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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대가족이 다녀온 올 여름 휴가
7명의 대가족이 다녀온 올 여름 휴가 ⓒ 강지이
휴가를 이렇게 빨리 잡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선 여름철 휴가는 시부모님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신랑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것저것 경비랑 장소를 알아 보던 중, 나는 이 대가족이 한꺼번에 이동하려면 이틀 동안 최소 50만 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견적을 뽑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박을 위한 콘도 비용 약 18만원, 자동차 두 대로 갈 경우 주유비 최소 12만원, 그리고 가서 사 먹는 음식과 기타 잡비 10만 원을 예상해도 관광지 입장료 등의 여유 돈 10만 원은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견적과 남편의 여름 휴가비(20만 원)을 비교해 보니 마이너스가 거금 30만 원이나 된다.

가뜩이나 내가 임신을 하고 휴직을 하는 바람에 가정 경제가 곤란한 형편인데 휴가비로 이렇게 과다 지출을 하다니! 결국 휴가를 포기해야 하느냐, 아니면 남편이랑 나랑 둘이서 간단히 다녀오느냐를 고민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휴가를 포기하자니 그 긴 시간을 뭐하며 보내나 막막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우리 둘이 달랑 여행을 떠나기엔 시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고….

비록 이번 휴가에 꼭 함께 떠나자고 미리 말씀 드린 것은 아니지만, 워낙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른들이 최근 장사가 잘 안 돼 집에만 계시는지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것이 안타까웠던 터였다. 게다가 결혼 후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바빠 시부모님을 모시고 어디 다녀온 적 한 번 없는 상황이라 큰 맘 먹고 함께 가기로 결심한 게 아니었던가.

오랜만의 여행으로 즐거워 하시는 시부모님 내외
오랜만의 여행으로 즐거워 하시는 시부모님 내외 ⓒ 강지이
그렇다고 하여 시부모님 두 분만 달랑 모시고 가면 우리 부부의 썰렁함과 부모님의 세대 차가 겹쳐져 별로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될 것 또한 뻔하다. 결국 우리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인 시누이 가족까지 포함하다 보면 경비가 만만치 않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은 모두 다 함께 갈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의 물색.

일단 숙박비가 만만치 않으니 저렴한 콘도를 찾기 위한 나의 탐색은 6월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여름 휴가에 닥쳐 숙박을 구하려면 가격도 두 배로 오르고 좋은 숙박지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이곳 저곳을 알아 보던 중 대부분의 콘도들이 7월 15일을 기점으로 하여 성수기 요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럼, 7월 14일에 가서 15일까지 노는 건? 이 경우 요금은 반값으로 줄어든다. 어떤 곳은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80%까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곳으로 찾은 장소가 바로 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K리조트이다. 단돈 5만원에 방 두 개, 거실, 부엌이 있는 27평짜리 콘도를 예약하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다.

우리가 도착한 콘도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여 시설이 나쁜 것도 아니고 설악산 울산 바위가 바로 보이는 좋은 전망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환경,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 등 모든 면에서 만족을 주는 그런 장소였다. 대가족 모두가 하룻밤을 보내기에 공간도 넉넉했고, 더군다나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예약한 다음날부터 성수기 요금이 적용되어 16만8000원에 같은 방이 나갔다는 것.

이렇게 숙박비를 줄이고 나니 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 차량 이용 문제였다. 한 차로 이동하면 남자들이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며 주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대신에 공간이 너무 비좁다는 문제가 생긴다. 다행히도 시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조금 불편해도’ 한 차로 가자는 의견을 내놓아 7인승 한 대에 모든 가족이 타고 여행을 떠났다.

비록 비좁은 차로 이동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 1박 2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강원도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더불어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여 떠나는 여행은 서로에 대한 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좋은 시간에 맛있는 음식 또한 빠질 수가 없지….

강원도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면서 그곳의 특산 음식을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사 먹자니 7명의 식구들이 먹어 치우는 양이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제안하신 것이 바로 콘도에 머무르는 동안 저녁과 아침은 직접 해먹자는 의견. 그리고 나머지 여행길에서는 특산 음식을 먹자는 우리의 의견도 받아들여졌다.

첫날 점심은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초당 두부집을 찾아 순두부 한 그릇씩을 먹었다. 순두부 한 그릇에 두 세 가지 시골 반찬이 나오는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져 왜 그리 맛나게 느껴지는지…. 저녁은 어머니께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오신 묵과 김치, 김 등을 버무려 만든 묵밥과 오이를 썰어 고추장에 찍어 먹는 소박한 밥상으로 해결했다.

자그마한 아이스박스에 고기와 김치, 오이, 얼음을 넣으니 신선함도 그대로 유지되고 한끼 해결하기에 그만이다. 다음날 아침은 갖고 온 고기와 감자, 양파를 이용한 카레 덮밥. 거기에 전날 하조대 해수욕장에서 잡은 조개를 넣어 끓인 국을 더하니 사먹는 음식보다 더 맛깔스럽다. 이렇게 먹고 나니 무거웠던 가방이 텅 비어 버렸다.

하조대 해수욕장의 해넘이 풍경 - 모래사장이 아주 넓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으며 손으로 파면 조개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하조대 해수욕장의 해넘이 풍경 - 모래사장이 아주 넓고 고운 모래가 깔려 있으며 손으로 파면 조개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 강지이
하지만 강원도 해변가에 놀러 온 이상 생선회와 해물은 기본이 아닌가! 바닷가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어서 점심 식비가 또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점심은 좋은 가족 여행을 주선해서 고맙다는 뜻으로 시누이네 가족이 해결해 주어 우리가 예상했던 경비보다 조금 덜 쓸 수 있었다.

낙산사 경내를 둘러 보고 낙산 해수욕장 앞에서 바다를 바라 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고 풍덩 빠진 바다. 역시 바다는 동해가 최고다 싶을 정도로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 동해는 곳곳이 해수욕장이어서 여러 정보를 보고 맘에 드는 곳을 골라 아무 데나 들어 가면 된다. 우리가 갔던 하조대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조개가 많았고 낙산 해수욕장은 이미 피서 온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이미 많은 피서객이 다녀간 낙산 해수욕장
이미 많은 피서객이 다녀간 낙산 해수욕장 ⓒ 강지이
낙산 해수욕장의 경우 현재 양양 산불 피해로 인한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여 주차료 등의 공공 요금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양양 지역의 모든 해수욕장이 다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니 동해로 떠날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낙산사 또한 산불 피해로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어 우리처럼 대가족이 이동하는 데에 소요되는 관광 요금 또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한 경비로 이른 휴가를 다녀 왔다. 그럼, 지금 이 찜통 무더위는 어떻게 보내고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 남편은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있으니 에어컨 앞에서 별 더위를 못 느낀다. 일하면서 더위를 잊는다고 할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또 책을 읽으며 더운 날씨를 극복하고 있다. 나만의 더위 극복 비법이다.

그래도 정 못 견디게 더운 이번 주말에는 그냥 밖으로 나들이를 나가 버렸다. 최근에는 안양천변과 한강변, 공원 등지에서 하는 야외 공연들이 꽤 많다. 그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시원한 마트에 들려 먹을 거리를 구입한 후 집에 돌아와 수박이나 썰어 먹으며 시원한 영화 한 편 보는 것.

7월 23일 안양천변에서 열린 구로 음악회
7월 23일 안양천변에서 열린 구로 음악회 ⓒ 강지이
이렇게 올 여름은 간다. 굳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휴가를 멋지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 남들 떠나지 않을 때 한가롭게 휴가를 다녀오고, 둘째, 나머지 여름은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다 보면 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5 이 여름을 시원하게' 공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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