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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학농민전쟁 우금티 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충남역사교사모임이 공동 주관한 ‘2005 우금티 청소년 역사 캠프’가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충남 공주에서 열리고 있다.

캠프 준비위원장인 박종봉 교사(부여여고)는 청소년들에게 누구나 역사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으로써 주체적이며 능동적으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캠프를 준비하였다고 소감을 말하였다. 필자는 캠프의 진행요원으로 행사 기간동안 날짜별로 캠프 내용을 기사화할 계획이다.

국립공주박물관 관람을 마친 30여명의 학생들은 숙소인 두리봉으로 이동하여 뭔가를 열심히 만들기 시작하였다. 캠프 자료집이었다. 2박 3일 동안의 캠프 일정과 답사안내 내용이 복사된 종이들을 모아 전통책만들기 기법인 오침안정법(못으로 5개의 구멍을 뚫고, 구멍에 실을 넣어 묶어 책을 만드는 법)으로 마무리하였다.

▲ 책 만들기 1단계로 종이를 접고 있다
ⓒ 최장문

▲ 책 만들기 2단계로 구멍 뚫기
ⓒ 최장문

김성식 학생(서산 부춘중3)은 좀 엉성하지만 본인이 직접 만든 책은 처음이라며, 그 자체를 만족한다고 했다. 같은 학교 김기민 학생은 옛날에는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알게 되었고, 또 직접 만들어보니 좋았다고 하였다.

▲ 본인이 직접 만든 책을 들고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서산 부춘중학교 김기민과 김성식
ⓒ 최장문

저녁을 먹은 후 ‘동학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라는 주제로 지수걸 교수(공주대 역사과)의 강연이 이어졌다.

지금으로부터 111년 전 외세의 간섭이 없는 나라, 양반 상놈 차별 없는 평등한 나라, 농사짓는 사람이 토지를 갖는 나라를 외치며 전국의 농민들이 공주 우금티에 몰려들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은 죽지 않고 이어져, 후세 사람들이 그런 국가에서 살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학생들은 진지하게 경청하였다.

▲ 지수걸 교수가 동학농민전쟁에 대하여 강연하고 있다.
ⓒ 최장문

강연 후 동학 역사 만들기의 한 꼭지로 티셔츠에 동학 표현하기가 이어졌다. 모둠별로 동학 농민전쟁과 관련한 구호나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유성물감으로 티셔츠에 찍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캠프에 온 학생들이기에 모둠활동이 활발할 것이라 추측했는데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처음만난 서로가 어색한지 각자 다른 행동(고개 숙이고 침묵, 같은 학교 둘과만 이야기, 졸립다고 천장만 쳐다보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을 하였다.

▲ 지나친 간섭은 학생들의 잠재력과 자발성을 저하시킴을 느낀다. 학생들끼리 있게 되자 그들은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며 '끼'를 맘껏 발휘했다.
ⓒ 최장문

필자는 그것이 안쓰러워 분위기 좀 띄워보려고 어느 학교에서 왔냐? 이름은 뭐냐? 우리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등 코에 땀이 나게 말했지만 하면 할수록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필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전병철 선생(조치원고)이 조용히 불렀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학생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 귀띔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10분정도 지나니 학생들은 정말로 침묵의 늪을 깨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들을 너무 내 사고의 틀 안에 가두려 했다는 소리 없는 전율이 느껴졌다.

▲ 두 학생이 3시간 동안 만든 티셔츠를 들고있다. 반봉건, 반외세를 학생들의 언어인 ANTY 봉건,외세라 표현했다.
ⓒ 최장문

▲ '우금티의 메아리'란 글자를 넣은 티셔츠
ⓒ 최장문

이제 시계는 오늘의 마지막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졸립다거나 침묵을 지키는 학생은 한명도 없다. 이렇게 우금티 청소년 역사 캠프의 첫날밤은 깊어져 갔다.

▲ 밤이 깊었지만 모두가 열심히 자기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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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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