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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본 진도 바다풍경
전망대에서 본 진도 바다풍경 ⓒ 서재후
진도,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나는 적의 적의(敵意)의 근거를 알 수 없었고, 적 또한 내 적의의 떨림과 깊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알지 못하는 적의가 바다 가득히 팽팽했으나 지금 나에게는 적의만이 있고 함대는 없다.”

김훈의 <칼의 노래> 중에서 좋아하는 한 대목이다. 땅끝마을 해남과 진도군 군내면 사이의 바다는 울돌목 해협이다. 지금은 진도대교가 놓여 있어 육지와 섬의 왕래가 쉽지만 예전에는 초속 6m에 달하는 거센 조류가 흘러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조류를 이용하여 13척의 전선으로 133척의 적을 맞아 31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의 현장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진도 아리랑의 한 대목처럼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가 섬을 휘감아 돈다.

사람이 살면은 몇 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 세재는 웬 고개인고
구비야 구비구비가 눈물이 난다
- 중략


진도대교
진도대교 ⓒ 서재후
초행길이고 전날의 피로 때문인지 계속 길을 찾지 못했다. 사실 낮에 보면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닌데 말이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면 막다른 삼거리 이정표도 사라진다. 중간 중간 차를 세워 쉬엄쉬엄 찾아가야 한다. 진도대교를 건너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 읍내를 지나면 801번 지방도로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내친김에 남도민요 한판 듣고 가는 것도 좋다.

진도군 임회면 여귀산 자락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커다란 건물이 하나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에 공연이 있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하니 한여름 더위, 흥겨운 가락에 잊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군청 방향으로 직진하여 임회면 사무소를 지나 송월 삼거리에서 신비의 바닷길 방면으로 좌회전 하면 된다.

진돗개
진돗개 ⓒ 서재후
무엇보다 진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신비의 바닷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다가 갈라지는 할해 현상인데 이런 현상이 우리 나라에서는 몇 군데 더 있는데, 진도가 가장 크고 아름답다고 한다. 이 바닷길은 쉽게 보기가 힘들다.

1년에 3~4회 정도인데, 이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적어도 2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아쉽게도 하루 차이로 바다가 갈라지는 장관을 보지 못했다. 못 볼 것을 알고 간지라 실망은 없었지만, 못 보았다 하여 너무 섭섭해 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에겐, 전국 제일이라는 세방마을의 낙조가 있다.

우리는 출발 때부터 진도를 떠날 때까지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낙조마저 보지 못했다. 심난한 여행길이다. 세방마을은 우리 나라에서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가장 서쪽 지점이라 한다. 세방낙조전망대에서 보는 주지도, 양덕도, 광대도 등 다도해의 경관은 기상청에서 남해안 최고의 낙조로 선정할 만큼 아름답다고 한다. 꼭 잊지 말고 둘러보길 권한다.

진도의 가계해수욕장
진도의 가계해수욕장 ⓒ 서재후
진도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운림산방이다. 높은 첨찰산 위로 힘겹게 나 있는 좁은 도로를 넘어야 했다. 만만치 않았다. 가파른 도로를 따라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차를 몰아 올랐다. 산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지난밤의 비 때문인지 안개가 짙어진다. 차창을 열면 차 안으로 안개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운림산방.
운림산방. ⓒ 서재후
산의 정상에는 진도 기상대가 있다. 기상대 이정표를 따라 잠시 즐거운 외도를 했다. 좁은 시멘트 길로 또 한참을 올라야 했지만 안개로 인해 포기하고 산을 내려왔다. 날씨 좋은 날 여러분들은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전망이 좋다. 산을 내려오면 바로 운림산방이 보인다.

거대한 점찰산을 등지고 나지막히 앉아 있는 운림산방은 전방에는 운림지(연못)가 조성되어 있다. 맨 위쪽에 허유의 자화상을 모신 운림사가 있고 그 앞에 돌담으로 둘러져 있는 초가집이 있다 이곳이 허유의 살림집이다. 살림집 앞에는 1978년에 재건한 운림산방이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인 소치허유가 거처하던 당호를 말한다. 소치는 소의선사의 소개로 추사 김정희에게 서화수업을 받았다.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운림산방을 짓고 화실을 만들어 여생을 보냈다 한다. 소치로부터 미산, 남농, 임전 등 4대에 걸친 전통 남화의 창작산실로서 유서 깊은 곳이다.

갯벌위의 선박. 바다를 꿈꾸며..
갯벌위의 선박. 바다를 꿈꾸며.. ⓒ 서재후
진도는 여름 휴가지로서 상당히 좋은 곳이다. 가까운 거리에 가계, 금갑, 서망해수욕장 등 해수욕장이 많고, 다도해 섬들도 여행할 수 있다. 진도에서 배를 타고 40~50분 거리에 있는 관매도는 조그마한 섬으로서 풍광이 뛰어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관매해수욕장이 보인다.

관매1경 관매해수욕장에서 ..
관매1경 관매해수욕장에서 .. ⓒ 서재후
이곳은 관매8경이라 불리는 관매해수욕장, 방아섬 남근바위, 돌묘와 꽁돌바위, 할미중드래미굴 등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우리는 8경을 모두 둘러볼 요량으로 돌아다녔지만 3경까지밖에 보지 못했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사고가 생겨 가지 못한다 하였으나,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모두 둘러보면 좋겠지만 해수욕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차를 이용해서 돌아다닐만큼 큰섬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낭비이다. 배삯이 비싸다.

관매 2경 방아섬 남근바위..
관매 2경 방아섬 남근바위.. ⓒ 서재후

관매3경 꽁돌
관매3경 꽁돌 ⓒ 서재후
역사적으로도 많은 유적지들이 있어 이야기 거리도 많다. 아이들과 함께 섬으로 떠나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바다 위에 덩그러니 외롭게 떠 있는 섬은, 육지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처럼 쉬었다가라 손짓한다.

새들도 쉬어가고 있다. 관매도 해수욕장
새들도 쉬어가고 있다. 관매도 해수욕장 ⓒ 서재후
여행팁 : 밤 10시 이후에는 진도군 내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해수욕장 근처 가게는 예외지만 숙소에서 멀 수도 있고 밤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으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가는 것도 좋겠다. 주변의 섬들도 좋은 곳이 많다. 섬을 둘러보려면 미리 배편을 알아보고 출발 하는 게 좋다.

덧붙이는 글 | - 국립남도국악원 공연 문의:061-540-4033 홈페이지:http://www.namdo.go.kr
- 제 블로그에 오시면 더 많은 허접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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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잊고 살았던 꿈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보기 위해서라면 어떨지요...지금은 프리렌서로 EAI,JAVA,웹프로그램,시스템관리자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 하고싶었던일은 기자였습니다. 자신있게 구라를 풀수 있는 분야는 지금 몸담고 있는 IT분야이겠지요.^^;; 하지만 글은 잘 쓰지못합니다.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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