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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1호기. 바위에 20여개의 성혈이 있습니다.
고인돌 1호기. 바위에 20여개의 성혈이 있습니다. ⓒ 김유자

고인돌 2호기. 바위 위에 돌나물이 수북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고인돌 2호기. 바위 위에 돌나물이 수북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 김유자
두 개의 고인돌은 약 5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1호 고인돌에선 금강 유역에선 최초로 비파형동검이 나오기도 했다는데 함께 출토된 기원전 7~6세기 경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써있더군요.

이 두 개의 고인돌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생뚱맞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개의 고인돌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말입니다.

혹시 아나요? 우리가 무생물이라 치부하는 돌들에도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를요. 만약 저 고인돌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거기서 다만 몇 %라도 그리움이라는 성분이 나올는지 누가 압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저 두 개의 고인돌은 어쩌면 부부 고인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흐르자 추측은 어느 새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맞아! 저건 부부 고인돌이 틀림없어!"

유심히 바라보니 2호 고인돌에선 수북하게 돌나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두 개의 고인돌이 나누는 얘기 소리를 들은 건 바로 그때였어요.

고인돌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다

"임자, 엊그제가 중복이라더니 오늘도 못지않게 덥네그랴."

"누가 아니래유? 그란디 아무리 더워도 땡볕에 채소밭에 들어가 김매는 것만 할라구요. 거기 들면 그냥 숨이 콱콱 막히고 삼베 적삼 속으로 땀이 비오듯 허니께유."

"요렇게 더운 날에는 뭐니뭐니 해도 개장국이 제일인디 말여."

"이 양반이 살아계실 때 그만큼 개장국 드셨으면 됐지 새삼스럽게 뭔 입맛을 다시고 그런디야? 그라지 말고 제가 돌나물 냉국이나 해드릴 테니 그거나 함 드셔 보시구랴."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흘러가고, 다시 두 개의 고인돌이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음, 이제사 좀 살 것 같구만. 임자의 돌나물 냉국 만드는 솜씨는 살아 생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랴."

"호호호. 영감의 사람눙치는 기술도 여전허네유. 그나저나 난 우리 무덤 위에 있는 저 돌이나 누가 치워줬으면 해유. 답답허기도 허고 덥기도 허고…."

"아따, 임자도 참. 시방 사람들이 우리 처지에 신경쓸 여유가 어디 있것능가? 그렇지 않아도 사는 게 힘드네, 삶이 무겁네 난리들인디."

" 무거운 것으로 치자면 우리 죽음보다 더 무거운 것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것씨유? 몸 위에 몇 톤이나 되는 돌을 얹어놓고 이렇게 몇 천년을 지내왔으니 말이지라우."

"임자는 아직도 모르는가? 죽음보다 무거운 것이 삶이라는 걸 말일세."

"딴은 그렇기도 허것네유."


죽음보다 무거운 게 삶

고인돌들의 이야기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싶어 그만 가만히 그 자리를 떠나 등산길을 재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무겁다는 말은 아마도 엄중하다는 뜻과 맞닿아 있는 말일 테지요. 그러니 허투루 살지 말라. "죽음보다 무거운 것이 삶"이라는 고인돌 할아버지의 말씀이 꿈결인 듯 귓가에 오래 머물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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