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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과 용기가 있는 '공사모'의 카페입니다. 요즘은 용광로 처럼  더 뜨겁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용기가 있는 '공사모'의 카페입니다. 요즘은 용광로 처럼 더 뜨겁습니다. ⓒ 박인선
지금쯤 어느 입시생이나 힘들 때입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아 피니시라인을 향하는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진행하는 마라토너의 모습과 같습니다. 다리에 힘은 풀어지고 갈증은 혓바닥을 태우고도 남을 지칠 순간입니다. 이때가 되면 학부모도 입시생 이상입니다.

입시생의 부모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딱히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살살 달래서 별무리 없이 종착점까지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렇게 아들 뒤꽁무니 따라다니다 보니 때론 실망도 하고 야무진 도전심도 갖게 됩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기 초였습니다. 사관학교를 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야 꿈이 몇 번이고 변하니 알 수는 없지만 기를 꺾을 수가 없어서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것이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제복을 입은 멋있는 아들을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 후 아들은 '공사모' 사이트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그곳에서 회원들간에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고등학교 내내 입시를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대견스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고배를 마셨습니다.

지난해에는 재수생으로 재차 도전을 해서 1차 합격과 2차 신체검사까지 합격은 했으나 마지막에서 또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런 다음 항공관련학과에 합격했지만 아들의 집념을 꺾을 수가 없어 또 다시 공군사관학교 지원을 위한 삼수생 아버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공사모' 사이트에서는 일년 내내 입시준비를 하면서 자신들의 솔직한 고백들이 보여집니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공부가 잘 안 된다는 푸념형, 예년 모의고사를 풀었는데 몇 문제밖에 못 풀었다는 체념형,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야 한다는 저돌적인 도전형, 다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상대방까지 격려하는 신사형 등 성격도 가지가지입니다.

슬럼프에 빠진 회원에겐 위로의 댓글이 올라옵니다.

"OO님, 저는 삼수생입니다.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희망을 버리지 말고 성무대에서 꼭 만납시다. 모두 합격합시다."
"그럼 오늘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푹 쉬고 내일부터…."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꼭이요?"

그래서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섭니다. 그러기를 몇 번 해야 한 해가 갑니다. 가슴이 찡하면서 아름다운 전진은 계속됩니다. 나는 4년을 보아 왔습니다. 열정과 도전에는 그들만의 법칙이 있는 듯합니다.

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공사모' 사이트에서 공짜로 만끽합니다. 그들의 패기에 더러는 젊은날의 향수를 느끼기도 하고 도전이 가져다 주는 값어치를 또 다른 각도에서 접하곤 합니다.

매년 마찬가지지만 공군사관학교 1차 시험은 각 지역에서 8월쯤에 치러집니다. 이때쯤 되면 사이트는 더욱 활기가 넘칩니다. 새내기 회원들이 궁금증들이 토해집니다. 세 번째 도전이다 보니 긴장이나 큰 부담은 많이 없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긴장된 모습이 역력합니다. 아들도 첫 해는 그랬고 나 역시 그랬습니다. 올해도 아들은 익산의 이리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쳤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위로합니다.

"아빠, 너무 걱정 말아요. 1차 시험은 될 거예요."
"그래, 지난 해에도 되었는데 걱정은 안 해."
"그리고 점심 때는 도시락 먹을 테니 집에 가세요."

시간이 되어 수험생들의 집합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빤듯빤듯'하게 잘도 생겼습니다. '공사모' 사이트에서 만났던 아이들일텐데 아무도 알 수는 없습니다. 모두들 한 번쯤은 스쳐 갔을텐데 하면서 마음 속으로 응원을 합니다. 수험생들이 집합이 되고 줄지어 교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태껏 머리에 담아놓았던 지식보따리를 힘껏 쏟아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들, 점심 때 기다릴 테니 차 있는 곳으로 와."

약속을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에 가라고 하더니 점심 같이 먹자니까 기분이 좋은 듯합니다. 아들의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침묵의 시간이 흐릅니다. 그리고 12시가 되니 1교시가 끝나고 아이들이 밖으로 나옵니다. 아들도 나오는데 얼굴에 미소가 비칩니다. 잘 보았다는 메시지로 보여집니다.

"잘 보았어요. 시간도 충분하고…."

답을 표시한 시험지를 보면서 조금은 만족한 듯합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답안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오후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시험은 외국어와 수리영역입니다. 예상이지만, 희비는 오후 시험에 있을 듯합니다. 오후 4시 50분이 되니 시험은 끝이 나고 수험생들이 나옵니다. 비탄과 환호가 겹칩니다. 아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묘한 표정이 나를 궁금케 합니다.

"아빠, 언어, 외국어는 그런 대로 보았는데 수리는 너무 어려웠어."

삼수생 아들의 솔직한 고백이 있었습니다.

"절반은 맞았어?"

대답이 없습니다. 확신이 안 서는 모양입니다.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갑니다. 고달픈 심사 다그쳐 보았자 피차 괴롭습니다. 다행히 언어와 외국어에서는 잘 보았다니까 조금은 안심은 되지만.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수리영역에서 고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공사모' 사이트를 열어보았습니다. 이미 분위기는 수리영역에 대한 결과와 예상점수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경쟁률과 예상커트라인 등을 질문으로 또는 시험에 대한 느낌, 함께 본 친구들에 대한 안부들이 올라왔습니다.

사이트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밤새 대화의 장은 이어졌습니다. 어떤 이는 재수를 했는데 너무 실망이다는 실망파, 공부 더 할 걸 안 했다는 후회파, 올해 안 되면 내년에는 죽어도 가야 한다는 막가파, 자신의 점수를 자랑스럽게 발표 해놓은 소신파, 아들 같이 삼수로 일찌감찌 결정한 삼수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결 같이 그들은 의기양양하고 믿음직스러운 젊은 도전자들입니다. 그들은 하늘을 날고 싶은 라이트 형제의 꿈보다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보라매가 되고픈 야망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찬란한 미래가 여기에 오면 보입니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젊은 청년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합니다. '공사모' 사이트를 접속하면서 젊은 도전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가슴에 아름다운 조국을 항상 아로새기면서 젊음의 기개를 마음껏 펼치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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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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