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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할머니 한 분이 벌에 쏘여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진료소에 오셨다. 지난번에도 벌에 쏘여 고생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열 군데도 넘게 쏘인 것 같은데 어디를 얼마나 쏘였는지도 모를 정도란다.

우선 온몸을 살피면서 남아있는 벌침이 없는지 살펴보고, 혈압을 잰 후 항히스타민제를 주사했다. 잠시 후 먹는 약을 챙겨서 가셨는데 10분도 안 되어 다시 진료소에 오셨다. 얼마나 힘들고 정신이 없는지 주사를 한 번 더 맞으면 안 되겠느냐고 하신다.

혈관주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보건진료소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보통 근육주사를 한다. 근육주사를 맞으면 30분쯤 있어야 약효가 나타나는데 그 시간을 참기가 힘든 것이다.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병원에 가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냥 진료소에서 어떻게 해달라신다.

처음에 왔을 때는 좀 덜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해 붓고 가려워지니까 긁고, 심하게 긁으니 다시 그 부위가 따갑고 아프기까지 해서 내 몸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주사를 또 맞을 수는 없고,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칼라민 로션을 온몸에 발라 드리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이고 뭐고 온몸을 돌아가면서 전부 약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에어컨 틀어놓고, 선풍기까지 돌리면서 약을 발랐더니 처음 보다는 좀 낫다고 하시는데 여전히 힘들어 하신다. 숨을 깊게 들여 마시고 내쉬는 심호흡을 하라고 하면서 벌에 쏘인 자리를 중심으로 많이 가려워하는 곳에 칼라민 로션을 한 번씩 더 발라주고 잠시 누워 계시도록 했다.

지난 일요일에 새 집을 짓고 이사를 갔는데, 헌 집에 새로 이사 오는 할머니를 위해 집 청소를 하는 중이었단다. 뒤뜰에 커다란 나무 밑에 버려 둔 가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가구를 치우느라 잡아 다녔더니 서랍이 빠지면서 벌이 새까맣게 몰려 나왔단다. 서랍 속에 벌이 집을 짓고 있었는데 그 것을 몰랐던 것이다. 부엌으로 도망을 갔는데 벌들이 따라오면서 쏘았단다.

잠시 누워서 쉬더니, 집을 같이 치우던 사람이 혼자 있다면서 가봐야겠다고 일어서신다. 더운 곳에 가면 더 가려워지니까 조금 더 쉬었다가 가라고 해도 기어이 가셔야 한단다. 가시고 나서 30분쯤 있다가 좀 어떠시냐고 전화를 했더니 아직 온몸이 얼얼하긴 하지만 더 심해지지는 않고 가라앉는 중이라고 하신다. 잔기침을 좀 한다고 해서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직 힘들긴 해도 그냥저냥 참을 만하다고 하신다. 오늘 내일은 좀 더 고생을 하시겠지만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오늘 같은 날은 좀 쉬어야 하는데 집에 돌아가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지금도 일을 계속 하는 중이라고 하신다. 힘들어 하면서도 일꾼 있을 때 집을 마저 치워야 한다고 고집이신 걸 보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여름이면 항상 벌에 쏘여 고생하시는 분들이 몇 분씩 계신다. 들에서 일하다 쏘이기도 하고, 오늘 할머니처럼 집에서 쏘이기도 하신다. 같은 벌에 쏘여도 벌을 유난히 많이 타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의 경우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이 있는지 살펴보고, 남아 있는 벌침이 있으면 신용카드 등으로 살살 밀어서 벌침을 빼낸 후 얼음찜질을 하면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된장이나 암모니아를 바르거나 벌꿀을 먹는 등의 방법은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알러지 체질이거나 벌에 쏘여 한 번이라도 크게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은 위험지역에 갈 때 항히스타민제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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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하는 직장인

이 기자의 최신기사100번째 기사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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