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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자
왼쪽 사진이 록키산양입니다. 록키산양은 캐나다 북서부 해발 3000m이상 산악지대에서만 서식하는 소목, 소과의 희귀산양이랍니다. 지난 5월 대전동물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시켜 자연 포육하는데 성공했다고 떠들썩했답니다.

어미 옆에서 풀 뜯는 흉내를 내고 있는 게 바로 그때 낳은 쌍둥이 아기 록키랍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한가롭고 평화로워지는 것 같지 않나요?

어느 한 순간 정현종 시인의 '그 굽은 곡선'이란 시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정현종 ' 그 굽은 곡선" 전부


그 옆 사진이 소목 소과에 속하는 돌산양입니다. 녀석 또한 미국의 알래스카 주,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북부의 산악지대가 고향이랍니다.

고향 생각이라도 하는지 눈빛이 아스라해 보이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전자만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나 봅니다.

ⓒ 김유자
모가지가 길어서 슬프다는 꽃사슴입니다. 모가지가 길면 왜 슬프지요? 전 목이 짧아서 슬픈 데 말입니다. 시인의 감수성이란 정말 남다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사진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야생말이라는 몽골야생말입니다. 종종 자기 지방에 있는 말이 야생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몽골야생말 빼고는 모두 가축의 말이 야생화된 것이라는군요.

가축으로 기르는 말과도 쉽게 교잡되어 말의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지만, 말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는 학자도 많다니, 정말 특이한 존재지요?

ⓒ 김유자

ⓒ 김유자
독수리는 더 이상의 자잘한 설명이 필요없는 새지요? 새참으로 고기를 먹자마자 아주 맹렬하게 날아오르더군요.

그런데 독수리는 날아다니는 건 잘 하지만 걷지는 잘 못한다고 합니다. 독수리 타법이란 말이 아마도 거기서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아래 노란 눈을 뜨고 바라보는 녀석이 흰올빼미랍니다. 북극권에 사는 조류랍니다.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는 황무지나 툰드라의 구릉에서 산다고 합니다. 쓸쓸한 곳에서 살기를 즐기는 놈이라서 그럴까요? 눈동자가 제법 고독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 김유자
호랑이와 남미물개 사진입니다. 아무 연고도, 혈연관계도 아닌 두 동물을 나란히 놓은 것은 처한 환경이 판이해서랍니다.

호랑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더위에 지쳐버렸는지 눈빛마저 순해 보입니다. 그 눈빛이 마치 "나, 옛날로 돌아가고파"하고 말하는 듯 합니다. 어느 옛날이냐고요? 그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지요.

남미물개는 지금 자맥질이 한창입니다. '물 만난 고기'라더니 '물 만난 물개'가 안성맞춤 아니겠는지요?

ⓒ 김유자
잘 아시다시피 '사막의 배'라고 하는 낙타입니다. 혹이 한 개인 것이 단봉낙타, 두 개인 것이 쌍봉낙타지요.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시고 나면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등의 혹은 물을 저장해 두는 곳이 아니라 지방을 저장하는 곳이랍니다.

ⓒ 김유자
알면 사랑한다

어느 새 날이 어두워지고, 등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합니다. '어둠의 미학'이 스러진 자리를 '밝음의 미학'이 채워나갑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제 마음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느림의 미학'을 부르짖었던 제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속도의 미학'으로 변절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동물에게도 고루 해당되는 말이 아닐는지요?

사랑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 속에다 오늘 보았던 몇몇 동물을 등재하며 총총히 동물원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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