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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이에게작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작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김유자
전시회는 최종태의 조각, 드로잉, 파스텔, 목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0여 점이 출품되어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4개의 전시실에 조각 만해도 100여 점이 넘는 전시회의 방대함에 초장부터 기가 질려버릴 지경이었습니다. 60년대 초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그의 예술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조각들은 거의 소녀와 여인상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좋은 것을 그려야 하는데 밀레가 좋은 사람으로 농부를 택했듯이 최종태 자신은 '소녀'를 택했다고 하더군요.

최종태 작 <소녀상>
최종태 작 <소녀상> ⓒ 김유자
최종태가 추구한 것은 아름다움의 끝자리에서 만나는 성스러움

윤명로(화가, 서울대 미대교수)가 쓴 '끝자리를 향하여'라는 글을 보면 그가 왜 소녀상을 고집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나옵니다.

“나는 소녀상을 그려왔다. 더없이 맑은 그 얼굴이 좋아서 계속해서 기십 년을 그려왔다. 그러다가 좋은 얼굴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된 얼굴이 좋은 얼굴인가. 그러면서 요다음 차례는 훌륭한 얼굴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훌륭한 얼굴을 생각하다 보니 그것은 큰 도인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성인의 얼굴이었다. 그것은 성스러움이었다. 아름다움의 끝자리는 성스러움이 아닐까?”

또 유홍준이 쓴 '최종태의 예술세계'라는 글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소녀상을 만든다. 해도, 해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또다시 소녀상을 만든다. 티 없이 맑고 꿈으로 가득 찬 고향산천 같은 형태를 이루어 보고자 언어를 넘어서서 오직 실현하는 것, 불순한 것을 과감히 물리치고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눈을 닦고 다시 마음을 연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조각이나 그림을 보고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깨끗해지고, 마음의 밑바닥 어딘가에서 영혼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 느낌을 받게 됩니다.

최종태 작품의 특징은 단순성, 정면성, 정지성

그의 작품이 가진 특징을 들라하면 단순성, 둘째는 정면성, 셋째는 정지성이 아닐까 합니다.

최종태의 <서있는 사람> 시리즈와 <얼굴>시리즈
최종태의 <서있는 사람> 시리즈와 <얼굴>시리즈 ⓒ 김유자
최종태는 조각이든 그림이든 최소한의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모든 곁가지들을 쳐내버립니다. 그렇게 최소한의 것만 남기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1998년, <월간미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더군요.

내 작품의 터잡기가 시작된 40대, 그러니까 자기를 찾기 위한 투쟁의 시기 작품까지를 한꺼번에 보여준 거지요. 근자에 조각 작품이 조금 변했지요? 작품(얼굴)이 점점 단순해진 것 같아요. 얼굴이면서도 자연의 형태, 일테면 산·잎사귀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전체적인 형태도 직선에서 곡선으로 나아가고, 또 볼륨이 아예 없어졌어요. 마치 종이로 오려낸 것처럼 말입니다.

최종태작 <성모상>
최종태작 <성모상> ⓒ 김유자

최종태작 <모자상>과 <성모자상>
최종태작 <모자상>과 <성모자상> ⓒ 김유자
다음으로 들 수 있는 특징이 정면성입니다. 최종태의 작품은 그것이 서 있는 인물이건, 얼굴상이건 한결같이 정면을 향하고 있음이 그 특징입니다.

정면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형태의 긴장과 경건성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게 정지성입니다. 그의 조각속의 인물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얼굴들은 어떤 표정도 없이 정지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무표정 너머에 있는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 되는 것이지요.

파스텔화로 그린 <얼굴> 시리즈
파스텔화로 그린 <얼굴> 시리즈 ⓒ 김유자
바다와 수평선 그리고 영원에 대한 그리움

제가 처음에 최종태를 좋아한 것은 파스텔로 그린 여인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소녀상보다는 바다를 더 즐겨 그리는 듯싶습니다. 다시 그<월간미술> 인터뷰에 나와 있는 그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또 최근 파스텔 그림은 소녀상에서 바다 풍경으로 넘어갔습니다. 풍경은 직접 사생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 혹은 내면의 풍경이라고 해야겠지요. 어릴 때 고향에서 본 추수밭·계룡산·황혼 등 지금도 내 머리 속에 살아 있는 풍경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에 그려지는 한줄기 수평선을 바라볼 때 무한과 영원에 대한 일깨움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것에 대한 그리움이 작용합니다."

파스텔로 그린 <바다> 연작들
파스텔로 그린 <바다> 연작들 ⓒ 김유자
전시회에 온 어린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역시 그의 파스텔화였습니다. 파스텔화가 가진 부드럽고 고운 색채 때문이었을까요? 그것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비록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학생들도 역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그림을 바라보면서 무한과 영원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겠지요.

최종태 작 <좌상>
최종태 작 <좌상> ⓒ 김유자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닮은 <좌상>을 들여다봅니다. 이 여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조각이 작가의 분신이라면 이 여인은 지금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에 빠져들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다시 작가의 말 한 마디를 떠올리며 미술관을 나섭니다.
"나의 형태는 전원(田園)의 그리움 속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우뚝 솟은 바위덩어리처럼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까이서 보는 재미를 되도록 삭제하고 본래적으로 그냥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서 있기를 바란다."
최종태 약력

1932 충청남도 대덕 출생

195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59 제8회 국전 입선

1960 국전 문교부 장관상

1963-1970 제12-19회 국전 추천작품 출품

1964 첫 조각개인전 대전문화원

1970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로 부임, 〈회향〉으로 국전 추천작가상 수상

1972-1979 제21-24, 26-28회 국전 초대작품 출품

1975 조각개인전, 미국문화센터

1977 목판화전, 신세계 미술관
/ 김유자

덧붙이는 글 | 전시회는 9월 7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관람문의는 대전시립미술관 042_602_3200로 하시면 됩니다. 

오는 토요일(13일) 오후 3시, 3전시장 입구에서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며 전시도록을 가지고 오시는 분께는 작가분께서 직접 서명을 해주시는 싸인회도 갖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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