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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양재호씨는 요즘 공룡박물관에서 화석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체험장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흙에 관해 설명하며 그릇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도예가 양재호씨는 요즘 공룡박물관에서 화석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체험장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흙에 관해 설명하며 그릇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 서정일
순천만에 바닷물이 밀려왔다 또 밀려간다. 그리고 남은 건 밀가루보다 더 고운 시커먼 개펄. 그 위를 이리 펄쩍 저리 펄쩍 짱뚱어가 뛰어다닌다. 짱뚱어, 예전엔 흔하디 흔한 개펄의 주인공이었다지만, 지금은 마지막 둥지라 불리는 순천만에서조차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줄었다.

하지만 잠깐 발을 옮겨 20여분 걸어 나오면 믿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짱뚱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도예가 양재호(39)씨의 작업장. 이곳엔 지천에 짱뚱어다. 널빤지에 누워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줄에 매달려 공중에 날아다니는 것도 있다. 개펄에도 드물다는 짱뚱어가 모두 이곳으로 이사 온 모양이다.

"흑백 사진 속의 짱뚱어에 매료되어 작업을 시작했죠."

경기도에서 학교를 나와 순천에 자리 잡고 작업을 막 시작할 즈음 그의 눈에 들어온 흑백 사진 한 장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고 말았다. 그리고 사진 속에 마냥 누워 있을 것만 같은 짱뚱어는 순식간에 뛰쳐나와 양씨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체험장에 들른 한 아이가 신기한 듯 형형색색으로 만들어진 짱뚱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체험장에 들른 한 아이가 신기한 듯 형형색색으로 만들어진 짱뚱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서정일
꼬리를 손톱으로 하나하나 눌러 표현하고 쫙 벌린 입을 두툼한 엄지로 푸욱 눌러 다듬길 5년, 그에겐 어느새 '짱뚱어 총각'이란 별명이 생기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짱뚱어를 만들었으면 주위 사람들이 그의 이름 앞에 '짱뚱어'란 표현을 먼저 썼을까?

"손에 닿는 감촉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그동안 순천만의 특징이 살아있는 다른 생물들을 만들어 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를 했지만 짱뚱어만큼 느낌 좋은 작업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만큼 짱뚱어와 도예가 양재호씨는 궁합이 맞았던 셈.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재미나다. 만화영화에라도 나올 것 같은 우스꽝스런 모습, 눈이 크고 못생긴 것을 아이들은 더 흥미 있어 하고 좋아한다. 개펄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순천만, 그리고 이렇듯 재미난 고기 짱뚱어. 때문에 순천만의 대표적 캐릭터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시도는 여러 곳에서 꾸준하게 추진되어 왔고 몇몇 곳에서는 재빠르게 상품화까지 시도했다.

순천만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양재호씨의 작업장, 널빤지엔 여러가지 모양의 짱뚱어가 널려져있다.
순천만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양재호씨의 작업장, 널빤지엔 여러가지 모양의 짱뚱어가 널려져있다. ⓒ 서정일
짱뚱어 소품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양씨에겐 이러한 소식에 뾰로통할 만한데 의외로 느긋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상품화되면 좀 더 알려져 찾는 이도 많아질 게 아니냐는 대범한(?) 반응이다.

그만큼 양씨의 마음은 맑았다. 지난 7년 동안 10여명 장애우의 재활을 위해 무료로 꾸준하게 지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릇 짐작이 간다. 때문에 그가 서둘지 않아도 미술계의 선배들은 그의 작품을 아쉬워하며 상품화를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 특히 위드디자인의 유형수 사장은 든든한 그의 후원자.

요즘 양씨는 공룡박물관에 나와 화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흙을 놓고 손으로 만져보고 눌러봄으로써 화석의 형상 과정을 이해하고 실제 화석도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하지만 짱뚱어에 대한 생각은 늘 그의 곁에 남아있기에 체험장 한편에선 어김없이 짱뚱어 실습이 벌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역문화를 지키려 애쓰는 지방예술인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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