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은 한 어미가 열달 동안 제 속에 품고 배아파 낳은 귀한 자식이었죠. 내가 한 어머니의 아들이듯, 당신도 한 어머니의 딸이었죠. 당신과 내가 만나기 전, 우리는 모두 세상의 귀한 아들딸이었죠.
그 어미의 품안에서 당신은 고이고이 자랐죠. 당신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한 아이였어요.
어느 날 그 아이가 당신이 되었죠. 당신은 나를 만났구요. 당신은 그때 어미의 품을 벗어나려 했죠. 어미는 때가 되면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를 본 순간 아이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얘야, 그건 너무 위험하단다. 너를 보내는 이 어미의 마음이 편치를 않구나."
그러나 아이의 귀에 그 어미의 불안한 목소리는 들리질 않았어요.
세상은 밑도 안 보일 정도로 아득했어요. 내가 물었죠. "두렵지 않아?" 당신이 말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사실 당신과 내가 손잡고 동시에 세상으로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어요. 나는 두려웠죠. 슬금슬금 당신을 앞세우고 뒤로 꽁무니를 뺐어요. 그러나 당신은 주저없이 앞으로 나섰죠. 당신은 연약했으므로 더더욱 나는 당신이 놀라웠어요.
어디 세상이 호락호락 하던가요. 당신이 선 세상은 비탈의 연속이었어요.
금방이라도 쓸려나갈 듯한 또 다른 추락의 위험이 당신을 엄습하곤 했어요.
나는 비탈에 설 때마다 당신에게 물었어요. "두렵지 않아?" 당신이 대답했죠. "두렵지 않아, 네가 옆에 있잖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의 두려움이 곧 삶의 힘겨움이었고, 그 힘겨움이 곧잘 당신의 눈물이 되었다는 것을. 당신은 그것을 잘 감춰두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알 것은 다 알고 있었어요.
한때 한 어미의 품안의 자식이었던 당신이 이제는 한 남자의 가슴 속에 자리를 잡았어요. 사랑이란 그런 건가봐요. 그 사람 하나를 세상의 온 이유로 삼아 무모한 용기를 일으키고 그 끝에서 눈물로 버무린 삶을 살면서 그 사람의 가슴 속에 둥지를 트는 건가봐요. 나는 때로 당신이 내 안의 자식 같기도 해요. 하지만 한 어미가 떠나 보내야 했던 그 둥지의 자식은 아니예요. 당신은 내 가슴 속에 계속 머무를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