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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준 배역의 춤꾼 김진환
ⓒ 한국창작오페라단

을사늑약 100주년. 해방 60주년. 항일의병 투쟁과 독립투쟁의 역사적 토대 위에 기층 예인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불꽃같은 이야기가 국악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로 무대에 오른다.

▲ 한국 춤의 효시자 한성준
ⓒ 한국창작오페라단
최초의 서양식 공연장 원각사가 배경인 100여년 전. 우리 전통춤의 효시를 이룬 악·가·무의 대가 한성준 선생의 춤과 예술 혼이 국악오페라 '한울춤'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창작오페라단 이종구(한양대 음대 작곡과 교수) 단장은 국악오페라 '한울춤'은 "옛 예인들이 이루어낸 판소리, 창극 양식을 발전시켜 배역과 무대 조건을 확대하고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조화, 우리 춤과 연기, 우리 판소리와 서양합창의 극적인 융합을 통해 진정한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일구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악오페라 '한울춤'은 판소리와 우리의 전통춤 살풀이를 근간으로 했다. 반제·반봉건 민중 항쟁이었던 동학혁명이 그 시대적 배경이다.

이종구 교수의 '한울춤' 대본과 음악의 준비기간은 5년이었다. 하지만 동학과 관련해 끈질지게 '사람은 곧 한울이다'라는 화두는 대학시절부터였다. 동학을 배경으로 한 그간의 음악들을 헤아린다면 국악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 '한울춤'이 관객 앞에 선보이까지 40여년이 걸린 셈이다.

동학전쟁의 참여자 소리꾼 강한울은 전쟁과정을 판소리로 담아내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전쟁에서 다리를 다치고, 일제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춤꾼이자 당대 최고의 명고수인 한성준은 강한울의 친구다. 강한울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성준에게 소리 대신 춤으로 표현해 달라는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이에 한성준은 강한울의 소리를 춤으로 승화시킨다. 그 춤은 동학춤이요, 의병춤이요, 민중의 살풀이요, 곧 한울춤이다.

작품에서는 평등세계를 꿈꾸던 염원, 일제에 대한 항거, 그 당시 살았던 이상 세계를 향한 저항의 몸짓 등이 실존의 인물 춤꾼 한성준과 가공의 인물 소리꾼 강한울을 통해 나타난다.

▲ 국악오페라 '한울춤' 대본과 음악을 창작한 이종구
ⓒ 한국창작오페라단
한양대 음대에 소재한 이종구 교수 연구실은 '한울춤' 음악의 선율과 배역진들의 의기투합으로 7월의 폭염보다 더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전통춤의 탄탄한 기반으로 한국적인 창작춤을 선보여 온 중견춤꾼 김진환(김진환 무용예술원 용오름) 대표가 한성준 역을 열연한다. 이종구 교수는 김진환씨의 주연배역에 대해 "악가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작품 속에서 요구하는 기준치를 충분하고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검증된 춤꾼"이라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한울춤'의 소리에는 주로 창작소리와 중고제 소리 복원에 중점을 두었다. 판소리의 동편제가 감정을 절제하고 소리가 웅장하며 힘이 들어 있다면, 서편제는 소리의 색깔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경기 충청도를 중심으로 성하였던 중고제는 소박한 시김새(앞에서 꾸미거나 뒤넘기 전에 특정한 음을 꾸며주는 장식적인 음들)가 특징이다.

"옛날 판소리의 전성기이며 국악오페라 한울춤의 배경이기도 한 한성준 시대에는 5명창 또는 8명창 중 절반 정도는 중고제의 명인들이었다"는 상황을 감안해 중고제를 복원하고 실현할 무대가 된다. 강한울 역의 소리꾼 이덕인씨의 소리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총 지휘는 양진모씨, 연출 이호현씨로 국악기를 주축으로 하는 관현악 앙상블과 함께 소프라노 김성은씨, 테너 최진호씨, 무용단, 합창단 등 약 70여명이 출연한다. 현재는 각 분야별 부분 연습으로 가마솥 더위가 무색할 정도다. 12월 7일-8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에 위치한 덕양어울림누리 고양어울림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이종구 교수는 "후손들과 제자 등 관계되는 사람들이 많이 생존해 있는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특히 "춤의 세계에서 저마다 정통제자라는 생각을 갖는 풍토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 춤꾼들은 춤판에서 끄집어내기 어려워하는 주제를 국악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로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선조들의 숭고한 인본주의 정신과 반제국주의적 자주 정신이 담겨져 있는 동학혁명! 세계사의 어느 사회운동보다 높은 가치가 있는 자랑 찬 우리의 역사를 무대 예술로 재조명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계승하려는 국악오페라 '한울춤'의 정통성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 아닐까 싶다.

한성준 그는 누구인가?

▲ 한성준 선생
ⓒ한국창작오페라단
한성준(韓成俊, 1874~1942)

일곱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평생을 일관되게 우리 춤의 자리 매김을 위해 헌신했다.

궁중에서 전해오던 정재와 민간에서 추던 민속춤을 바탕으로 왕의춤, 영의정춤, 급제춤, 승무, 태평무, 살풀이 학춤, 도당굿 등을 무대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40여종의 다양한 춤을 창안, 집대성함으로써 한국 전통춤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 한국 전통춤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의 명고수이자 소리꾼으로 악·가·무가 하나라는 것을 실체로서 보여준 근대 명인이다.

청년기 때는 동학당에 들어 탐관오리를 주제로 한 창극을 만들기도 했다. 일제 식민당국에 의해 우리 것이 무참히 파괴되던 시기, 남만주와 북만주를 돌며 조선인들을 격려 조선정신을 춤에 담아 표현하려고 했다.

조선성악연구회를 비롯해 조선음악무용연구회, 조선무용연구소 등을 설립해 춤과 장단을 정립하기도 했다. 배출된 제자로는 한영숙, 강선영, 김천흥, 최승희 등이다. '광대'라는 천대를 받으면서도, 일제시대 엄청난 탄압에도 불구하고 뜻을 접지 않았던, 예술로 승화시킨 한결같은 예인의 삶이었다. / 한국창작오페라단 자료 참고

덧붙이는 글 | 국악오페라 '한울춤'의 음악과 대본을 쓴 이종구 교수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독일 국립 칼스루에 음악대학을 졸업하였다. 두 차례 대종상 수상작을 포함한 20여 편의 영화음악들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정작 그의 전공은 오페라 작곡에 있다. 대학시절부터 오페라를 작곡해 왔던 그는 작곡 공부를 하는 한편 국악 공부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국악을 가장 잘 소화하는 작곡가들 중의 하나로 평한다.

'매직 텔레파시'를 비롯한 '환향녀', '한울춤', '하늘에 묻어버린 노래', '동학혁명', '구드래' 등의 오페라 작품 이외에도 '마지굿'을 대표로 하는 12곡의 관현악곡과 '상생' 등을 포함한 40여 곡의 국악악기에 의한 합주곡, 22편의 영화음악, 9편의 연극 또는 무용음악, 30여 곡의 실내악, 40여 곡의 가곡을 작곡하였다. 또한 '88서울 올림픽 폐회식' '동계 유니버시아드 폐회식' 등의 대규모 행사음악을 통하여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작곡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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