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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기자실 연단의 높은 턱 때문에 장애인들은 간단한 발표를 할때조차 불편을 겪는다. 좌측은 지난해 11월 민노당과 장애인 대표의 기자회견 장면, 우측은 26일 있었던 브리핑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김성준
"휠체어를 들어서 옮겨보죠"
"하나 둘 셋, 영차! 안 되네...허허참"
"앞바퀴를 먼저 올리고 뒤에서 밀어보는 건 어떨까요?"


26일 오후 국회 기자실, 장애인 보험 가입 제한 철폐에 관한 당정 합의 사항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앞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대표의 120킬로그램에 달하는 전동 휠체어가 연단의 턱 위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브리핑을 맡은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여러 차례 휠체어를 들어봤으나 역부족이었다. 문 의원은 결국 단상을 연단 아래에 내려놓고 장애인들과 나란히 브리핑을 했다.

이 같은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국회 기자실에서는 장애인 관련 기자회견이 있을 때마다 연단의 높은 턱 때문에 이런 해프닝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국회 기자실에서 장애인들은 편견의 턱을 넘기 전에 연단의 턱부터 넘어야 하는 것이다.

▲ 장애인용 표시가 있는 화장실에 문턱이 있는가하면 본관 1층 입구의 휠체어용 경사로는 90도로 진행방향이 꺾여있다.
ⓒ 김성준
화장실은 장애인용인데 문턱은 여전

17대 국회는 장애인 의원 2명이 진출한 만큼 개원 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시각장애인인 장화원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직접 시설들을 사용하며 두 차례에 걸쳐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오마이뉴스>가 장애인 의원들이 점검했던 국회 시설물들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많은 부분 개선된 점이 발견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장향숙 의원의 지적사항이었던 휠체어용 경사로는 국회 본관 입구에서부터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이곳의 휠체어용 경사로는 진행방향이 90도로 휘어있었다. 경사는 가파르지 않았지만 전동휠체어는 급격한 방향 전환이 어려워 다니기가 지나기 힘든 길이다.

국회 건물 곳곳의 문턱들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본관 1층 장애인용 화장실에도 문턱이 버티고 있었다. 이 같은 문턱은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 장애인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도 생길 수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대폭 개선됐지만 일부 문제점은 남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버튼을 교체하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위해 버튼의 위치도 낮추는 등 발전이 있었지만 엘리베이터 외부 버튼이 휠체어 타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았다.

지난해 4월 점검 당시 정화원 의원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버튼은 손이 닿으면 반응하는 '터치식'이어서 시각장애인이 버튼을 더듬는 과정에서 다른 버튼을 건드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식’으로 교체했고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낮은 위치의 ‘터치식’ 버튼을 따로 설치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외부 버튼은 여전히 높아 장애인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 엘리베이터의 내외부 버튼 모습. 내부에 휠체어 탑승 장애인용 버튼이 생긴 것은 개선점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이 외부 버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 김성준
장애인단체 "국회, 많은 부분 개선했으나 아직도 부족"

지난 26일 전동 휠체어 소동의 당사자였던 이문희 한국장애인총연합 정책연구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시설들의 이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국회가 많은 부분 개선했다고 생각했으나 보다 자세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국회 기자실이라면 공공 장소인데 연단에 턱이 있어 기자회견을 하려는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연단 문턱이 공간적으로 개선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향숙 의원 역시 기자실 연단의 턱과 관련 "기자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이라 공사를 시작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가능한 빨리 국회사무처에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 의원은 국회 시설물의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도 사무처에 개선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의원실의 추경민 보좌관은 "국회의원 동선을 위주로 시설들을 바꾸다 보니 안 보이는 곳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라며 "꾸준히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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