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홉 번째인 무안의 연꽃 축제가 지난 12일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18일까지 계속되는 연꽃 축제에는 10만평의 회산지를 가득 메운 연을 보는 즐거움은 물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들이 마련되어 여행객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축제의 경우 회산지에 가득 핀 연꽃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도 절정기를 지난 편이었고, 백련의 특성이 아침 일찍 꽃을 피우고 한낮에는 봉오리로 지낸다니 여행객이 많이 찾는 낮에는 봉오리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다른 종류의 연들에 비해 잎의 키가 커서 그나마 꽃이 남은 백련들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활짝 핀 백련을 만날 수 없다 하여도 회산지를 돌아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푸른 잎으로 가득 찬 연못은 파란 하늘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습니다. 더욱이 회산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어, 그 다리를 지나며 초록의 연잎들을 만나면 마치 10만평이나 되는 커다란 녹색 구름위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올 8월 1일 완공되었다는 수상 유리온실도 예전에는 멋진 볼거리였습니다. 활짝 핀 백련을 형상화한 유리 온실은 회산지의 전망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온실 안에는 다양한 연꽃들도 모아 두었고, 연차를 마실 수 있는 휴식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열대 식물들이 모여 있는 2층의 온실도 볼만 했습니다.
백련 축제장에도 축제를 즐겁게 해주는 여러 체험이 있었습니다. 그중 회산지에서 보트를 타는 것은 다른 유원지의 보트타기와 달라 보였습니다. 그곳의 보트는 연이 가득한 사이로 보트가 다닐 길을 내 두고, 보트를 저어 그곳을 돌아오도록 해 두었습니다. 양쪽에서 균형을 맞춰 연꽃 길을 통과하는 일이 만만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체험은 마치 밀림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무더운 여름, 10만평의 회산지를 돌아보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이 가득한 회산지를 구경하기 좋은 곳에 마련된 여러 개의 정자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행자에게는 넉넉한 휴식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정자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으면 시원한 바람까지 한줄기씩 불어오기도 했습니다.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회산지를 보다가 문득 연꽃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생명의 근원으로도 인식되기도 하는 꽃입니다. 문득, 무성한 연잎과 환한 연꽃을 본 제 마음도 연꽃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백련축제에서 연꽃을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회산지의 연꽃 사진을 보는 당신께도 연꽃의 마음이 깃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