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오늘 한편으로는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울 아빠를 소개하려 합니다.

울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아빠십니다. 가끔 유머로 우리 가족을 웃겨주시는 아빠는엉뚱하기도 하시지만, 아주 자상한 면도 있는 아빠시죠. 멀리 떨어져 있는 학원에서 우리가 공부를 하는 3시간 동안 계속 기다려 주시는 좋으신 울 아빠는, 공부도 많이 하신- 그야말로 우리 가정의 척척박사님이기도 하시답니다. 저희 가족은 사극을 좋아해서 사극을 많이 보는데 옛날에나 지금에나 아빠와 같이 사극을 시청하고 있노라면 아빠는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빠는 옛날에 견종이라는 임금이었는데 너희들은 기억 안나니? 엄마는 왕후, 너희는 공주 왕자들이었잖아."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어이없는 사실이지만 옛날 우리는 농담인줄 알면서도 아빠의 그 엉뚱한 주장을 재미로 믿고, 따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빠가 임금님(?)이셨을 때 입으셨던 옷, 엄마 그리고 우리 삼남매가 입었던 옷이나 기록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대답을 은근히 얼버무리시면서,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파괴되고 없어져서 후세 사람들이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셨죠.

그래도 아빠가 우리에게 들려주신 이야기는 우리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고, 우리가 왕족(?)이었을지도 몰랐을 옛날 시절을 상상하게도 했습니다. 그런 아빠의 유머 감각은 늘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바쁜 사회생활에서 잃어 가는 웃음을 되찾아 주기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우리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아빠의 그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주장을 웃어넘기는 데에 그쳤고 성장한 후의 우리는 역사에 물론 견종이라는 임금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문득 우리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견종의 실체는 바로 견종(犬宗)이 아니라 견종(犬種) 즉 개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이었던 거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저희 집에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한참 동안이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아직도 어린 아이 같은 장난기는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시고, 우리 집에 웃음이 계속 어리어 있게 붙잡아 둡니다.

저희 집이 있는 대방동 근처에는 근린공원이 있는데 저희 가족은 가끔씩 그곳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하고 거닐며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곳에서 온갖 자연이 어우러진 사극의 임금님이 거니는 후원과 같은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가끔씩 우리 마음 속의 견종 시대를 상상하노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답니다.

하루에 한번쯤은 그 상상의 견종시대가 그리워 저도 모르게 제 마음 속의 타임머신을 타고 몇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지도 않았던 그 견종시대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저 하나만의 얼토당토않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 상상이 저에게 주는 즐거움이 제게는 만족스럽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그 견종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시던 아빠의 자상하시면서도 엉뚱하신 모습은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내 마음 속에 한결같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요.

가끔은 진짜 울 아빠가 정말로 예전에 임금님이셔서 지금 다시 자신이 이루어 놓은 나라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돌아오신 게 아닐까라는 재미난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바람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저는 엉뚱하시면서도 우리에게 친구처럼 자상하게 대해주시는, 아빠가 정말 제일로 좋습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남희원 기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