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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호 KT사업협력실장이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설치된 화상상봉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화상상봉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맹수호 KT사업협력실장이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설치된 화상상봉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화상상봉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일 오전 7시 45분께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나가있던 KT 기술진에 비상이 걸렸다. 분단 60년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남북간 화상통화에서 갑자기 연결이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최종 점검에서도 ‘말짱’했는데 본격적인 이산가족 상봉에 앞서 이루어진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장재언 북한조선적십자회 위원장간 첫 화상통화에서 갑자기 말썽이 생긴 것이었다.

다행히 북측에서 조명선을 실수로 잘못 건드려 문제가 생겼다며 곧 다시 연결하겠다고 핫라인을 통해 알려왔고 3~4분 후에 다시 화상통화가 재개됐다. 화질과 음질도 또렷했다.

“휴~”

그제서야 이번 화상상봉의 기술 총 책임자인 맹수호 KT 사업협력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북간 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해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직원들과 함께 휴가도 반납한 채 밤을 지새운 노력이 물거품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몇 번의 점검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화상이 끊겨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다행히 곧바로 연결이 재개되고 기술적인 장애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죠. 오늘 화상상봉을 한 이산가족분들이 음질과 화질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낍니다”

“남북간 통신망 연결 기본합의서 체결에만 1년”

이날 화상통화는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연결된 남북간 광통신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맹 상무는 이날 경기 파주시 군사분계선 지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통신망 연결식에도 북측 김인철 조선체신회사 부이사장과 함께 했다.

이 광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해 맹 상무는 지난 1년여 동안 개성을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조선체신회사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여야 했다. 그러나 협상은 쉽지 않았고 통신망 연결을 위한 기본합의서 체결에만 1년, 다시 세부사항을 담은 부속합의서 체결에 또 다시 3개월이 흘러갔다.

“북한의 통신 주권에 대한 자존심이 무척 강해 그것을 존중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분단 60년 만에 통신망을 연결하는 것인데 쉽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되겠죠. ‘산고’가 그만큼 길었습니다.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다림과 인내를 많이 배웠습니다”

남북간 광통신망이 연결되자 맹 실장과 40여명의 화상상봉 준비 전담팀은 더욱 바빠졌다. 북측의 시스템을 모르는 상황에서 음성뿐 아니라 화상 연결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남북한 통신망 연결 쉬웠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

맹수호 KT사업협력실장.
맹수호 KT사업협력실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이피(IP)망과 화상연결 테스트가 수없이 반복됐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북측 기술진과의 협의 하에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발생한 오류에 대해서 북측에 통보하고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날을 새는 것도 부지기 수였다. 북측에서는 ‘광케이블’을 ‘빛섬유까벨’로 부르는 등 서로 다른 통신 용어도 넘어야할 걸림돌이었다. 지난달 5일부터 이 작업에 투입된 인력만 연인원으로 따져 2000여명이 넘는다.

“전기는 그냥 선을 연결해 보내버리면 그만이지만 통신은 양방향이 특징이라 서로 협의 하에 시스템 최적화를 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단 이후 통신선이 완전히 끊겼다가 연결된 것이라서 한두번 테스트로는 끝날 일이 아니었죠. 우리 기술진들이 휴일도 없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북측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다들 역사적인 일에 함께한다는 사명감과 보람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성공적으로 끝낸 맹 실장 앞에는 이제 개성공단에 직통전화를 연결해야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이번 화상상봉에 쓰인 광통신망은 원래 개성공단과 남측을 연결하는 전화와 팩스를 개통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미국이 전화연결에 필수적인 교환기 등 7개 통신장비를 전략물자로 분류해 반출을 제한하고 있어 난관에 부딪혀있다. 이로 인해 당초 5월 31일로 예정됐던 전화 개통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현재 일부 통신장비들이 미국의 전략물자 반출 제한에 걸려 개성공단 전화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본 공사는 다 끝난 상태라 이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개성공단에 전화를 개통시킬 수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미국 상무부에 이들 물품에 대한 승인심사를 요청해놓은 상태고 정부에서도 미국과 협상중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남은 과제 개성공단 전화 개통 미국이 변수”

또 개성공단에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하고 백두산 관광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맞춰 이 지역에 유선전화를 개통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오늘 화상상봉을 계기로 남북한간 정보통신 기술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어렵게 남북한 화상통화 채널이 만들어진 만큼 남북 당국자간 화상회의 등 다양한 용도로 쓰임새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맹 실장에게 이번 화상상봉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들었을텐데 이윤은 남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뼈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화상상봉 지원은 공익적인 측면에서 KT가 한 것이지 이윤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역사적인 사업에 일조를 했다는 점, 또 처음으로 북한 기술진과 함께 남북한 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한 작업을 해 봤다는 경험은 앞으로 남북 교류가 확대되는 시점에 두고두고 써먹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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