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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하나를 제품화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이렇게 복잡한지 난생 처음 경험을 했습니다. 유통만 하다가 제조를 하면서 우리 나라에서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조건이 좋은 업체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영세한 제조 업체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서 적잖은 장애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제조를 했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마는 아이디어를 제품화 하는 과정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흡사 탐험가와도 같은 길입니다.

목표점을 두고 채찍과 격려가 되풀이되면서 달리다가 지치기도 하고 목표점까지는 얼마만큼의 고전이 따를지 막연한 희망과 두려움이 함께 했던 시간입니다.

▲ 난생처음 받은 특허등록증입니다.
ⓒ 박인선
그런 노력의 결과로 받은 것이 특허였습니다. 난생 처음 우리의 노력으로 특허 3개를 얻었습니다. 기술을 맡은 직원은 일요일을 마다하고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전자기기 도난방지장치, 프로젝터브라켓, 거치대, 엘리베이션스크린 우리 회사의 주력 제품입니다. 6명의 식구가 생활하면서 생산도 하고 설치도 합니다.

고가의 전자기기인 프로젝터를 도난으로부터 지키자는 생각에서 고안한 제품으로 아이디어를 제품화 하여 생산 공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아 수의계약에 의해 모 대학에 250대를 발주 받았습니다.

특허라는 증명하나로 수의계약을 하니 감격스러웠습니다. 비로소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순전히 아이디어에 의한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해 주는 개가였습니다.

▲ 프로젝터의 도난을 막아주는 '예스키퍼'라는 제1호 발명품입니다.
ⓒ 박인선

▲ 보드로도 쓰고 스크린으로도 쓰는 '엘리베이션 보드 스크린'입니다. 전동모터에 의해 마찰력으로 위로 오르고 내리지요. 제조 원가가 높아 몇 대 못팔았지만 아이디어는 좋다는 평을 받습니다.
ⓒ 박인선

▲ 강당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든 대형 스크린입니다. 보드 스크린과 더불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발명품입니다.
ⓒ 박인선
특허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비용도 그렇고 준비도 그랬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발명을 해서 그것을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로 어쩌면 승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아마, 일인삼역을 해야하는 소규모 업체의 사정이 그렇습니다.

사장이라는 명함뿐이지 아이디어를 만들고 제품디자인도 하고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영업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직원도 마찬가지로 온갖 일들을 겸하면서 만능이 되어야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꿋꿋이 지탱해주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니 제품화해서 그것을 시장에 내기까지의 과정은 산모가 산통을 느끼며 옆에서 기다리는 지아비의 심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여곡절의 과정 중에 자금 지원은 더욱 뼈를 깎는 고통 중에 하나였습니다. 제조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숙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개발하다보니 매출부분에 상당한 마이너스도 있었습니다. 유통에 의한 매출은 줄고 생산에 의한 매출 쪽으로 진행하는 과도기로 유통과 제조의 터닝포인트가 발생하였습니다. 과정은 결과를 낳듯이 제조의 노력은 이렇듯 우리에게 또 다른 대가를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발표되는 정부의 제조관련 지원은 어쩌면 실질적 지원보다 구호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발표를 듣고 있노라면 영세 제조업자들의 여의치 않은 자금사정을 우롱이라도 하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적자생존의 냉엄함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전쟁 아닌 전쟁을 경험하면서 이렇게 제조를 하려는데는 묘한 매력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 요즘 몰두하는 발명품입니다. 교실에서 멀티미디어기기를 통합하여 쓸 수 있도록 만든 발명제품입니다.
ⓒ 박인선
최근에는 엘리베이션 보드스크린을 개발했습니다. 보드의 높낮이를 마찰력으로 올리고 내려서 칠판 기능과 스크린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려는 생각입니다. 또 멀티미디어 콘트롤러도 개발하였습니다. 시청각 장비를 손쉽게 운용하기 위한 사용자를 위한 노력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도전과 시련을 안고 성공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정복해야할지, 만만한 다짐만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 엘리베이션스크린을 조립하여 실험하는 과정입니다. 왼쪽은 5년 동안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한 식구가 된 의지의 사나이 황 주임과 기술담당인 김 이사가 작업하는 광경
ⓒ 박인선
5년 넘게 교통사고로 집념의 재활을 해온 직원이 있습니다. 4년을 병원에서 투병한 끝에 재기를 위해 다리를 절면서 근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을 때 그의 투지와 집념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지금 그 직원은 오로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열정을 쏟습니다. 아마 그런 마음으로 다짐을 합니다.

지금 그 직원이 한 식구가 되어 근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이제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함께 열매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동지애로서 절대적 필요를 느끼는 상대가 되었습니다. 그 직원이 들어오면서 장애인의 편견도 없어졌습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장애가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공동체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작은 꿈으로 희망의 둥지를 가꿔 나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디어하나로 제조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땅에서 제조업을 하는 분들의 애환을 몸으로 절절히 느끼면서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희망을 가지고 더열심히하라는 격려를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자영업자와 소규모제조업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희망을버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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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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