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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입니다.
책 겉그림입니다. ⓒ 문학동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오 자히르>(문학동네.2005)는 그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자히르’란 아랍어로 ‘집념’을 뜻하는 것으로서, 무언가를 향해 자꾸자꾸 뻗어나가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그 에너지원이란 다름 아닌 사랑이요, 그 사랑을 만나기까지 곳곳을 누비는 열정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통제하려 할 때, 그것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가두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129쪽)

사랑을 찾아 곳곳을 누비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사랑은 기들일 수 없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고 또 가둘 수도 없는 것이다. 통제하고 가두는 것은 사랑을 가장한 노예로 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랑은 구속이 아니라 참 자유이다. 그 자유로운 사랑을 쫓는 데엔 브레이크 파열이나 레일을 벗어난 탈선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얼과 영혼을 쫓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래서 주인공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더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참다운 에너지원인 자히르를 찾고, 또 만나기까지 수많은 낯선 순례자들을 대한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곳곳을 돌며 그들과 이야기하고, 또 서로 다른 삶과 가치를 나누고, 그리하여 그들 가운데 영적인 능력을 가진 한 사람과 함께 그 자히르를 찾기까지 직접 순례자로 나서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주인공이 진정한 자히르를 찾아서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자히르는 결코 인간 겉모습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속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얼과 영혼에 달려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자히르를 찾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있는 문제점이 그것인지 알게 되지 않던가.

그만큼 사람에게 비치는 겉모습을 사랑이라 하여, 아무리 찾고 또 찾아다닐지라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만족하는 순간 이미 그 사랑은 저만치 달아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참된 사랑이란 분명 속사람이 지닌 가치 속에서만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 더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에너지원인 자히르를 만났다면, 평생 함께 살아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과 함께 평생토록 즐거운 여행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웃고 울고 먹고 자는 것 등, 그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이 분명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더욱 필요한 게 있다면, 평행선을 그으며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도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던가.

“서로 143.5센티미터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때에만 행복합니다.”(187쪽)

143.5센티미터는 기차의 양 레일 간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웹진 리더스 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썼습니다.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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