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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다.
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다. ⓒ 오두희
노인정 앞 좁은 도로와 숲을 나누는 어른 키 높이 담쟁이넝쿨 담에 바짝 붙어 살펴보았다. 이내 새 한 마리가 눈에 띈다. 갈색 깃털로 온 몸을 덮고 몸을 곧추 세운 채 원추형으로 안으로 모으고 앉은 모양이 역시 맹금류다. 소나무들과 함께 차라고 있는 참나무 위였다. 위로 뻗은 굵은 줄기와 이파리들에 몸을 감추고 옆으로 뻗은 곁가지에 위에 앉은 모습이었다.

카메라 줌을 당겼다. 샛노란 눈을 크게 뜨고 잔뜩 경계하는 어미 새 한 마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까지 눈에 띄지 않던 새끼 솔부엉이들도 잠시 후 눈에 들어왔다. 눈을 감은 모습으로 어미 새와 한 가지 위에 가까이 앉아 있었다. 그렇게 운 좋게 솔부엉이 가족을 사진 한 컷에 담을 수 있었다. 한 가족일지도 모를, 주민들이 목격한 다른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찾지 못했다.

노란 눈과 노란 발, 앞가슴에 흰 털이 선명한 채 몸을 세우고 있다.
노란 눈과 노란 발, 앞가슴에 흰 털이 선명한 채 몸을 세우고 있다. ⓒ 오두희

수시로 대형트럭과 버스, 승용차와 오토바이들이 코앞 도로를 시끄럽게 왔다 갔다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솔부엉이 가족. 맹금류인 솔부엉이는 비교적 흔한 새로 알려져 왔지만 그 개체수가 줄어가고 있고, 점점 줄어드는 먹이를 찾기 위해 점점 더 사람 가까운 곳으로 내려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가족으로 보이는 솔부엉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가족으로 보이는 솔부엉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오두희
여기에 미군기지 확장이라는 또 다른 검은 그림자. 이들 솔부엉이 가족은 결국 보금자리에서 내쫓기게 될까. 52년 전 한 번도 서러워 한이 되었는데 또 다시 떠나라는 통고를 받은 대추리 주민들. 이들 토박이 주민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앞을 오가면서도 매번 숲에 눈길을 보내는 심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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