 심정을 어린 아들들이 알아주기 바라는 것은 아직 욕심이겠지.
감호, 구선봉, 송도 모두 북한땅이다. 실향민의 자식으로 살아온 잉걸아빠 심정을 어린 아들들이 알아주기 바라는 것은 아직 욕심이겠지. ⓒ 이동환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와 화진포 해수욕장에 들렀다. 이미 해는 기울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와 화진포 해수욕장에 들렀다. 이미 해는 기울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 이동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월든(Walden)’의 저자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라 할지라도 동의할 터.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는 외곬으로 기울어진 사색가에 불과하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서로 이해하며 어깨동무하기다. 함께 늙어갈 친구들이 있다는 것. 인생에서 더 무엇이 필요하랴.

짧은 여행이었지만 잉걸아빠는 소중한 ‘생각’ 하나 마음속에 또 간직한다.


덧붙이는 글 |

▶ 친구들에게 ◀
순봉아. 그 지루하고 험한 길 오고가며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로는 모자랄 듯싶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베스트드라이버가 너밖에 없었잖아. 알지?
석환아. 새로운 사업이 이제 자리 잡았다고 하니 내 일처럼 기쁘다.
거종이. 늘 변함없는 친구. 또 많이 배웠다. 네 말대로 우리 모두 오래오래 보자. 한 마디 덧붙이면 자근자근 보자.
진이.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일이 그저 잘 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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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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