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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라크에서 반군의 공격으로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슬픔에 빠진 가족들이 서로 위로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이날 미국의 대부분의 신문들이 사진과 함께 이 소식을 1면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었다.
지난 3일 이라크에서 반군의 공격으로 자신의 아들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슬픔에 빠진 가족들이 서로 위로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이날 미국의 대부분의 신문들이 사진과 함께 이 소식을 1면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었다.
그녀는 이날 부시와의 대면희망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대신 국가안보 보좌관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부 비서실장 조 해긴스와 45분간 면담을 갖는 행운을 누렸다. 그녀는 면담에서 "이라크는 미국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미군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죽고 있다. 왜 당장 철군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부시로부터 직접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쉬핸이 이날 시위에서 쏟아놓은 외침은 마치 1960대말과 70년대 초 거세게 일었던 월남전 반전시위 당시의 구호들을 연상시키는 것들이었다.

이라크 전 프리미엄으로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고 이라크 총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사태가 호전되기는커녕 최근에는 반군들의 연이은 공세로 이라크 전 미군 사망자수가 1800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특히 연이어 대규모 사망자가 생겨나자 이라크 전 지지도는 바닥으로 내려앉은 상황. 미국민들은 즉각 철군하거나 철군 일정을 확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표본수 1004명, 오차한계 ±3%)에서 미 국민들의 61%가 부시의 이라크 전 수행에 반대했으며, 34%만이 찬성을 표했다. 이는 지난 3월의 조사에서 41%의 찬성을 보인데서 7%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이는 <뉴스위크>가 지난 2003년 5월초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당시 69%가 이라크 전 수행에 찬성을 보인데서 반절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에이피 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수 1000명, 조사의 오차한계 ±3.1%)에서도 미 국민의 38%만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 수행에 대해 찬성했으며, 59%가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3일 부시의 재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48%가 찬성을 보인데서 10%P 떨어진 것이다.

"군인들 외에 희생 요청 받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

이 같은 낮은 지지도는 현지 참전 미군들의 불만에서도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가 1년 전 귀환한 한 군인은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에 "지금 미국에서는 군인들 외에 어느 누구도 희생을 요청받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면서 "미 국민들이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유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관심은 귀환 병사를 위해 공항에 수시간 일찍 나와 기다려 주는 일 외에는 없다"고 탄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지금 전쟁 중에 있다'고 강조해 온 부시의 목소리는 군인들에게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면서 의회가 이라크 및 아프간 전비로 매월 들어가는 50억불을 충당하기 위한 세금인상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 또한 이라크 전이 미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모병소에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판 청소년들. 미군은 본토에서 모병 인원 충당에 실패하자 괌이나 사이판 등 미국의 부속령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모병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7월31일자.
모병소에서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판 청소년들. 미군은 본토에서 모병 인원 충당에 실패하자 괌이나 사이판 등 미국의 부속령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모병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 7월31일자.
이라크 전에 대한 낮은 지지도는 현지 참전군인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이피 통신>이 7월 20일 미 육군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 전 참전 미군들의 54%는 그들 부대의 사기가 낮거나 매우 낮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규군의 63%, 방위군 및 예비군 소속 참전 군인들의 55%만이 임무수행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상당수의 미군들이 전투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등 심적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병력 고갈 심화로 대부분의 군인들이 당초 예정된 기간인 6개월의 두 배인 1년여를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6월 12일 상원 외교위원회 조셉 바이덴 의원은 <엔비시(NBC)>의 <언론과의 만남> 시사프로에 출연해 "미 육군의 5월 모병율이 목표량보다 40%나 부족하다"면서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미군은 지난 1월 이후로 계속 주요 전투 병력인 육군의 모병목표 달성에 실패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은 본토에서 모병에 실패하자 이제는 미국의 부속령인 괌, 사이판, 아메리칸 사모아에 모병소를 설치하고 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5천불의 사인 보너스, 연봉 1만7472불, 대학 진학 시 7만 불의 교육비 지원 등을 내세우며 모병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부시 '이라크전 낙관론' 외면

한 군인이 3일 이라크 반군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경장갑차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한 군인이 3일 이라크 반군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경장갑차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이 같은 사면초가에도 불구하고 기회 있을 때 마다 '느리지만 이라크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군은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고 강조해 왔으며 오는 가을 이라크 헌정이 공식 수립되면 점차 이라크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19일 <뉴욕타임스>는 '안전지대(국내)에서 조차 전쟁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라는 타이틀의 기사에서 "이라크 전에 대한 부시의 낙관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당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와 <시비에스>의 여론조사에서 이라크 전 지지도가 37%에 불과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부시의 낙관론은 여당인 공화당내에서 조차 터무니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9일 척 헤겔 공화당 상원의원(네브래스카)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 "(이라크에서) 나아지고 있는 것은 없으며,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현실은 우리는 지금 전쟁에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악관은 현실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고 부시의 낙관론을 비판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같은 날 <엔비시>에 "그동안 우리는 '전환점에 서 있다' '어렵고 힘든 전쟁이니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면서 "이 같은 말을 아마도 몇 년은 더 들어 할 것이다. 미 국민들은 이제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반전-철군 압력... 부시는 대답하라

현재 부시는 이라크 전에 낙관적인 입장과 더불어 철군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 국민 50% "부시 정직하지 않다"

4일 발표된 <에이피> 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50%가 부시가 정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월 조사에서 45%가 부시가 정직하지 않다고 답한 것에서 5P% 상승한 것이다. 7월 24일 발표된 <시엔엔(CNN)> <유에스에이 투데이> <갤럽>의 공동 여론조사(표본수 1006명, 오차한계 ±3%)에서도 51%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에 대해 국민들을 오도했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 6일 <뉴스위크>의 여론조사 결과 미 국민의 50%는 '즉시 철군 또는 1년 이내 철군'을 주장했으며, 26%만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6월 15일 발표된 여론조사(표본수 1222명, 오차한계 ±3%)에서는 51%가 '이라크에서 미군이 일찍 철군했어야 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2006년 가을의 선거를 겨냥해 내년 봄부터 일부 미군을 이라크 군으로 대체하고, 대선을 앞둔 2008년 가을까지는 대부분의 미군을 철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행에 옮겨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만약 철군으로 인해 이라크에 내전이 일어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의회선거 참패뿐만 아니라 2008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군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군 일정을 앞당길 경우 '왜 이라크를 침공했느냐'에 대한 '전쟁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월남전에 이어 이라크전이 패배한 전쟁으로 기록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부시행정부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 전문가이자 국방성 정보 분야 관리를 지낸 앤소니 코드스맨은 4일 <에이피>통신에 "만약 부시가 이라크 전에 실패한다면 대통령으로서 그의 업적은 하나의 재앙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 김명곤 기자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부시는 최근 들어 미군사망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는 우리가 전쟁 중에 있다는 사실을 냉혹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며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의 의지를 흔들기 위해 잔인한 전략을 구사하며 우리가 철수하기를 바라겠지만 우리는 현재의 코스를 그대로 견지할 하며 이라크 전을 완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가 국민들의 반전여론을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민들의 반전 여론은 지난해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 때 정점을 이루었으나 대선용 정치공세로 치부되며 희석됐었다. 그러나 현재의 반전 여론은 현실에 대한 재인식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어서 부시 행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부시가 앞서 쉬핸이라는 여인이 주장한 것처럼 '왜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 반전여론과 철군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하는 <코리아위클리>(koreaweeklyfl.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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