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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무렵,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짝과 100원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없다 쪽에 걸었는데 결국 고스란히 100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귀신을 본 친구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 등골이 오싹해 진다거나 혼자 있을 때도 누구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시 내기를 한다면 어느 쪽에 걸지 확신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귀신이 있겠냐고 자신 있게 말하다가도 제멋대로 찾아오는 공포를 경험해 보면 생각이 바뀌곤 한다. 귀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동네 벌벌 떨게 했던 '그때 그 사건'

2002년 10월, 서울 은평구 응암동은 이른바 '응암동 괴담'으로 들썩였다. 사건은 한 건물 지하실 콘크리트 속에 암매장된 여성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10년 동안 이 건물에 살았거나 일했던 6명이 잇따라 숨진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 사업실패, 교통사고, 암 등의 질병 등으로 사망한 지하실 세입자들의 죽음에 그 여인이 관여하지 않았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의 죽음이 콘크리트 속에서 발견된 여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건물 지하실과 관련된 젊은 사람들이 잇따라 죽어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2002년 10월 1일자 <동아일보>에 응암동 괴담 관련 기사가 실렸다.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뜩이나 흉흉하던 동네에 그 집 주변에서 여자 귀신을 봤다는 소문이 나오기 시작한 것. 방송국이나 신문사로 제보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 일간지에서는 무속인의 입을 빌어 '여자 변사체의 원혼이 세입자들에게 달라붙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쇄 사망은 바로 죽은 여인의 원혼이 원수를 갚아 달라며 그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속인들은 이 터에서 23세 가량의 젊은 나이로 죽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을 것이며 진혼제를 올려 원혼들을 달래야 된다고 하기도 했다.

4년이 흐른 지금, 응암동 그 집은 어떻게 됐을까. 막상 찾아보니 여느 집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주인은 "할 말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곳 주민 김정식(48)씨는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굿을 하더니 잠잠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소문이 났던 곳이라 그런지 30도가 웃도는 더위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귀신을 직접 본 목격자들을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그 지하실은 아직도 비어있다고 했다.

"귀신이 있다고? 딱한 분" 이색 경고문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사거리에서 장안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에 교회가 있다. 지금은 지역 재개발로 인해 다른 지역과 달라보이지 않지만 교회가 들어서기 전인 1985년엔 귀신소동으로 떠들썩했던 곳이다.

당시 장안동에서 빌딩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호기심으로 찾아왔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뛰쳐나왔고 다수의 사람들이 실신한 상태로 발견된 적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땅값이 내리는 걸 노린 세력이 만들어낸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이 일대가 온통 공포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교회가 들어선 후 그런 소문은 사라졌다.

이 집이 워낙 관심을 끌자 이색 경고문도 붙었었다. "귀신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찾아오신 분이 있다면 여러분 자신이 딱한 분이며 그러한 행동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 그것. 조용한 동네에, 크다면 큰 사건이었던 셈이다.

여자종업원 없는 집에서 여자가 주문받아

서울에서 흉가로 유명했던 면목동과 이문동 등지의 주택은 소문을 견디지 못하고 헐리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소문이 나면 바로 집값이 떨어지고 팔리지 않는 통에 남아있는 집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반포대교 고수부지, 서대문구 홍은동 모병원 뒷산 등이 서울의 대표적인 귀신 출몰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자유로 귀신'도 '뜨고' 있다.

제천의 한 갈비집 터는 주인이 잠적한 뒤 흉물로 4년 넘게 방치돼 있다. 여자 종업원이 없는데도 여자가 주문을 받았다고 해서 유명세를 타게 된 집이다. 한 인터넷 카페의 '체험후기'를 보면 귀신 목격담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혼자 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보았는데도 무서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귀신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흉가체험 이후 확실히 믿게 됐다"고 말했다.

운영자 한정규(28·대구)씨는 '귀신추적' 정기모임에서 폐교에 갔다가 빙의(다른 정신세계의 영향을 받아 평소와 완전히 딴판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를 경험하기도 했다. 분신사바로 귀신을 불렀다는 그는 "내 몸을 통제 못하는 상황에 처해보니 영적인 존재에 대한 확신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당신은 어느 쪽에 내기를 걸겠습니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귀신의 실체를 완강히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귀신이 어딨어"라고 심드렁하게 얘기하거나 "심약한 사람의 자기최면, 착시현상이야" 라는 주장을 펼친다. 물론 객관성과 과학성이 부족한 영역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대학생 이화령(21·마포구 대흥동)씨는 "귀신을 봤다고 다짐하는 자기 최면의 일종이 아니겠냐"며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그것을 과장해서 말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귀신을 목격한 사람들의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복잡해진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공포까페 연합 회원인 이은영씨는 "흉가체험, 심령사진, 물령화, 빙의 등을 경험하다보니 영혼의 존재를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귀신을 부정했다는 그는 "각 종교마다 퇴마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퇴마가 있다는 것은 귀신이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최자연(23·충북 청주시)씨도 "가위에 눌릴 때가 종종 있는데 가끔은 귀신을 보기도 한다"며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서는 공포담을 털어놓았다.

꽤 많은 분야에서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물론 어렵다. 귀신은 평범한 일상에서 '논'해야 하는 대상이기 보다는 '내기'를 걸어야 할 대상일 것같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쪽에 내기를 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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