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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실리콘 자국만 남아 있다.
동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실리콘 자국만 남아 있다. ⓒ 김준회

떨어진 동판이 철길에 나뒹굴고 있다.
떨어진 동판이 철길에 나뒹굴고 있다. ⓒ 김준회
남북 정상간의 6·15합의에 따라 경의선 철도를 복원하면서, 당시 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수만개의 침목(枕木)을 기증했다. 그리고 기증받은 침목에는 '경의선 복원을 민족의 이름으로'라는 문구와 함께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붙였다.

그러나 동판을 시멘트로 제작된 침목에 단순히 실리콘으로만 붙여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3~4개월 전부터 곳곳에서 맥없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하물며 떨어진 동판을 사람들이 주워가고 있는데도 전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영구히 민족의 이름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동판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부터 운천역을 거쳐 도라산 역까지 12km에 걸쳐 연명순으로 침목에 부착돼 있다. 그러나 이 동판이 열차가 지나갈 때 발생하는 진동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 요즘은 구간을 가리지 않고 떨어져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판 위에 글씨를 써 놓는가 하면 찌그러지거나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동판도 상당수 있어 조속한 시일내에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분간 동판이 떨어지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천역 내에는 378개의 침목 중 195개가 떨어져 나가 50% 이상이 없어진 것으로 20일 현장 확인 결과 드러났다.

주민이 나뒹굴고 있는 동판을 주워 들어보이고 있다.
주민이 나뒹굴고 있는 동판을 주워 들어보이고 있다. ⓒ 김준회
운천역을 자주 청소한다는 마을주민 조흥현(61·문산읍 운천3리)씨는 "3~4개월 전부터 동판이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운천역을 전후해 1km 구간에서만 400개 가량을 주운 적도 있고 주운 동판을 당사자들을 생각해 버리지 않고 철로변 풀숲에 보관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일에도 지역주민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 바구니로 주워가는 것을 봤다"며 "동판이 열차에서 기름이 떨어져 지저분한 데다가 떨어져 나가는데도 관리가 안 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인규 임진강역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임진각 역뿐만 아니라 모든 구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훼손된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관리처가 어딘지 알아보고 있으나 명쾌한 답변을 주는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철도시설물에 부착돼 있는 만큼 우리도 관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파주시민인 김순영(55)씨는 "동판에 새겨진 자신들의 이름이 사라진 것을 알면 기증자들이 얼마나 속상해 하겠느냐"며 "국가적 차원에서 설치만 해 놓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판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게 튼튼히 부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어야 하는데 실리콘으로만 붙여놨으니 얼마나 버티겠느냐. 예산도 만만치 않았을텐데…"라고 꼬집었다.

동판이 떨어져난 자국.
동판이 떨어져난 자국. ⓒ 김준회

찌그러진 동판 모습.
찌그러진 동판 모습. ⓒ 김준회

주민이 주워 풀숲에 보관해 둔 동판들.
주민이 주워 풀숲에 보관해 둔 동판들. ⓒ 김준회

공간이 있는데도 동판에 글씨를 써 넣었다.
공간이 있는데도 동판에 글씨를 써 넣었다. ⓒ 김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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